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샐러리캡 도입에 대한 단상
989억. 마지막 fa였던 롯데 자이언츠의 정훈의 계약이 끝나고 2022년 시즌을 앞둔 스토브리그에서 나온 숫자다. 약간 모자라긴 하지만 보상금액을 포함하면 사실상 1000억이 넘는 숫자였고 fa 예정이었던 선수 몇 명이 취소가 안 되었다면 정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2년 연속 관중이 줄어 수익도 없었고 도쿄올림픽 전후로 일어난 잡음과 함께 여러 가지 사건, 사고들이 많았던 여파로 팬들의 관심이 멀어져 있어서 예상외로 놀라웠다. 더더군다나 근래 몇 년 간 fa 총액이 점점 떨어지는 추세여서 더 그랬다. 물론 시장의 논리대로 움직이는 일이라 여론과는 반대일 수도 있고 예측은 항상 벗어나는 법이다. 그런데 이런 흐름 자체가 23년 샐러리캡이 영향으로 보는 경향도 있다. 연봉 제한이 없는 현시점에 돈을 불태울 수 있으며 샐러리캡 산정 방식을 높이려는 구단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kbo 구단 운영비를 살펴보면 18년 기준 선수단 평균 운영비는 273.6억 원이고 선수단 평균 연봉은 119.2억으로 되어있다.* 지금으로부터 4년 전 자료이니 지금은 좀 더 올랐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샐러리캡은 직전 해 선수단 평균 연봉을 기준으로 사는 것이 아닌 21, 22년 구단의 연봉 상위 40% 선수들의 예산 120%를 기준으로 한다고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외국인과 신인 선수들을 제외한다. mlb처럼 총연봉을 합산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고액 연봉을 늘려 놓아야 샐러리캡 상한선이 높아지는 것이다. 첫 샐러리캡 도입이기 때문에 앞으로 일어날 일과 kbo의 fa에서 무엇이 달라질까?
1. 처음 사치세를 내게 될 구단은 어디일까?
mlb는 빈익빈 부익부가 심한 편이다. 샐러리캡 도입 후 거의 매번 사치세를 낸 뉴욕 양키스 같은 구단이 있는가 하면 사치세는커녕 대형 선수 2~3명의 연봉값으로 26인 로스터를 꾸리는 탬파베이 같은 구단도 있다. 평균치에 가까운 돈으로 운영하기도 하지만 확실히 빅마켓 구단과 스몰마켓을 구단이 나눠져 있다. 그러나 kbo 구단의 경우는 부자 구단과 가난한 구단의 경계가 희미하다. 모기업이 대기업인 것은 차치하더라도 이들의 운영비가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점에서 그렇다. 투자하는 방식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지 어려울 정도는 아니다. 불과 10년 전에는 뒤로 현금 트레이드를 하는 식으로 구단을 운영했던 히어로즈조차도 이제는 네이밍 후원 형식으로 안정적으로 운영한다. 이것을 반대로 이야기하면 대부분의 구단이 적당한 태도를 유지한다고 볼 수 있다. 한 때 돈성으로 불리는 삼성 시절이나 최근에 양현종과 나성범을 함께 잡은 기아처럼 과감하게 투자를 하는 사례가 있긴 하지만 적자로 운영하고 있는 작금의 시스템 속에서 사치세를 감수하면서까지 투자하려고 할지 의문이다. 소프트 샐러리캡이긴 하나 사실상 웬만하면 향후 몇 년 간은 하드 샐러리캡처럼 운영할 것 같다. 물론 누군가 그 한계를 돌파한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서로 눈치를 보며 처음이라는 상징성을 얻으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2. 계약금의 비중이 낮춰질 수 있을까?
kbo fa 대형 계약은 대부분 계약금의 비중이 큰 편이다. 예를 들어 총액 4년 100억으로 계약을 한 a라는 선수가 있으면 계약금이 40억이고 60억이 연봉인 식이다. 단순 계산식으로 보면 평균 25억 연봉의 선수가 15억 선수로 탈바꿈하게 된다. 최대 10억 원의 차이가 발생하게 되고 이는 곧 형평성의 문제로 발전할 수 있다. 구단의 입장에서는 준척급의 선수를 한 명 더 사들일 수 있고 선수의 입장에서는 전략적으로 연봉보다 계약금의 비중을 높이려고 할 것이다. 이럴 경우 두 가지의 방식으로 바뀔 것이다. 첫 번째로 mlb처럼 계약금의 비율을 전체 연봉 10% 이하로 낮추는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계약 방식을 현 상태로 유지한 채 계약금의 비중과 상관없이 총 연봉 금액을 계약기간으로 나눠서 연봉을 산정하는 것이다. 위의 예에서 언급되었던 a라는 선수는 실제 연봉은 15억이지만 비율 연봉은 23억 정도 되는 식으로 계산하는 것이다.
3. 트레이드 때 연봉 보조로 어떤 변수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현재 트레이드 시장에서는 배제된 부분이 연봉 보조의 개념이다. 깊게 생각할 것 없이 선수를 맞바꾸면 돈을 주는 구단도 맞바꾸는 것뿐이다. 그러나 이제 이런 부분까지 신경을 써야 한다. 특히 즉시 전력감의 경우 연봉이 높기 때문에 트레이드 시에 잔여 연봉이라고 하더래도 상한선을 넘을 수가 있다. 그 부분을 감수하고 데려 올 수도 있지만 연봉 보조를 해주면서 선수 한 명을 더 주는 형식의 선택지가 생길 것이다. 이는 또 하나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지금도 현재와 미래를 맞바꾸는 트레이드가 있긴 하지만 이러한 선택지가 생긴다면 더 활발하게 선수 이동이 있지 않을까 싶다.
4. 평균 계약 기간은 늘어날까 아니면 짧아질까?
그동안의 fa 계약은 4년이 주를 이루었다. 근래에는 제도 변화와 함께 6년 계약도 등장했고 + 형식의 옵션계약도 늘어나고 있다. 그래도 보통 구단의 입장에서는 짧은 쪽으로 계약을 선호한다. 이는 fa 신청 기간과 관련되어 있다. kbo에서는 풀타임으로 시즌을 뛰었다고 가정했을 때 fa 취득 기간이 7~8년** 정도 된다.(고졸 7년, 대졸 8년) 병역면제 같은 경우를 제외하고 단순 계산했을 때 고졸 신인이 군대를 갔다 오고 fa를 신청할 즈음은 빨라야 29살이다. 2군에서 담금질을 하거나 부상일 수로 fa 취득일수가 모자라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보통 30살 이후에 fa를 신청할 수 있다. 에이징 커브에 따르면 20대 중후반에 커리어 절정을 이루고 그 이후부터 성적이 하향곡선을 그린다. 간혹 아웃라이어들이 있긴 하지만 드문 경우고 냉정하게 구단의 입장에서는 하향세를 타는 선수에게 큰돈과 계약기간을 안겨줄 수 없다. (여기에 대해서는 선수의 입장과 큰 차이를 느끼는 부분이다.) 분명한 것은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인데 구단에 따라 여유가 있으면 짧은 기간과 많은 연봉, 긴 기간과 적은 연봉으로 딜을 시도할 수 있다. 선수가 가지고 신념에 따라 선호도가 갈릴만한 계약이 오고 갈 수 있고 이것을 가지고 에이전트와 구단의 경쟁이 다양화될 것이다.
* 장현구 기자의 ‘프로야구단 작년 운영비 평균 274억 원… 선수 연봉 비중 44%’ 기사 참고
** 22년 이후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