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제껏 신을 믿지 아니하였지만,
어리석은 제가 감히 간청합니다.
저는 인간이니,
신이 만약 세상에 존재한다면
당신의 피조물이자
한 인간으로서 창조주 신께
이 글로서 감히 간청드립니다.
저는 이제까지 신의 존재를 믿지 않았으며,
이 행위가 얼마나 모순적인지 알고 있으나.
그럼에도 이토록 어리석은 인간으로서 신 앞에
염치 불고하고 부탁드립니다.
그녀를 살려주소서.
그녀에게 시간을 주소서..
그녀가 사경을 헤매고 있습니다.
그녀의 딸은 임신을 하였고,
그녀의 아들은 저의 가장 친한 동생입니다.
며칠 전 아들도 알아보지 못한 채
허공에 손을 내밀며 일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부디 차가운 병실이 그녀의 마지막이 되지 않게 해 주소서.
그녀는 이 거친 세상 속에서 4명의 자식을 두었고,
여성의 굳건한 마음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노동하며
그 모두를 지켜내고 성인이 되도록
어머니로서 견뎌내었습니다.
아직은 그녀의 삶에 슬픈 이별을 주지 마시옵소서.
제가 이리 간청하옵건대
아직 그녀의 숨을 거두어가지 말아 주소서.
내년에 피는 꽃을 그녀의 자식들과
향유할 시간을 주소서.
곧 다가올 봄의 계절을 만끽할 시간을 주소서.
얼어붙은 시간이 아닌 따뜻한 햇살을 마주하고
사랑하는 딸의 아이를 볼 수 있게 도와주소서.
오, 신이시여.
이 목소리가, 언어가 신께 가 닿는다면
그녀의 숨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소서.
아직은, 부디 아직은 진실이 이리도 일찍
그녀의 삶에 찾아들지 않게 해 주소서.
무릎 꿇고 두 손 모아 기도합니다.
인간의 순리를 거역하고자 요청드리는 것이
아니옵니다. 단지 조금의 시간만,
신께 간청하옵건대 정말 일말의 시간만 주소서.
그녀가 가족들과 이별할 시간을 주소서.
어느 날 갑자기, 그녀가 이렇게 환청과
환각 속에서 자신과 자식도 알아보지 못한 채
떠난다면 그것은 그녀의 일생을 비추어 봤을 때
너무나 쓸쓸한 비극입니다.
그녀의 숨이 가족에게 닿을 수 있도록,
마주 본 눈과 눈이 마주치고,
서로의 동공에 사랑하는 이를 담을 수 있도록
지금보다 조금만 시간을 허락해 주소서.
계절이 지고, 낙엽이지는 순리에 따라
그녀의 생 또한 그 순리를 따르게 하시옵소서.
아직은 그녀를 데려가지 마시옵소서.
계절을 이탈하는 낙엽의 존재처럼,
그보다 빨리 저무는 꽃이 되지 않게 하소서.
일생의 딱 한번, 꽃이 피었다 지듯이
그녀의 마지막 또한 꽃이 피고
서서히 질 수 있는 시간을 주소서.
저는 이제껏 신을 믿지 않았고
저 스스로 이기적인 존재인 것을 압니다.
이 부분, 진실로 사죄드립니다.
그러나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신을 느끼지 못하는,
그토록 나약하고 어리석은 존재가 …
염치 불고하고
감히 신께 간청합니다.
정말로 신이 존재한다면,
그녀가 세상을 만끽할 찰나를 주소서.
이것이 저의 이기적인 욕심일지라도,
제 간청을 들어주소서.
당신은 어리석은 제가 아니라,
위대한 창조주 신이시니,
부디 제 부탁을 들어주소서.
신께서 그녀에게 시간을,
부디 그녀를,
살려주소서……
이제는 신의 사랑만이 유일한 안식처임을 아는
이 어리석은 존재가 기도하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