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당신을 만나러 갑니다.
그래요, 우리 서로를 잘 알지는 못했지만
꼭 한번 만날 기회는 있었을 텐데..
나는 당신을 대학교 때 우연히 봤었죠.
그때의 당신은 머뭇머뭇거리던, 어여쁜 여자 후배님.
그때는 당신을 잘 몰랐어요.
지금도 잘 안다고는 생각지 못하지만.
아! 지금 당신을 떠올려보니,
당신의 세계에는 낮에도 밤이었나요?
그 어둑한 시간들이 당신에겐 영원했지 않았을까
그런 추측을 해보아요.
당신은 눈이 오는 새벽 다음 날,
아주 멀리 긴 여행을 떠났어요.
그 긴 여행을 떠나기 며칠 전 저를 만나고 싶다고
누군가에게 전했었죠.
저는 지금도, 당신이 그렇게 영영 긴 여행을 떠날지는
생각지 못했습니다. 어디를 급히 갔나요?
꼭 가야 할 곳이었나요?
그래요, 우린 살면서 각자 떠나고 싶은 생각에 잠기죠.
마지막 문, 그 앞에서 당신은 무엇을 떠올렸나요?
나는 지금도 그때 당신을 마주하지 못한
죄책감에 스스로를 자책합니다.
아침에 눈을 떠서 창 밖을 보니 흰 눈이 왔네요.
당신은 떠나기 전 날 밤, 그 눈을 보고 참 좋아했지요.
어둠 속에서 새하얀 눈이 내리는 그 세상을 마주 선 채,
나는 아직도 그때의 웃는 목소리와 눈을 만지는
부드러운 손결을 기억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당신이 남겨놓은 한낱 기록일 뿐이죠.
나는 지금도 생각합니다.
눈이 녹더라도 만져볼 수 있듯이,
당신을 직접 만나서 느꼈다면,
무언가 해결되지 않더라도
당신의 아름다운 눈과 목소리를 마주하고,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면.
아마 지금쯤.
“우리가 이 아름다운 눈을 함께
마주하고 있지는 않을까?”
이제 당신이 떠난 지 3년, 매해 하얀 눈이 내립니다.
아름답네요. 처절하게 아름답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아요.
저는 지금 그 눈들에게서 세상의 핏자국들을 발견합니다.
당신이 눈이 되어 이리도 세차게 내리시니,
나는 그 핏자국 같은 세상을 견뎌보려 용기를 내봅니다.
그게 당신이 떠나면서,
제 가슴에 가르쳐 주신 것입니다.
오늘은 당신을 만나러 갑니다.
당신 앞에서, 이 눈을 만끽하겠습니다.
그래요,
언젠가 우리는 하얀 눈이 되어 만날 것입니다.
기다려주세요.
저는 그때 꼭 당신을 만나러 가겠습니다.
그럼 안녕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