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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iel Jan 16. 2020

어두운 숲에서 있었던 일들 (신곡 2)

신곡 지옥편 제1곡 (Inferno, Canto 1)

1300년 4월 7일 聖 목요일 저녁 무렵 단테는 문득 ‘정신을 차려 보니 어느 어두운 숲을 하염없이 걷고 있는’ 자신이 ‘올바른 길에서 벗어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당시 35세의 단테는 피렌체의 통령 즉 프리오레(Priore)에 오르면서 인생의 절정기에 서있었고 동시에 정치적 위험을 당면하고 있었다. 그는 어두운 숲을 헤매면서 미혹에 빠진 자신을 돌아본 것이다.


어두운 숲이 그에게 자각의 시간을 준 것이다.

숲에서 가까스로 벗어난 단테 앞에 암표범이 나타난다. 태양이 떠오르면서 암표범을 물리쳤지만 이어서 사자와 암늑대가 나타난다. 그것들은 두렵고도 힘겨운 자각의 시간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단테 앞에 나타난 색욕, 권력욕, 식욕의 유혹을 상징한다. 어느 책에서 읽은  ‘인간이 자기의 실존 이해를 새로 갖게 되었다고 해서 구원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구절을 생각나게 하는 대목이다.

그 후에 단테는 지옥과 연옥의 순례를 인도해 줄 안내자, ‘사람은 아니지만, 일찍이 사람이었던’ 로마의 시인 베르길리우스를 만난다. 베르길리우스는 자긍심 높았던 로마의 황제 아우구스투스의 위임을 받아 로마의 새로운 건국신화인 ‘영웅 아이네아스에 얽힌 서사시, 아이네이스’를 쓴 大시인이다.


트로이는 멸망했지만 영웅 아이네아스는 살아남아 트로이 재건을 도모하며 이탈리아에서 로마를 건국했다. 베르길리우스는 패망의 절망에서 건국의 희망을 이룩한 아이네아스를 이렇게 노래했다. ‘전쟁과 영웅을 내가 노래한다. 뮤즈의 여신이여 내게 일의 연유를 떠올리게 하소서.’


단테는 절망에서 희망을, 그리고 스스로 신화를 창조했던 위대한 시인 베르길리우스를 본받아 지옥과 연옥의 순례를 노래한다.

여기까지가 신곡 전체의 도입부에 해당하는 지옥편 제1곡(Inferno, Canto 1)의 요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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