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통한 깨달음
"멋진 골이었어. 니 덕분에 우리 팀이 이겼다!"
"이대리, 우리 프로젝트 성공은 자네 덕이야."
"오빠, 정말 멋져요. 밥 사주세요."
삼십하고도 칠년을 더 살아오면서 과분하게도 꽤나 많은 칭찬을 받았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좋지 않은 게 어디있겠냐만은 유독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칭찬이 있다.
첫째는 말을 빨리 터서 그런지 의사표현이나 감정표현을 잘하는 편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부정적인 말을 쓰기 시작했다. 집에서 전혀 사용한 적이 없던 말이기에 나도 아내도 적지않게 놀랐다. 신나게 놀다가도 문득 비속어를 썼고,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은 일이 있을 때에도 서슴없이 사용했다. 그럴 때마다 주의를 주고 훈계를 했지만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혹여나 선생님들이나 친구들에게도 그런 말을 쓸까봐 상당히 걱정이 되었다. 급기야 강도를 높여 훈육하기 시작했다. 아직까지 매를 들지 않았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매를 들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약발이 받는 것일까? 다행히도 말투가 다시 공손해져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어린이집에서 태권체조를 배웠다며 나를 매트삼아 때리기 시작한 것이다. 나야 어른이고 장난인걸 아니까 괜찮지만(가끔 뼈 맞으면 진심 아플 때도 있다 ㅠㅠ), 가끔 동생을 때릴 때면 깜짝 놀랄 때가 있었다. 이제 겨우 세 살밖에 안된 아기를 때리다니! 둘째 걱정도 걱정이지만 혹시나 첫째가 폭력적인 아이가 되지는 않을까 얼마나 마음 졸였는지 모른다.
하루는 놀이터에 나온 이웃 형, 동생, 누나까지 합세해서 신나게 놀고 있을 때였다. 잠시 수풀 쪽으로 사라졌던 첫째가 형과 함께 나무짝대기를 들고와서 나를 찌르고 때리기 시작했다. 아픈 건 둘째치고 옆에 있는 아이들이 눈 같은데 찔려서 다칠까봐 걱정이 되었다. 몇 번 주의를 줘도 막대기에 재미를 들린 아이는 말을 듣지 않았다.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간신히 누르고 구석으로 데리고 가 알아 듣도록 타이르기 시작했다.
내가 하는 행동이 폭력인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면 당하는 상대의 아픔이나 수치심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크다. 아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자신은 신이 나서 장난으로 그런 것일지는 모르겠으나 당하는 입장에서는 장난으로 받아 들일 수만은 없다. 더구나 지워지지 않은 상처라도 생기면 평생 트라우마로 남을 수도 있는 문제였다.
나는 너무 심각한데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에게 화가 났다. 그래서 조금 더 단호하게 훈육했고 결국 첫째는 울음을 터트렸다. 아이의 눈물에 마음이 약해졌지만 어쩔 수 없다. 혹시나 아이의 잘못된 행동이 습관으로 자리 잡을 수도 있었기 때문에 부모 입장에서 마땅히 바로 잡아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저녁을 먹으며 아내에게 놀이터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 했다. 내 마음은 이해하지만 아이는 아이 나름대로 잘하고 있을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바로 그때 어린이집 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아내는 밥을 먹다 말고 통화를 하기 위해 자리를 비웠다. 불안했다. 혹시나 어린이집에서 사고를 친건 아닐까? 다른 부모님에게 항의가 들어온 건 아닐까? 내 마음 같지 않은 아이를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짧은 시간에 많은 고민이 들었다. 아내가 다시 돌아와 의자에 앉기도 전에 왜 전화가 왔냐고 다급하게 물었다. 그러자 아내는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
"윤이랑 율이가 어린이집에서 제일 사랑을 많이 받는데. 선생님 말도 잘 듣고 친구들이랑 사이좋게 지낸다고 하네. 그리고 애들이 항상 웃고 있어서 보는 선생님들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고 하더라. 선생님들이 나랑 오빠 칭찬 많이 한다고, 우리한테 고맙다고 말해 주려고 전화하신 거래."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아이는 내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잘 적응하고 있었다. 그리고 사랑 받고 있었다. 아이는 평소 내가 바라는 대로 밝고 건강하게 자라고 있었지만 내 삐딱한 시선 때문에 아이가 그릇된 행동만 한다고 생각했던 건 아닌지, 많이 반성되고 미안했다. 씩씩하게 밥을 먹고 있는 첫째를 보니 내 아들이지만 참 예뻐 보인다. 대견한 마음에 슬그머니 머리를 쓰다듬어 줬더니 아이가 나를 보며 말했다. "근데 아빠. 선생님이 왜 엄마랑 아빠를 칭찬해요. 내가 잘한 건데 나를 칭찬해야지!"
천진난만한 아이 덕분에 웃음꽃이 핀다.
너는 알까? 아빠가 평생 받아 온 칭찬 중에 오늘 받은 칭찬이 최고라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