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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nd Mar 10. 2023

14년 만에 한일전, 어디서부터 조금씩 벌어졌고 어쩌다

평균 구속 150 대와 140대의 차이.

첫 경기에서 몸이 풀리고 두 번째 경기 나잇세션에서 만난 한일전은 진검승부 자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1, 2회 대회 명승부를 만들어 냈던 한일전이었지만 3, 4회 대회는 만나지 못했다. 오랜만에 만나서였을까 초반에 명성에 걸맞게 치열했다. 그리고 익숙한 이름이 있었다. 다르빗슈와 김광현. 09년도 wbc에서 활약했던 두 선수는 당시 메이저리그에서 꼽았던 영건이었지만 이제 시간이 지나 노장이 되었다. 시간이 지나서였을까. 빠른 볼로 윽박지르던 두 선수도 이제는 물러갈 때를 알듯이 힘이 빠져 있었다. 각각 4 실점과 3 실점. 황혼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듯 오랜 시간 이름을 날렸던 두 선수도 마찬가지의 일이었고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세대교체가 눈앞으로 다가온 순간이었다.

3회 이후부터는 그야말로 다음 국대를 이어받은 영건들의 시대였다. 투수로 한정하자면 한국은 원태인, 곽빈, 정철원, 김윤식, 김원중, 정우영, 구창모, 이의리, 박세웅 앞으로 한국을 이끌 차세대 주자들이다. 일본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마나가, 우다와가, 마쓰이, 다카하시가 차례로 올라왔다. 그런데 초반에 팽팽했던 경기가 중반 이후에 급격하게 기울었고 차마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벌어졌다. 사력을 다해도 쫓아갈 수 없었다. 급기야 콜드게임이 목전이었다.


이러한 전력 차는 어디서 왔을까. 많은 부분이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평균 구속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kbo의 평균 구속은 142, npb는 147이다. 5km의 구속 차이는 상당히 컸다. 국가대표는 엘리트를 선수를 모으기 때문에 이보다 올라갈 수 있다. 그래도 한국 선수들의 평균 구속은 147. 일본 선수는 능히 150을 상회했다. 5km의 차이는 여전히 줄지 않았다. 여기서 갈렸다고 봤다. 한국 타자는 빠른 공에 승부를 빨리빨리 가져갔고 일본 타자는 초반부터 커트를 하며 투구 수를 점차 늘려갔다. 정확히는 금세 적응하고 타이밍을 맞춰갔던 것이다. 그렇기에 볼카운트 싸움은 길어지거나 불리하게 이어졌고 투수를 자주 바꾼다고 할지라도 큰 차이를 보여주지 못했다. 경기 중반이 되자 한국 타자는 뜬금포가 외에는 여전히 고전했지만 일본 타자는 잡아놓고 때릴 정도로 점수 차를 쭉쭉 벌려나가기 시작했다.  여기서부터는 누구도 막을 수 없었다.


15 프리미어 12 준결승전 기적적인 승리 이후 한국은 일본에게 연전연패를 하고 있었다. 17 아시아프로야구 챔피언십, 19 프리미어 12 2연패, 도쿄 올림픽, 23 wbc까지 근 6년 동안 꽁꽁 막히고 있었다. 이제 한 번쯤 끊어갈 때도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번 경기로 단기전도 가로막을 수 없는 확실한 실력 차이가 존재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김광현과 다르빗슈가 뛰었던 3회까지가 우리가 알고 있던 wbc였다. 바로 이 둘이 뛰었던 09년도 wbc. 이때 한국은 일본과 비등했다. 그것이  그대로 스코어로 드러났다. 3 대 4. 하지만 그들이 떠나간 영건들로 채워진 4회부터는 현재 수준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이후에 낸 점수를 합산해 보면 1 대 9. 극명한 차이다. 이제 한 수가 아닌 두 수가 밀린다고 인정하고 다시 시작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문동주, 김서현, 심준석, 장재영, 이의리 등 포텐셜을 가진 투수들이 대기하고 있다. 타자들도 이정후를 중심으로 재편해야 될 것이다. 이들을 잘 다듬어서 반격할 수 있는 풀을 만들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인재 풀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매번 일본과 필적한 전력을 구축하는 것이 힘들 수밖에 없다. 다시 최상의 전력을 모을 수 있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더더군다나 지금 일본은 역사적인 선수라 칭할 수 있는 오타니를 보유하고 있는 최고조에 이른 시점이기도 하다. 모든 것이 상승과 하강이 있듯이 다시 맞물리는 시점을 찾아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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