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나는 꼭 똥인지 된장인지, 직접 먹어봐야 아는 사람이다.
먹어보고 나서야 “웩, 이거 똥이었잖아...” 하며 뒤늦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 결론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은, 생각보다 험난하다.
그런데 나는 어릴 적부터 그 과정을 거쳐야만 직성이 풀리는 아이였다.
‘패션디자이너, 바로 나야 나!’
어릴 때부터 꾸미는 걸 좋아했다.
그래서였을까, 나도 모르게 패션디자이너라는 꿈을 품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스타일리스트와 디자이너의 차이도 모른 채.)
그 직업이 나와 잘 맞는지, 아닌지를 알고 싶었다.
그래서 대학 시절, 패션 수업을 청강했다. 본과생들보다 더 치열하게 수업에 임했다.
그걸로는 부족했다.
방학이 되자, ‘동대문 라사라 패션전문학교’에 등록했다.
학교에서 받은 장학금으로, 진심을 담아.
동대문에서 천도 사고, 가위도 사고, 재봉 도구도 사고...
2개월 동안 열심히 수업을 들으며 형광 핑크빛 치마 하나를 만들었다. (나한테 맞지도 않더라)
그리고…
그게 다였다.
막상 해보니 미싱은 재미없었다.
겁이 많던 나는 손 다칠까 무서웠고, 재단 작업은 금세 지겨웠다.
결국 관뒀다.
3개월쯤 지나고 문득 생각이 들었다.
“내가 너무 쉽게 포기한 건 아닐까?”
“디자이너가 아니라, 스타일리스트가 되어야 했던 건 아닐까?”
그러려면, 패션의 메카 ‘동대문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야 했다.
바로 그 자리에서 도매 사장님들에게 메일을 보냈다. 무려 50통.
“저는 스타일리스트를 꿈꾸는 학생입니다.
동대문 새벽 시장을 직접 경험하고, 일을 배우고 싶습니다.
일당은 안 주셔도 됩니다.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싶어요.”
그 중 단 한 곳에서 답장이 왔다.
“저희 가게에서 일해보세요.
하지만 정말 힘들 거예요. 각오하고 오셔야 합니다.
사실... 추천하진 않아요.”
그때 고민이 밀려왔다.
진짜 이걸 이렇게까지 경험하고 싶은 걸까?
마음속에서 몇 번이고 시뮬레이션을 돌려봤다.
그리고 결국, 하지 않기로 했다.
정중히 다시 메일을 보냈다.
이런 마음으로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았으니까.
결론적으로,
패션디자이너, 스타일리스트의 꿈은 ‘된장’이 아니었다. 똥이었다.
(나와 정말 맞지 않았다. 지금도 가끔 패션 테러리스트란 말을 들을 정도니까.)
그리고 이 ‘똥된 마인드’는 직장생활 10년 차인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넌 그걸 또 먹어봐야 알겠어? 그게 될 거라고 생각해?”
“근데 이렇게는 안 해봤잖아요.”
누군가는 나를 ‘똥된이’라고 부른다.
괜찮다.
이건 내 에너지를 써서 직접 만들어낸 결과다.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일이다.
나는 내가 직접 경험하고, 부딪히고, 마주해야만 이게 똥인지 된장인지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나는 또 진심이다.
매번. 어느 누구보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