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생각
첫째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작년 하반기부터 한글과 숫자를 가르치고 있다. 숫자는 관심을 가져서 제법 하는데 한글은 흥미가 없어 보인다. 아이가 어려워하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한글을 배우기는 아직 이르다는 생각이 들어서 따로 교육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어린이집 선생님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아이 교육과 관련하여 다른 아이 어머님이 민원을 제기했다고 한다.
그 어머니는 아이 교육에 열성적이신 듯했다. 어린이집에서 하원 하면 학원에 학습지까지 시키고 있는데 어느 날 아이가 "친구는 한글 공부 안 해도 괜찮은데 나는 왜 해야 돼요? 하기 싫어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아이가 반항심이 생겼다고 느끼시는 건지, 아니면 당연히 해야 할 교육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셨는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불똥이 선생님과 우리에게 튀었다. 자신의 아이가 공부에 집중할 수 있게 주변에 있는 아이들도 공부를 시키라고 했다고 한다.
그 어머님 심정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나 교육 가치관이 다른 사람에게까지 공부를 강요하는 게 맞는가 싶다. 더군다나 우리가 아이 교육에 관심이 전혀 없는 사람으로 매도하고 불성실한 부모로 만드는 것은 조금 불쾌하기도 했다. 아이를 잘 가르치고 싶은 욕심이야 왜 없을까? 어느 부모라도 자식이 더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 역시 아이가 빨리 한글을 떼기를 원한 적이 있었다. 아이가 한글을 읽을 수 있게 된다면 도서관에 나란히 앉아 책을 쌓아두고 읽고 싶은 로망이 있었다. 그러나 아이는 함께 도서관에서 책 읽는 아빠보다 자신을 무릎 위에 앉혀놓고 책을 읽어주는 아빠를 더 원했기 때문에 마음을 비웠다. 또 한 가지 아이와 함께 축구를 하고 싶은 꿈도 있었지만 축구공을 발로 차기보다는 들고뛰는 아이를 보며 일찌감치 그 욕심도 버렸다. 이야기가 옆길로 새는 것 같은데, 여하튼 부모가 원한다고 아이가 모두 따라주지 않는다. 아이가 잘 따라주기만을 원하는 건 어디까지나 부모의 욕심이다. 아이가 관심을 가지고 흥미를 유지하며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고, 바르게 학습해 나갈 수 있도록 옆에서 방향을 잡아주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지 아이가 원하지 않는 공부를 억지로 시키는 것이 교육이라고 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영어로 교육을 뜻하는 'education'에 대한 해석이 재미있다. 'e'는 밖으로라는 의미고 'duc'는 끄집어내다는 의미를 가진다. 의미를 조합해 보면 밖으로 끄집어내는 것. 즉, 교육이란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재능, 잠재력을 밖으로 끄집어내는 것이다. 우리 어른들이 전부라고 생각하고 있는 지식을 주입하고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진짜 교육인 것이다.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을 가르쳐주기 이전에 아이들이 좋아하고 흥미를 가지는 것들이 무엇인지 관찰하는데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타인이 보기에는 아이들 교육에 관심이 없어 보일지 몰라도 그건 그것대로 가치를 가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앞으로도 아이에게 공부를 시킬 생각이 없다.
첫째는 책을 좋아한다. 아직 글을 읽지 못하기 때문에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그림책을 가장 좋아한다. 그리고 나 역시 책 중에 그림책을 가장 좋아한다. 그림책이 좋은 이유는 많다. 우선 읽기 쉽고 그림만 보아도 무슨 내용인지 이해가 된다. 굳이 미술관을 찾지 않더라도 집안에서 그림 감상을 할 수 있기도 하고 그림을 통해 마음을 치유받기도 한다. 더 중요한 건 아이와 함께 보고 생각하고 이야기 나눌 거리가 많다는 것이다.
나 같은 경우,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함께 하는 과정에서 배우고 깨닫는 게 상당히 많다. 어른인 나도 이럴진대 아이도 마찬가지 아닐까? 이런 과정에서 보고 듣고 배우는 게 학원이나 학습지에서 배우는 것보다, 지금 당장 한글을 깨치는 것보다 가치 있지는 않을까?
잠든 아이의 평온한 얼굴을 바라본다. 지금 아이가 꿈을 꾸는 것처럼, 현실에서도 자유롭게 꿈꾸기를 희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