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또 행복!

작은 생각

by 팥쥐아재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사회와 단절이 심해졌으나 힘든 건 없었다. 행동반경이 좁아지는 것 말고는 일상에 큰 변화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가지, 상당히 아쉬운 점은 도서관 이용이 불가했던 점이다. 미니멀을 하면서 집에 있는 책을 최소한으로 유지하고 있었는데 도서관 이용을 할 수 없으니 여간 답답한 게 아니었다. 그나마 온라인 강의를 들으면서 무료함을 조금 덜어낼 수 있었으나 책, 특히나 그림책에 대한 갈증은 쉽게 해소할 수 없었다.


아이들이 자라남에 따라 그림책을 읽는 기회가 많아졌다. 별생각 없이 읽어주던 그림책, 아이들의 전유물이라 생각했던 그림책에서 적지 않은 감동을 받고 잊어버린 동심을 발견하면서 그림책에 대한 애정이 깊어졌다. 특히나 아이들을 위해 동화를 쓰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더 이상 아이들을 위한 책이 아닌 나의 성장과 꿈을 위한 책으로 변하게 되었다. 그런 그림책과 오랫동안 담을 쌓고 지내다 보니 마음 한 구석이 휑했다. 네버랜드를 떠난 윈디가 다시 어른이 되어가는 것처럼, 그림책을 떠난 나 역시 예전과 같은 속세에 물든 어른이 되는 기분이어서 썩 좋지만은 않았다.


코로나 19가 조금 진정이 되면서 거리두기 1단계가 시행되었다. 예전 같으면 크게 신경 쓰지 않았을 테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거리두기 1단계 시행으로 도서관이 재개장한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드디어! 원하는 대로 그림책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어찌나 기분이 좋았던지 주말이면 늦잠을 자던 내가 아침형 인간인 아이들보다 먼저 일어났다. 아침을 준비하는데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간단하게 차려준 아침에도 맛있게 먹는 가족들을 보니 더욱 기분이 좋아졌다.


입덧이 있는 아내님을 집에 두고 온 게 아쉬웠지만 오래간만에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도서관 데이트라 설레어서 그랬는지, 도서관 특유의 책 냄새에 취해 그랬는지 금세 아내님을 잊어버렸다. 일찌감치 도착한 도서관에는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이 있어서 적지 않게 놀랐다. 이렇게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많다니 참 기쁘고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내 경쟁자에 불과할 뿐. 내 키에 반밖에 되지 않는 아이들 틈에서(왜냐하면 우리가 입장한 곳은 유아/아동도서 코너였기 때문) 어떤 그림책을 고를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웬 아저씨 한 명이 그림책 앞에서 눈을 반짝이며 서 있는지 의아스럽게 바라보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재빠르게 제목과 겉표지를 살펴보면서 마음에 드는 그림책을 하나씩 고르기 시작했다.


아이들을 핑계 삼아 내가 보고 싶은 그림책을 한껏 고른 후 사라진 아이들을 찾으러 돌아다녔다. 둘째 녀석은 사서님 옆자리에 떡하니 서서 대화(?) 중이었다. 뭐가 그리 신기하고 좋은지 연신 싱글벙글했다. 아이의 호기심에 다정하게 맞아주시는 사서님께 깊은 고마움을 느꼈다. 첫째는 자리를 잡고 앉아 책을 보고 있었다. 아이가 좋아하는 동물과 곤충들 책이 한가득~! 매번 보는 책인데도 재미있나 보다. 같은 책을 반복해서 읽으면 어른들은 금방 싫증 내곤 하지만 아이들은 읽을 때마다 새로운 감동과 감정을 느낀다고 한다. 나 역시 아이들 덕분에 같은 책을 다시 읽는 즐거움을 느끼는데 이것 역시 참 고마운 일이다.


도서관에서 몇 권을 책을 읽고 대여를 위해 책을 추스르는데 양이 상당했다. 오랜만에 찾은 도서관이라 책 욕심이 많이 났나 보다. 어차피 논쟁을 해도 내가 질 것이 분명한 사실이었기에 눈물을 훔치며 내가 고른 그림책을 조금 비워냈다. 최종적으로 선택한 책은 총 18권. 역시나 많았다. 그러나, 정말 감사하게도 우리 동네 도서관에서 대여할 수 있는 책은 20권이나 된다. 배고픈 가방을 가득 채워준 책들을 보니 행복이 밀려왔다. 게다가 아이들을 무릎 위에 앉히고 오랜 시간 서로의 온기를 느끼며 책을 읽을 생각을 하니 더 큰 행복이 밀려왔다.


집으로 돌아가기 전 아이들 손을 이끌고 시장을 찾았다. 며칠 전부터 계란빵을 먹고 싶어 하는 아내님을 위해 혹시나 싶어 찾아보았으나 결국 찾지 못했다. 대신 붕어빵을 조금 샀다. 아내님에게 먼저 가져다주려고 했으나 눈에서 광선을 쏘아대는 아이들을 피하기는 역부족이었다. 뜨끈한 붕어빵을 손에 들고 후후 불어가며 먹는 아이들 모습에 금세 기분이 좋아진다. 한 입 베어 문 붕어빵은 세상 어느 빵보다도 달게 느껴졌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아직 온기가 남은 붕어빵을 아내님에게 전했다. 아내님 미소에 다시 한번 행복이 차오른다. 행복에 행복이 더해지는 기분 좋은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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