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자야가,범내려온다,광속질주,카바이드불빛,꿈이야기,야상곡
해진 뒤 집 문을 나서다
그대 지나가는 모습 보았네.
어여쁜 얼굴에 머리 한층 아름답고,
향기로운 냄새 길에 가득 차네.
해진 뒤 집 문을 나서다
그대 지나가는 모습 보았네.
어여쁜 얼굴에 머리 한층 아름답고,
향기로운 냄새 길에 가득 차네.
落日出門前
瞻矚見者度
冶容多姿鬢
芳香已盈路
낙일출문전
첨촉견자도
야용다자빈
방향이영로
樂府詩集
범 내려온다, 범이 내려온다.
범 내려온다. 범이 내려온다.
장림 깊은 골로 대한 짐승이 내려온다.
몸은 얼숭덜숭, 꼬리는 잔뜩 한 발이 넘고,
누에머리 흔들며,
전동 같은 앞다리,
동아 같은 뒷발로
양 귀 찌어지고,
쇠낫 같은 발톱으로
잔디 뿌리 왕모래를 촤르르르르 흩치며,
주홍 입 쩍 벌리고 ‘워리렁’ 허는 소리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툭 꺼지난 듯,
자래 정신없이 목을 움추리고 가만이 엎졌것다.
이날치밴드 <범 내려온다> 중에서
지난밤 머리도 빗지 않고
실단 같은 머리 양 어깨에 풀어 흩뜨린 채
님의 무릎 위에 누웠을 적에
어느 곳인들 어여쁘지 않았으랴!
지난밤 머리도 빗지 않고
실단 같은 머리 양 어깨에 풀어 흩뜨린 채
님의 무릎 위에 누웠을 적에
어느 곳인들 어여쁘지 않았으랴!
宿昔不梳頭
絲髮被兩肩
婉伸郎膝上
何處不可憐
숙석불수두
사발피양견
완신낭슬상
하처불가련
樂府詩集
光粒子의 이동, 광속질주
늦은 밤 을지로 3가,
그 힙지로를 비춰내던 카바이드 불빛
명동, 카바이드 불
밤늦은 창으로 녹매화가 날렸던 날 한 가지 색실로도
기화를 이워내고 둥근 수틀 속의 집이여
두어 마리 가금이나 낮은 뜰 채송화와 연녹두 여치를
길러내어 박 속 같은 수란이나 간 얕은 민어포의 점심상
그 눈마을 풍경 속에 주워다 기른 개 한 마리
새끼를 낳는다면,
늦은 밤 명동 싸구려 액자
그 액자를 비춰내던 카바이드 불
내가 진정 본 것은 무엇인가
허수경 시집 <혼자 가는 먼 집>에서
꿈에 대한 여섯 가지 이야기
#1. 지금은 사라졌지만 말레시아의 밀림 깊숙한 곳에 살았던 '세노이'라는 원시부족에게는 꿈이 삶의 중심이었다. 그들은 '꿈의 부족'이라고 불렸다. 매일 아침 그들은 불 가까이 둘러앉아 식사를 하면서, 저마다 간밤에 꾼 꿈에 대해서만 이야기했다. 누군가에게 해를 끼치는 꿈을 꾼 사람은 꿈속에서 해를 입은 사람에게 곧바로 선물을 주어야 하고, 꿈에서 남을 때린 사람은 맞은 사람에게 용서를 구해야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역시 선물을 주어야 했다.
#2. 한 아이가 호랑이를 만나 도망치는 꿈을 꾸었다고 얘기하면, 세노이 부족 사람들은 아이에게 그날 밤 다시 호랑이 꿈을 꾸고 호랑이와 싸워 그것을 죽이라고 시켰다. 노인들이 아이에게 그 방법을 일러주었다. 아이가 호랑이와 싸워 이기지 못하면 사람들이 모두 아이를 나무랐다.
#3. 성관계를 갖는 꿈을 꾸면 세노이 부족 사람들은 반드시 오르가즘에 이르러야 한다고 생각했고, 현실로 돌아와서는 꿈속의 연인에게 선물로 감사를 표시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겼다. 악몽 속에서 적대적인 상대와 마주치면 달아나지 말고 반드시 이겨야 했고, 나중에는 그 사람을 친구로 삼기 위해 그에게 선물을 요구해야 했다.
#4. 세노이 부족 사람들이 가장 갈망하는 꿈은 하늘을 나는 꿈이다. 비상하는 꿈을 꾸었다는 사람이 있으면 부족 사람들 모두가 축하의 말을 건넸고, 아이에게는 처음으로 비상하는 꿈이 세례와도 같은 것이었다. 사람들은 아이에게 선물을 듬뿍 주었고, 어떻게 하면 미지의 나라까지 날아가서 신기한 물건들을 가져올 수 있는지 가르쳐 주었다.
#5. 세노이 부족은 서양의 민속 학자들을 매혹시켰다. 그곳에는 폭력이나 정신병이 없었고, 스트레스나 정복의 양망도 없었다. 노동은 생존에 꼭 필요한 만큼만 하면 되었다. 세노이 부족은 1970년대 그들이 살고 있던 숲이 개간되면서 사라졌다. 그러나 우리가 그들의 지식을 활용하는 것은 가능하다.
#6. 어떻게 하면 꿈을 꾸는 동안 맑은 정신을 유지할 수 있을까? 먼저 전날의 꿈을 매일 아침 기록한 다음 날짜를 써넣은 일부터 시작하라. 그리고 세노이 부족처럼 그 꿈에 대해서 아침 식사 시간 같은 때에 주위 사람들과 이야기해보라. 그 다음엔, '꿈꾸고 싶은 주제를 생각하며 잠이 든 다음 그것을 꿈에서 만나는, 꿈의 항공학'에 도전할 차례이다. 꿈에서는 누구나 전지전능하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중에서
한강 야상곡
비 내리는 영동교
밤비 내리는 영동교를 홀로 걷는 이 마음
그 사람은 모를 거야 모르실 거야
비에 젖어 슬픔에 젖어 눈물에 젖어
하염없이 걷고 있네 밤비 내리는 영동교
잊어야지 하면서도 못 잊는 것은
미련 미련 미련 때문인가 봐
밤비 내리는 영동교를 헤매 도는 이 마음
그 사람은 모를 거야 모르실 거야
비에 젖어 슬픔에 젖어 아픔에 젖어
하염없이 헤매이네 밤비 내리는 영동교
생각 말자 하면서도 생각하는 건
미련 미련 미련 때문인가 봐
주현미
에필로그, '서울 밝은 달밤에 밤 드리 노니다가'
밤은 호르몬보다는 페르몬의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