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슬컬처(cancel culture)의 명(明)과 암(

by 유기적 시선

캔슬컬처(cancel culture, 등돌림 문화)*는 유명인이나 공적 지위를 가진 사람이 논란이 될 행동이나 발언을 했을 때, 대중이 SNS*(소셜 네트워킹 서비스, social networking service) 등에서 지지(follow)를 취소하고 거부하는 현상을 말한다(국립국어원 새말모임, 2023).

이른바 공인(公人)*은 대중의 끊임없는 평가와 시선을 받아야만 하는 위치이다. 사회도 그 위치의 대가로 막대한 금액, 신뢰, 애정을 제공한다.


그렇다면 공인은 마냥 대중들에게 잘 보여야 할까?

자신이 아닌 ‘가면을 쓴 인격’을 만들어 대중 앞에서 페르소나(persona)*를 씌워야만 하는 존재일까?

이러한 질문은 근본적으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도출해낸다.


캔슬컬처는 공인의 책임을 강화하는가, 또는 새로운 형태의 통제를 만드는가?




캔슬컬처의 출발점: 인터넷이 만든 ‘즉각적 감시 사회’


캔슬컬처는 인터넷과 SNS의 대중화로 인해 가능해졌다. 예전에는 공인의 행동을 대중이 직접적으로 평가할 물리적인 환경이 존재하지 않았다. 대중은 오로지 신문 또는 텔레비전 등이 보여주는 범위 안에서만 판단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SNS가 실시간 피드백 구조를 만들면서, 대중은 공인의 행동을 즉시 평가하고, 즉시 철회하고, 즉시 단죄할 수 있는 위치에 올라섰다.

캔슬컬처의 장점은 바로 이 지점에 있다.

대중은 드디어 공인에게 적극적으로 의견을 피력하고, 잘못된 행동에 대해 실시간으로 책임을 요구할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초기의 캔슬컬처는 그래서 ‘더 평등한 사회로 가는 과정’처럼 보였다. 소수의 엘리트가 대중을 통제하던 지배구조가 흔들리고, 대중이 공인을 견제하는 힘을 갖게 된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권력은 여전히 건재하다. 캔슬컬처가 활성화될수록 권력자들이 곧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 권력구조를 견고히 하기 위해서는 여론을 이용하는 방법을 바꿔야만 한다는 것을 말이다.




1. 프로파간다(propaganda)의 플랫폼이 바뀌었다


예전의 프로파간다는 신문, 방송, 라디오와 같은 전통 매체를 장악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SNS를 장악하는 쪽이 여론을 장악한다. 알고리즘을 지배하는 기업, 정치 권력, 자본은 SNS라는 거대한 ‘여론의 키(key)’를 다시 손에 쥐었다.


2. AI가 만든 변이 메시지의 대량 확산


SNS를 손에 넣은 권력자는 이제 AI를 이용해 메시지를 대량 생산하고, 변형시키고, 사실과 비사실을 뒤섞어 새로운 프레임을 만든다. 캔슬을 촉발하는 ‘도덕적 분노’조차 알고 보면 조작된 메시지일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작업들을 통한 메시지들은 결국 대중이 공인을 캔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배후에는 다시 자본과 정치권력의 조종이 존재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대중을 위한 해결책: 헤게모니(Hegemony)*의 늪에 빠지지 않도록 촉각을 곤두세울 것


대중의 힘이 커졌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가장 위험한 순간이다. 대중은 권력구조를 뒤바꾸지 못했다. 견고했던 권력구조가 잠시 흔들렸을 뿐이다. 그리고 그 권력과 통제구조가 흔들리는 동안에도 권력자들은 여전히 최상단에서 여론을 재조립하려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캔슬컬처’라는 단어가 주는 정의감에 취해서는 안 된다.

대중은 '우리가 세상을 바꾸었다'고 착각할수록 더 쉽게 조작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누가, 어떠한 방식으로, 무엇을 위해 여론을 움직이고 있는가를 끊임없이 의심하고, 들여다보는 감각과 이를 파보는 노력이다. 대중의 힘을 유지하려면 대중이 스스로 더 현명해져야 한다.

아직은 권력피라미드가 흔들리고 있는 지금, 대중들은 재빠르고 현명하게 자신의 권리를 확보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해야만 한다. 프로파간다가 헤게모니로 굳어지기 전에 말이다.




용어정리

캔슬컬처(cancel culture): 논란이 된 행동·발언을 한 공인을 대중이 SNS 등을 통해 배제·보이콧하는 문화.

SNS(Social Networking Service,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 인터넷 기반에서 개인들이 관계를 형성하고 소통하며 정보를 공유하는 플랫폼.

공인(公人, public figure): 개인의 사적 범위를 넘어 사회적 영향력, 공적 책임, 대중적 인지도를 갖는 사람을 의미한다.

페르소나(persona): 융(C. G. Jung)이 말한 사회적 가면. 개인이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드러내는 외적 인격.

프로파간다(propaganda): 특정한 목적을 위해 편향적·조작된 메시지를 대량으로 전달하는 행위.




참고문헌

국립국어원 새말모임. (2023). 캔슬컬처. 국립국어원. https://opendict.korean.go.kr

국립국어원. (n.d.).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우리말샘. https://opendict.korean.go.kr

국립국어원. (n.d.). 공인. 표준국어대사전. https://stdict.korean.go.kr

Jung, C. G. (1953). Two essays on analytical psychology. Routledge.

Ng, E. (2020). No grand pronouncements here...: Reflections on cancel culture and digital media participation. Television & New Media, 21(6), 621–627. https://doi.org/10.1177/1527476420918828

boyd, d. m., & Ellison, N. B. (2007). Social network sites: Definition, history, and scholarship. Journal of Computer-Mediated Communication, 13(1), 210–230. https://doi.org/10.1111/j.1083-6101.2007.00393.x

Jowett, G. S., & O'Donnell, V. (2018). Propaganda & persuasion (7th ed.). SAGE.

Gramsci, A. (1971). Selections from the prison notebooks (Q. Hoare & G. N. Smith, Eds. & Trans.). International Publis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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