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삶에는 꽃의 계절도 찾아올 것이라고.
애틋하게 여겼던 제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얼마 전 갑자기 어머니를 떠나보냈기에,
나의 마음이 한동안 그 친구에게 향함을 느꼈다.
학교를 보낸 후 무탈히 자신의 길을 나아가고 있음을 알고 있었기에, 그 이후 어떠한 연락도 따로 하지 않았었다.
그저 자신만의 시간 속에서 묵묵히 찬란한 고통을 지나고 있겠지,그리 여겼다. 이십 대의 나이는 그 주체할 수 없는 생명력의 힘이 어딘가로 향하지 않고는 견뎌낼 수 없는 시간이니까. 그 시간들이 무한히 열려, 그 친구의 꿈을 펼칠 세계가 온전히 다가오기만을 바라왔다.
그러다 갑자기 한 통의 연락을 받았고, 장례식장에 다녀왔다. 아직 이른 나이에 어머니를 떠나보낸다는 사실이
그 친구에게는 큰 진실로 다가올 것이라 느껴져,
그 여파가 그 친구의 삶 전체를 흔들지 않기를 바랐다.
장례식장에 다녀온 후 한동안 부담이 될까 연락을 하지 못했다. 그러다 시간이 흘러, 오늘 따스한 햇살에 문득 생각이 나 전화를 걸었다.
여전히 씩씩한 목소리였다.
내 걱정은 기우였는지, 역시나 그 친구는
자신의 삶을 소중히 여기며 꿋꿋하게 살아가고자 했다.
나는 그 목소리를 듣고 실로 안도했다.
요새 고려대에서 상실과 애도에 관한 수업을 듣던 중,
“어떠한 흔적은 지울 수 없기에, 애써 지우려 하지 않아도 된다.”라는 말이 전화 도중 문득 떠올랐다.
자신의 삶 깊숙이, 무의식 안에 새겨진 고통의 흔적을
애써 지우려 하지만, 그것은 이미 너무나도 선명히 새겨져
결국 나를 이끌 뿐이라는 문장들.
나는 그것을 일종의 ‘사랑’이라는 언어로 표현해보고자 했다. 이 말로도 그 고통의 흔적을 대체할 수는 없겠지만,
그 지울 수 없는 사랑의 기억은 이미 새겨진 시간이며
지나온 시간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지만,
그 친구에게 조심스레 내 마음을 전했다.
“너무 서두르지 말자… 천천히 너에게 스며들 그 시간을 간직하고, 그 이후에 아주 조금씩 좋아하던 것들을 하나씩 다시 해보면서… 그렇게…”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어쩌면 죽는 그 순간까지
그 흔적이 주는 상실의 고통을 벗어나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것은 지울 수 없는 흔적이니까.
그러나 나는 그 마음이라는 것이
그 친구가 매 순간 어머니를 사랑했던 시간들에 대한
숭고한 사랑이 담긴 감정이 아니었을까,
아주 조심스레 짐작해 본다.
그 친구가 무탈하고 건강하길 바란다.
이 고통의 흔적은 지울 수 없겠지만,
그 친구의 찬란한 삶에는 또 다른 꽃의 계절들이 피기를.
나는 여전히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