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두 아이를 비칠 때
가을의 정취를 느끼려,
공원에 앉아 가만히 자연을 바라보았다.
나무와 햇살, 바람.
어제는 막걸리를 한 잔 하고 홍상수 감독님의
해변의 여인 영화를 봤다.
“사랑해요”라고 외치는 바다 장면에서는
이상하게도 눈물이 흘렀다.
“솔직하게 말해줘. “라고 말하는 여자 앞에
솔직할 수 없는 남자는 구질구질하지만,
그 또한 외로운 남자라 여겨졌다.
그런 저런 생각에 사로잡혀
햇살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사색을 즐기고 있는데
초등학생 소녀와 소년이 보였다.
백팩을 멘 단발머리 소녀가, 햇살을 받으며 서있고
축구공을 한 손에 든 소년이 해맑게 웃으며
소녀 뒤에 섰다. 소년은 소녀의 등에 가볍게
공을 던지고 도망쳤다. 소녀는 전력질주로 소년을 쫓기 시작했다. 햇살이 그들의 모습을 빛의 향연으로
변모시켰다. 빛과 빛이 서로를 잡으려고
술레잡이 놀이를 했다. 소년이 웃고,
소녀도 웃는다. 두 아이의 장딴지의 알이 참
열정적으로 가득 차있다. 젊음이, 열정이 순수가
그들의 시간에 존재하는 것이 아름다웠다.
소년은 붙잡혔고 소녀에게 90도로 인사했다.
소녀는 사과를 쿨하게 받아주며 등을 톡톡
건드렸다. 두 아이는 미소를 짓는다.
햇살이 그들을 비춘다.
어른이 된 해변의 남과 여
순수한 소년과 소녀.
우리의 마음은 얼마나 먼 해변으로
날아가고 쓸쓸한 공허로 이어지는 것일까.
문득 단 하루라도 아이처럼,
그런 마음으로 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어른이 되어버린 지금의 나는
그런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