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Divina Commedia, Inferno
1300년 4월 8일 금요일 밤 이윽고 단테는 베르길리우스를 따라 지옥문을 통해 지옥 안으로 들어간다. 그 날은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신 성주간의 성 금요일이었다.
지옥의 첫인상은 ‘별 없는 하늘’과 ‘슬픔, 근심, 분노의 소리’ 그리고 ‘손으로 무언가를 치는 소리’였다. 출구 없이 닫힌 어두운 공간 속에서 따스함과 생산을 잊은 입과 손은 분노와 원망으로 타인을 향한 부정적인 소리와 행동에 집착하고 있었다. 단테가 아케론 강변을 눈물을 흘리며 서성거릴 때, 지옥의 뱃사공 카론이 나룻배를 저어 오며 이렇게 외친다. ‘너희 악한 영혼들이여 하늘을 보리라 바라지 말아라! 나는 너희를 저 너머 강둑, 영원한 암흑의 불구덩이와 얼음 속으로 끌어 가려고 왔도다.’ 단테는 아케론 강을 건너 지옥 순례를 시작한다.
아케론 강 너머 지옥은 아홉 개의 감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옥 림보(limbo)는 훌륭하게 살았지만 그리스도를 몰라 세례를 받지 않은 자들이 머무는 곳으로 통곡은 없으나 한숨만 가득하다. 베르길리우스도 이 곳에 속한 사람이다. 단테는 고대 그리스의 시인들과 철학자들을 만나 대화를 나눈다.
2옥은 색욕의 죄인, 3옥은 폭식의 죄인, 4옥은 걸신들린 듯이 돈을 모으는 자와 무분별하게 낭비하는 자들이 나뉘어 벌을 받는 곳, 5옥은 쉽게 화를 내는 자들이 벌을 받는 곳이다. 2옥부터서 5옥까지는 모두 ‘무절제’의 죄를 지은 자들이다. 그리고 제6옥은 이교도들을 매장하는 열화의 층이다.
7옥과 8옥 그리고 지옥 가장 깊은 곳인 9옥에는 ‘악의에 의한 죄인’들이 속한 곳이다. 나쁜 일임을 분명히 알고 상대에게 해를 끼치려는 의도로 죄를 지은 자들이 가장 혹독하고 모진 고통을 당하는 곳이다. 7옥은 폭력의 죄, 8옥은 기만의 죄, 9옥은 배신의 죄를 벌하는 곳이다.
<단테 신곡강의>에서 이마미치 교수는 지향성 혹은 의도가 중요한 것이며 명확한 악의를 동반한 죄, 특히 가장 나쁜 악의는 신으로부터 떨어져 나가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토마스 아퀴나스에 의하면 ‘신을 향하도록 창조된 인간’이 신을 등지고 신과 반대되는 일을 하고자 하는 배신이 가장 나쁘다고 한다.
단테는 더 깊은 지옥으로 내려갈 때 그 참혹함으로 ‘측은함이 깊어져 죽은 듯 의식을 잃고 시체가 쓰러지듯 넘어졌다’고 한다. 이처럼 참혹한 지옥이 신의 창조 계획 속에 들어 있었고 영원히 지속되는 의미는 무엇일까? 어느 사제가 이렇게 알려 주었다. 자신의 죄의 원인을 자기 안에서 찾아 진심으로 통회하지 않고 자기 밖에서 찾는 자들이 속한 지옥은, 구원의 희망 없이 내려가는 곳이며 다시 올라갈 수 없는 상태이다. 한편 토마스 아퀴나스에 의하면 인간은 자신의 자유의지의 결과로 지옥-연옥-천국을 가게 된다고 한다. 즉 인간은 자신의 자유의지가 투영되어 하느님의 사랑이 부재한 지옥으로 가는 것이다. 자유의지를 가진 인간에게 하느님이 필요한 존재임을 깨닫게 하는 것, 그것이 지옥의 존재 의미이다.
단테는 1옥에서 9옥까지 3일간의 지옥순례를 마친 단테는 베르길리우스의 안내를 받아 ‘잠시 쉴 겨를조차 없이’ 지옥을 도망쳐 나오며 ‘둥그런 한 구멍으로 하늘이 옮겨 가는 아름다운 것들을 볼 수 있는 곳에 이를 때까지, 그가 앞서고 나는 뒤따르니 그리하여 그곳을 벗어났노라’라고 노래한다.
그리고 부활 대축일에 ‘다시금 별들을 보기 위해’ 연옥으로 옮겨 간다.
Inferno, Canto 3 ~ Canto 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