아이를 통한 깨달음
예상치 못한 이별
여느 집처럼 코로나 때문에 외출을 자제하고 있었다. 갑갑해하는 아이들 못지않게 티는 내지 않았지만 어른들도 조금씩 지쳐갈 무렵이었다. 환기가 필요한 시점, 친하게 지내는 동생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최근 오픈한 캠핑장에 와서 오랜만에 얼굴도 보고 바람도 쐬고 가라고 했다. 코로나 때문에 손님이 거의 없고 방역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기 때문에 위험이 덜하다고 했다. 가족들은 당연히 OK! 그 자리에서 승낙했다.
캠핑을 가기로 한 당일, 첫째가 사슴벌레 사육통을 챙겼다. 좁은 사육통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함께 놀면 사슴벌레들도 좋아할 거라고 했다. 아이의 따뜻한 마음 씀씀이에 기쁜 마음으로 사슴벌레를 탑승시키고 캠핑장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때는 몰랐다. 예상치 못한 이별이 올 거라고는.
사슴벌레는 인기 만점이었다. 동생네 아이들을 포함하여 캠핑장에 온 모든 사람들이 구경을 했다. 아이들은 낯선 곤충에 대한 호기심으로, 어른들은 어릴 적 추억으로 한마음이 되어 관찰했다. 첫째는 늠름한 3호를 들어 모여든 아이들에게 보여주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3호의 가족 이력부터 무엇을 좋아하는지, 힘은 얼마나 센지 막힘없이 이야기했다. 그런 첫째를 보는 내 마음도 풍성해졌다.
오랜만에 찾은 여유. 자연 속에서 마음껏 힐링하는 와중에 동생네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캠핑장을 찾아오는 아이들에게 사슴벌레 체험을 시켜주고 싶은데 사슴벌레를 주면 안 되냐고 했다. 돈을 받고 파는 것이 아니라 거리낌이 없었고, 많은 아이들이 곤충에 관심을 가지고 보호하는데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에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역시 첫째가 마음에 걸렸다. 또한 사슴벌레의 동반자는 엄연히 첫째였기에 아이의 생각을 물어보았다.
"이모가 다른 친구들 오면 체험학습해주고 싶어서 2호랑 3호를 두고 가면 안되냐고 하는데 윤이 생각은 어때?"
"그럼 이제 못 보는 거야? 그건 싫은데...... 그런데, 여기 환경이 좋아서 2호랑 3호도 엄청 좋아해! 여기 계속 살면 좋아하겠다. 그래도 떨어지기 싫은데...... 어떡하지......"
아이는 쉽사리 결정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알에서 애벌레로, 애벌레에서 번데기로, 다시 번데기에서 성충으로 성장하는 모든 과정을 함께한 동반자였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어떤 선택을 하던 괜찮으니 원하는 대로 하라고 격려해주었다. 아쉬운 마음에 눈물까지 그렁거리던 첫째. 결국은 사슴벌레를 위한 선택을 했다. 아이 입장에서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텐데, 그런 결정을 해주는 첫째가 고맙고 기특했다. 아이의 바람처럼, 많은 아이들이 사슴벌레를 보면서 곤충이 혐오 생물이 아닌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소중한 존재로 인식하기를. 작은 생명에도 관심을 가지고 보호해 주기를 기도했다.
동생네는 첫째에게 고맙다며 책을 선물해 주었다. 책을 받고 기분이 조금 풀어진 첫째는 2호와 3호에게 아쉬운 작별인사를 하고는 돌아섰다.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3호처럼 힘세고 멋진 사슴벌레는 없다며 말을 이었다. 미안한 마음에 아이 눈을 제대로 바라볼 수 없었다.
우리는 매 순간 이별하며 살아간다. 원하든 원치 않든 이별을 경험하고, 그것은 후회와 미련을 남긴다. 그러나 그런 과정에서 존재에 대한 고마움과 사랑, 연민을 더욱 절실하게 느낀다. 그리고 성장한다. 아이도, 그리고 나도, 그런 과정에서 함께 성장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