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생각
1년간 육아휴직을 끝내고 회사에 복귀했을 때 내 자리는 없었다. 예상은 했던 결과였고 미련도 없었지만 집과 꽤 떨어진 현장으로 명령이 난 건 타격이 컸다. 출퇴근이 가능한 현장으로 보내달라고 사정을 이야기했지만 이미 일을 잘하고 계시는 분과 나를 바꿔줄 이유가 없었다. 새로 생기는 현장 역시 내정자가 있었다. 누구를 탓할 수 없었다. 만류하는 모든 사람들의 의견을 무시하면서 육아휴직을 썼던 것도 나고, 그동안 내가 쌓아온 관계 역시 그것이 다였기 때문에 다시 일을 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하며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렇게 주말부부를 시작했고 7개월이 흘렀다.
처음에는 편했다. 아이들에게 읽어 줄 동화책 대신 내가 원하는 책을 선택할 수 있었고, 아내님이 만들어 주는 건강식 대신 내가 좋아하는 인스턴트식품을 마음껏 먹을 수 있었다. 자기 계발도 놓치지 않았다. 그동안 관심을 가지고 있던 빅데이터와 진화심리학 강의도 들었고 관련 서적을 구입해 자격증 시험 대비도 하고 있었다. 퇴근 후 오롯이 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게 얼마만인지! 그 여유를 놓칠세라 마음껏 즐겼다.
그런데 한 달, 두 달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변해갔다. 혼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예전처럼 즐겁지가 않았다. 아무리 좋아하는 책을 읽어도, 아무리 고급진 음식을 먹어도 채워지지 않았다. 오랫동안 끊어왔던 게임을 해봐도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채우면 채울수록 계속 무언가 빠진 것처럼 허전함을 느꼈다. 그리고 깨달았다. 그것은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라는 것을......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은 주말 이틀, 주말 근무가 있을 때는 단 하루밖에 시간이 없다. 그 시간만으로는 그리움을 채울 수 없기에 시간이 갈수록 그리움은 더 깊어진 듯했다.
나름대로 그리움을 극복하기 위해 방법을 동원해 본다. 제일 좋은 방법은 영상통화였다. 영상통화 서비스가 잘 갖춰져 있는 나라에 산다는 건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그 덕분에 언제 어디서든 가족들 얼굴을 보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 역시 타이밍이 잘 맞아야 한다. 간혹 놀이에 빠져 통화를 원하지 않거나 통화를 하다가도 장난을 치며 화면에서 벗어나는 아이들을 보면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말썽을 피우는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급히 전화를 끊는 아내님에게 괜히 심술이 날 때도 있다.
길지 않은 영상통화에 아쉬운 마음을 달래 보려 휴대폰에 저장된 가족들 사진과 영상을 뒤적거린다. 옛날 사진을 보며 추억에 잠긴다. 내 노랫소리에 맞춰 옹알이를 하던 모습도, 한 발 한 발 내딛으며 나에게 걸어오던 모습도, 어린이집 차에 타지 않으려 나에게 꼭 매달려 있던 모습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그 모습에 마냥 즐겁기도 하고 언제 이렇게 커버렸는지 모를 아이들 모습에 깜짝 놀라기도 한다. 아이들 알림장도 탐독해 본다. 오늘 하루 어린이집에서 무얼 하고 보냈는지, 선생님은 아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느껴본다. 같은 반 친구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며 친구들 이름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시험해 보기도 한다. 두 세 명 밖에 기억나지 않는다. '아이에게 물어보면 혼날 텐데.' 하는 걱정이 밀려오지만 아이의 타박이 싫지만은 않다.
주말부부를 하면서 힘든 점이 있지만 분명 좋은 점도 있다. 가족들에 대한 관심, 소중함, 고마움, 애틋함은 더 깊어진다. 그러나 역시 매일매일 가족들과 함께 있는 편이 좋다.
오늘은 토요일, 주말근무를 하고 있다. 이제 곧 집으로 갈 테지만 오늘따라 유난히 더 가족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