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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르페디엠 Oct 29. 2020

사이더 하우스

아무도 모르는 규칙

  1943년 대공 항기의 미국 메인 주. 호머 웰즈(토비 맥과이어)는 어릴 때 부모에게 버림받고 세인트 클라우즈 고아원에서 살고 있습니다. 고아원의 관리자이자 의사인 윌버 라치(마이클 케인) 박사는 원치 않는 임신으로 고민하는 여성들에게 불법 낙태 수술을 시행하고, 주인공 호머는 박사를 도우며 산파술을 배우며 살아갑니다. 

 

   라치 박사는 아이들에게 매일 밤

   “너희들이야 말로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왕자들이다”라고 격려합니다.  Good night you princes of Maine you kings of New England.

    아이들은 부모에게 버림받았거나 부모가 없는 고아들입니다. 라치 박사는 아이들의 어두운 현실보다는 매일 밤 너무도 멋진 말로 존재의 소중함을 일깨워줍니다.   


  아이들 중 호머는 어엿한 청년으로 자라나 라치 박사의 의술을 전수받았습니다. 비록 의과대학에서 공부하지는 않았지만 훌륭한 실력을 갖춘 의사가 되었습니다. 친아버지 이상으로 라치 박사를 존경하는 호머는 단, 한 가지 불법적인 임신중절에 대해서는 반대합니다. 생명을 죽이는 일이며 불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젊은 연인이 병원을 방문합니다. 그들이 온 목적도 임신중절을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수술을 마친 젊은 연인이 고향으로 돌아갈 때 호머도 이들을 따라나섭니다. 젊은 부자 청년인 ‘윌리’의 사과농장에서 일하기 시작합니다.

  윤리적인 측면으로 볼 때 호머의 행동이 옳을 수도 있어 보입니다. 그러나 인간적인 면에서 리치 박사의 행동도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젊은 호머는 고아원을 떠나 임신중절과 같은 너무도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을 직면하고 살아가야 하는 삶의 현장으로 들어갑니다. 호머의 인생 대학은 '사이더 하우스(사과농장)'였습니다. 


사과농장에는 규칙이 붙어 있었습니다.

 ‘침대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말 것'

 '술에 취한 채  기계를 만지지 말 것'

 '지붕 위에는 올라가지 말 것'

 '지붕 위에서 잠자지 말 것'


 사이더 하우스 일꾼들 숙소에 붙어있는 규칙들입니다. 호머가 오기 전까지 그 내용을 읽어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일꾼들은 글을 읽을 수 없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어느 누구 하나 그러한 규칙을 만드는데 참여한 사람도 없고 또한 그것에 대해 이야기를 들은 사람도 없었습니다. 영화의 한국 제목은 '사이더 하우스'인데 실제 영화 제목은 '사이더 하우스 룰'(The Cider House Rules)입니다. 호모는 일꾼 누구도 함께 정하지 않았고 읽어본 적도 없고 그래서 있으나마나 한 The Cider House Rules을  불속으로 던져버립니다. 

        

인부들의 두목은 정해진 규칙을 철저하게 지키는데 목숨을 거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은 자신의 딸을 성폭행하여 임신시킨 인면수심(人面獸心)의 인간이었습니다. 두목은 양심의 가책을 딸을 보내주며 딸이 찌른 칼에 맞아 죽습니다.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본 호머는 두목의 딸 로즈의 낙태를 돕습니다. 자신이 그토록 신념을 가지고 반대했던 낙태를 하게 되었습니다. 로즈가 아이를 낳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고심 끝에 호머는 규칙을 깨야 한다고 자문하고 낙태를 돕기로 결정합니다.

 '모든 바로잡으려면 때로는 규칙을 깨야 해! (Sometimes we gotta break rules to put things straights)'

  아무도 읽지 못하는 무용지물인 사과농장의 규칙을 불에 던져버리고, 한 인간에게 옳은 일이라 생각한 바를 돕기 위해 또 다른 규칙을 깨버리는 호머의 모습에서 과연 윤리는 무엇이고, 올바른 일은 무엇인가? 는 의문이 생깁니다. 

  호머 역시 인간의 양면성을 여과 없이 보여줍니다. 그렇게 친한 친구 전투기 조종사인 윌리가 군대로 돌아가자 고향에 홀로 남은 여자 친구 캔디와 사랑에 빠집니다. 만약 우리가 단편적으로 그런 이야기를 전해 듣게 된다면 호머를 매우 나쁜 사람으로 욕했을 것입니다. 자기에게 일자리까지 마련해준 고마운 친구의 애인을 빼았었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영화의 과정을 따라가면 이해하지 못할 것도 없습니다. 선과 악, 죄와 벌, 흑백논리로만 결정할 수 없는 인생의 고단함과 고뇌를 담고 있습니다. 젊은 시절 미숙한 청년의 시기에는 아버지와 같은 라지 박사를 비난하며 마치 본인은 '선'인 것 같은 자리에서 흑백논리로 이야기하지만 인생은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사과농장이라는 인생대학에서 알아갑니다.


  폭풍처럼 몰아치는 행복의 시간, 추악한 시간, 고통스러운 시간을 지나는 동안 윌리가 하반신 마비가 되어 고향으로 돌아오고 캔디는 윌리에게 돌아갑니다. 이 와중에 라치 박사는 아들 같은 호머를 위해 의사면허를 만들어줍니다. 몸으로 세상을 배워가는 호머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 날아듭니다. 갑작스러운 라치 박스의 죽음을 접하고 수도자가 세상에서 수도의 기간을 마치고 수도원으로 돌아오듯 호머는 고아원으로 돌아옵니다. 세상에 나가 성숙한 한 인간이 된 호모는 라치 박사의 뒤를 이어 고아들을 돌봅니다. 수도원과 같은 고아 원안에만 있었으면 알지 못했던 인생의 고통스러움과 환희를 모두 가슴에 간직한 채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을 따릅니다.

  영화는 무거운 주제를 여러 가지 던져준다. 단순히 낙태 문제에 있어서 흑백논리로 옳고 그름을 논하지는 않습니다. 타인에 삶에 반응하는 태도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삶의 민낯이 이렇게 드러나는 상황을 직면하면서 인간이란 '약하고 악한' 존재라는 것을 받아들이며 호머와 같이 삶을 따뜻하게 보듬는 애씀에 동참할 수 있는 우리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사진출처 : 다음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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