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부양능력을 갖춘 최초의 장년층, 5060 뉴시니어의 경제력
황호택 아주경제 논설고문이 쓴 칼럼 <2020년 '욜드 세대' 전성시대가 온다>(19년 11월 28일)에 의하면, 신조어 욜드(yold)는 ‘young old’의 줄임말로 65~75세의 사람들을 호칭하는 일본식 영어이며 최근 영국에서 발행되는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를 필두로 전 세계 매스컴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고 한다. 이코노미스트誌는 특집호 ‘2020년의 세계’에서 2020년이 욜드 세대의 서곡이 울리는 해가 될 것이라는 기사를 실었다고도 한다. 매일경제도 지난 3월 23일 <2020 YOLD Innovation Forum> 디지털 언팩을 통해 ‘새로운 시니어 비즈니스’의 가능성과 필요성을 강조하며, 고령화 시장을 수동적으로 진단하는 `실버 이코노미`보다 훨씬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개념의 욜드 산업 즉 ‘욜디락스’의 선순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욜디락스(Yoldilocks)는 젊지도 늙지도 않은 욜드 세대가 건강과 경제력을 바탕으로 생산과 소비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는 경제 부활을 의미한다. 노령화 혹은 고령화를 저출산과 더불어 국가적 재앙이나 사회적 민폐로 보는 기존의 부정적 시각에 대한 수정이 필요해 보인다. 먼저 욜드 혹은 뉴시니어 세대가 만들어 내고 있는 고령친화시장에 대해 살펴보자.
지난 2014년 보건산업진흥원이 발표한 <고령친화산업 실태조사 및 산업분석>에 따르면, 고령친화시장 규모는 2015년 이후 연평균 10% 이상 성장하여 2020년에는 72.8조 원이 될 것으로 추정되었다. 매일경제의 디지털 언팩은 경희대 고령친화융합연구센터의 자료를 인용하여 2020년 고령친화 시장 규모는 72조 원이며 2030년 168조 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였다.
한편 고령친화시장의 구조를 살펴보면 여가의 비중이 가장 높게 나타난다. 앞서 언급한 보건산업진흥원 보고서에 의하면, 콘텐츠-스포츠-관광-레저 등 여가 시장 비중이 2012년에도 전체 고령친화시장의 34.0%로 가장 높게 나타났는데, 2020년에는 36.0%로 비중이 계속 확대되어 26.2조 규모로 전망되었다. 비중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요양, 의약품, 의료기기, 용품 등 ‘노인전용’ 시장은 모두 합쳐도 2020년 전체 시장의 34.8%인 25조 원 규모로 여가 시장보다 작다. 또한 요양을 제외한 나머지 시장은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정체 혹은 감소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두 번째로 큰 시장은 식품인데 2012년 23.4% 비중에서 2020년 24.2%로 계속 확대되어 17.6조 규모이다. 식품 시장에는 건강기능식품과 특수용도식품뿐만 아니라 일반식품도 포함되어 있다.
고령친화시장에서 여가 시장이 의료 관련 시장보다 높은 비중을 보이는 현상은 상대적으로 젊고 활동적인 뉴시니어 세대의 특성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뉴시니어는 새로운 TONK족, 즉 Two Only No Kids 가구이다. 50대 이상 특히 60대 이상의 뉴시니어는 자녀들이 분가하면서 부부로만 구성된 가구이며, 이들은 가족 형성기 때와는 다른 소비행동을 보인다. <소비를 통해 본 5060 뉴시니어 탐구>에서 언급한 ‘일본 5060 뉴시니어의 7가지 소비의식’ 가운데 하나인 ‘시간 소비자, 시간을 어떻게 알차게 보낼 것인가’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소비자 집단이다. 70세까지는 건강과 경제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도전을 하면서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사회에 환원하고 70세 이후는 유유자적한 삶을 살겠다는, 순환하는 자신의 인생을 즐기는 새로운 소비자 집단의 특성이 반영된 시장이다.
뉴시니어의 경제력에 대해서 살펴보자. 2017년 삼정 KPMG 경제연구원이 발표한 <고령사회 진입과 시니어 비즈니스의 기회>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50대~60대 중반 연령층은 생애주기마다 높은 취업 비중을 유지하면서 연도별 고용률이 상승하는 세대이다. 이 세대는 청년기인 1980년대부터 장년기인 2010년대에 이르기까지 가장 높은 취업자 비중을 점유하고 있다.
이처럼 높은 취업 비중을 점유하며 고용시장에서 이탈하지 않고 생산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50대~60대 연령층은, 순자산 보유 항목에서도 우세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통계청의 <가구주 연령별 평균 순자산액>을 보면, 추세적으로 상승하는 50대 가구주의 평균 순자산은 2019년 4.0억 원으로 모든 연령층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며 60세 이상의 경우도 3.68억 원으로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다른 연령층 대비 높은 순자산액을 보유하고 있으며, 또한 임금노동자로서 노동시장에서 이탈한 경우 창업을 통해 자영업자의 형태로 스스로를 부양하는 50대~60대 연령층은 자기 부양능력을 갖춘 최초의 장년층이다.
지금까지 세 차례에 걸쳐 인구통계학적 분석, 소비의식을 통해 본 세대 특성 분석, 고령친화시장과 경제력 분석 등을 통해 한국의 5060 뉴시니어 세대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연평균 3% 수준으로 성장하며 전체 인구의 30%를 점유하는 1,500만 명 규모의 거대 인구집단, 건강하고 적극적이며 미래지향적인 성향, 자기 부양이 가능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여전히 생산과 소비에 참여하면서 새로운 인생의 가치를 추구하려는 한국의 5060 뉴시니어 세대. 이들의 등장은 한국사회의 ‘재정적, 심리적 부담’일까? 아니면 새로운 가능성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