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성장의 시간이다.
참 좋은 사람 일 거라 생각했던 나의 친구들과 짧고도 긴 여행을 가게 된 것은 새로운 것을 알게 되는 복잡한 감정 전환의 시간이었다.
서로의 생각이 어떠한지 눈치를 보며 숙소나 경비, 여행지등을 선정하는데 다양한 시각 때문에 엇갈리는 부분도 있었지만 좀 더 꼼꼼히 체크하며 찾아보는 어느 한 사람의 의지로 인해 컨디션 좋은 숙소를 선정했고 우리는 만족했다.
여행지는 누군가는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서 그 사람의 의견을 따라주었고 음식은 펜션에서의 꽃인 바비큐를 하는데 모두 동의하였다.
낚시에 열성적인 한 사람은 낚시를 하고 싶어 여기저기 이리저리 행동이 분주했고 우리는 같은 곳을 바라보며 그 사람의 행동이 어느 한 곳에 머무를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함께 하는 여행이니 한 사람의 이기적인 마음도 충분히 이해하고 받아줄 의향이 없었다면 이 여행은 애초에 갈 생각도 안 했을 것이다.
셋이 함께하는 여행이지만 가고 싶었던 곳에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한다는 것은 꽤나 가슴 설레는 일이라는 것을 나도 알고 있음으로 그것은 낭만이라 생각했다.
잠깐 바닷물에 낚싯대를 던지고 나머지 둘은 바람이 불어 머리카락이 수없이 얼굴을 때렸지만 햇빛은 따가워 해를 등지고 있는 등대가 만들어 준 좁은 그늘로 들어가 앉았다.
우리 둘은 술을 좋아하고 조금은 알딸딸한 기분을 좋아하는 취미가 비슷해서 자동차 속 열기에 데워져 미지근한 맥주를 따 주거니 받거니 하며 마셨다.
세상에서 먹어 본 맛 중에 제일 맛없는 맥주 맛이었지만 눈부실 만큼 화장한 날씨에 빠져 들고 싶을 만큼 예쁜 바다를 보니 취기가 금방 올라왔다. 이것도 낭만이라 느끼며 그간 어색했을 감정을 정리하 듯 한 친구와 수다를 풀었다..
밤이 다 되어 숙소에서 한 바비큐 파티는 맛있는 고기와 펜션의 이쁜 분위기로 더 환상적이었고 나는 왠지 모르게 다운되는 기분을 올리기 위해 음악에 몸을 들썩였다.
웃음이 웃음을 만들어내듯이 한번 음악에 흥을 타기 시작하니 아예 일어나 춤을 추며 노래를 불렀다.
여전히 술은 맛이 없었지만... 이 자유를 만킥하며 홀가분한 마음으로 낯선 곳에 나와 함께 하는 좋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하지만 난 아직도 그날의 술맛이 왜 그렇게 맛이 없었는지 알 수가 없다.
우리의 얘기는 많이 하지 못하고 또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로 조금은 비교당하는 느낌을 받으면서 하루의 끝을 마감했다.
다음 날 매운탕을 먹고 싶어 해 안면도 바닷가 횟집에 갔다. 손바닥 만한 우럭과 그보다 더 작은 우럭 2마리가 엄청난 국물 속에 빠져있는 것처럼 보이는 8만 원짜리 가성비 제로인 매운탕을 맛있게 먹고 집으로 향했다.
돌아오는 길에는 비가 쏟아졌지만 그것도 낭만적이었다.
내내 생각했다. 왜 기분이 계속 처지는 느낌일까, 왜 또 술은 그렇게 맛이 없었을까..
서로가 서로를 너무 몰랐다는 생각이 들었고 차근차근 살펴보지 못했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은 결과를 도출했다.
알아온 시간은 중요하지 않다. 얼마나 질적인 만남을 했는지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1박 2일 여행처럼 오랜 시간을 함께하며 겪어봐야 알 수 있으니 이번 여행은 즐거웠다기보다는 이제야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었 던 것 같다.
그녀들 뿐이 아니라 내가 타인을 대할 때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타이밍에 기분 나쁜지, 또는 좋은지에 대해 알 수 있었다. 또 한 사람 한 사람의 성향도 색깔도 지나가 버린 시간 속에서 느꼈던 모습들을 비추어 보며 "이럴 땐 이래서 그랬구나"하며 이해가 가기도 했다.
하지만 기분이 나쁘고 감정이 상했다고 해서 인연을 쉽게 끊어 내고 싶지 않았다.
이제 알았으니 기분 나쁜 상황을 만들지 않으면 되지 않을까?
상처는 추억에 비례한다..... 그만큼 좋았던 순간 행복할 때도 많았으니까..
이해할 수 없는 말과 행동에 발끈하며 미움을 도발했던 우리들의 모습에서 또 아이의 모습이 보인다.
지혜롭지 못한 태도였고 미성숙한 어른의 모습이었다. 순간 우둔한 마음을 가졌던 것을 반성하며 차분히 생각을 가라앉혔다.
차마 다 이해할 수 없을지라도 조금씩 양보하며 맞추어 간다면 더 좋은 인연의 시작을 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