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돌이 인생

2. 제주생활 준비

by 안기석

2004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합격자 발표를 받고

(카니발의 그땐 그랬지같은...)

아...이젠 서울에서 실컷 놀아야겠다라는 마음으로 놀다가


문자 하나를 받았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하니 며칠까지 학교로 와주세요"


OT 참가하려고 비행기를 타야 하나...란 망설임도 잠시

어차피 연고도 없는 지역인데 사람들 안면 좀 터놓으면 좋겠다란 생각으로

제주도로 바로 내려가버렸다.


신구간이라고 하는 생경한 말을 듣고

신제주와 구제주 사이의 구간인가...라고 말했다가 바로 저건 뭔가...


알고보니 신이 없는 구간이라고 해서 손 없는 날 이사해야 한다는 말

1월 말부터 2월 초 일주일 정도이며

제주도에서 1년에 딱 한 번 이사를 할 수 있는 구간...


다시 한 번 내려와야 했다

(OT 이후로 대략 2주는 더 필요했으니까...)


현지 적응이 필요한 순간에 가장 먼저 떠오른 건

"혼술 할 곳을 찾아야겠다..."

(혼술 15년차...앉아서 홀짝거릴 곳이 필요했다)


3일밤 동안 11군데의 바와 펍을 돌아다녔고

그 결과 한 곳 찾은 건 나름의 큰 소득


그리고 다시 서울로 가서 설을 쇤 후

서울 자취방에 있던 짐을 상자 네 개로 나눠 싼 후에 편의점 택배로 고고


그리고 캐리어에 옷 대충 넣어서 새로운 자취방인 제주대학교 후문으로 갔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때는 정말 아무 것도 없는 동네

눈이 오면 차 못 올라오고, 원룸촌에 중국집 하나와 식당 한두 개

그리고 당구장과 피시방 하나 있는 산골...


지금도 여전히 크게 달라진 바 없는 그런 동네에서 앞으로 2년을 살게 될 거라고

생각하다보니 술 먹을 날 지천이겠구나...라는 생각만...


자취방은 생각보다 컸다. 연세 300, 월세로 하면 매달 30만원에

보증금 50인, 거의 날로 먹는 듯하지만 에어컨이 없는 그런 곳에 똬리를 틀게 됐고...


그리고 나의 제주 생활은 그렇게

아무도 없는 곳에서, 아무도 아는 이 없는 곳에서 문을 열게 됐다.


내 나이 서른하고도 하나가 되던, 2005년 2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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