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사슬 모델과 디지털 플랫폼 모델
(이말년)
"유튜브 할 때는 말만 하면 되니까 굉장히 편하다. 방송하다 중간에 화장실을 가는 경우도 있다.”
(조세호)
"나도 개인 SNS로 가끔 라이브 방송을 하지만 가끔 재미없다고 댓글로 남겨주시더라."
(이말년)
"그게 이유가 있다. 전문 방송인, 프로 분들은 오디오가 비는 것에 강박이 있다. 오디오가 비게 놔두고 키즈카페 주인처럼 묵묵히 바라본다고 생각해라. 그러면 마음이 편하다.
아무래도 프로인데 대중의 반응이 뜨뜻미지근하면 부담돼 못 켤 수 있을 것 같다. 예능인들은 대중의 반응을 의식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나 같은 아마추어는 그런 반응이 나왔을 때 '네가 재미없는 거지. 내가 재미없어?'라고 쿨하게 생각하면 된다. 나는 재미있게 했으니까 상관없다.
오히려 나는 아마추어라서 마음을 내려놓는 게 있다. 방송을 하다 가끔 빵을 사러 가고 싶을 때는 15분짜리 내 영상을 틀어놓고 간 적도 있다. 다녀오면 오히려 구독자 분들이 왜 이렇게 빨리 왔냐고 말하기도 한다. 본인들끼리 알아서 잘 놀기 때문이다."
지난 26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이하'유 퀴즈')의 ‘어차피 레이스는 길다’ 특집 편에 출연한 웹툰 작가 겸 유튜버 이말년(본명 이병건, 39)씨와, 유퀴즈의 MC 조세호 씨가 방송에서 나눈 대화 내용이다.
이 대화가 함의하는 것은 무엇일까? 과연 ‘방송에서 편안함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일까? 아닌 것 같다. 이 대화가 함의하는 것은 두 가지 상이한 가치 창출 방식이다.
“전문 방송인, 프로 분들은 오디오가 비는 것에 강박이 있다.”
왜냐하면 그들은 생산자이기 때문이다. 조세호 씨로 대변되는 ‘전문 방송인, 프로 분들’은 단계적이고 선형적인 가치사슬 모델을 통해 방송 콘텐츠를 생산한 후, 매체라는 유통채널을 통해 저 건너편에서 기다리는 소비자에게 전달한다. 따라서 오디오가 빈다는 것은 생산 차질을 의미하며 이는 위기 상황인 것이다.
고객 클레임이 발생할 수 있으며, 환불 요구에 직면하면서 가치 창출 단계별로 발생한 비용의 회수불능 등 수익성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브랜드 신뢰도 손상이 발생하면서 시장에서의 경쟁우위에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들 즉, 전문 방송인, 프로 분들은 마이클 포터 교수가 정립한 가치사슬 모델을 통해 가치를 창출하면서 수익을 확보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녀오면 오히려 구독자 분들이 왜 이렇게 빨리 왔냐고 말하기도 한다. 본인들끼리 알아서 잘 놀기 때문이다.”
이말년 씨가 방송을 통해 가치를 창출하는 방식은 전형적인 플랫폼 모델이다. 유튜브라는 디지털 매체를 사용하고 있으니 ‘디지털 플랫폼 모델’을 통해 가치를 창출하고 수익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이곳에서는 이말년 씨만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이 아니다. 이 플랫폼에 참여한 – 구독한 ‘본인’들은 서로 정보를 교환하며 적극적으로 콘텐츠 생산에 참여하고 있다.
게다가 “(뜨뜻미지근한) 그런 반응이 나왔을 때 '네가 재미없는 거지. 내가 재미없어?'라고 쿨하게 생각하면 된다. 나는 재미있게 했으니까 상관없다.”라는 이말년 씨의 경영방침을 고려할 때 심지어 구독자 분들이 ‘혁신’ 활동에도 가담하는 것으로 보인다. 만약 가치사슬 모델에서 ‘대중의 반응이 뜨뜻미지근하면’ 당장 콘텐츠 크리에이티브 강화를 위한 기획 회의를 열고 리서치를 강화하는 등 내부 가치사슬의 단계별 혁신활동을 전개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말년 씨의 디지털 플랫폼 모델에서는 콘텐츠 크리에이티브 강화 활동이 플랫폼 참여자인 개인에게 광범위하게 분산되어 다양하고 창의적인 혁신 활동을 유도한다.
어찌 됐건 이말년 씨는 디지털 플랫폼 모델의 특성인 한계비용 제로와 네트워크 효과를 기반으로 지수적 성장을 실현하여, 현재 ‘유튜브 구독자 수 136만 명 확보’와 ‘웹툰만 그릴 때 수익의 N배’라는 만족스러운 사업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그리고 조세호 씨와 이말년 씨가 생산하는 콘텐츠의 수익모델은 동일하다. 광고수익 모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