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돌이 인생

3. 제주생활 첫 1년

by 안기석

제주생활도 대학교 입학과는 별 차이가 없었다.


어차피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곳에서 시작하는 것이었고

스무 살 때나 서른 한 살 때나 혼자 있는 건 마찬가지였다.


단지 차이점은 스무 살에는 기숙사에서 네 명이 살았다면

서른 하나 제주 첫 생활에서는 원룸에서 혼자 지냈다는 것


그래서 혼자 살 때의 로망인 티비를 중고 시장에서 5만원 주고 사서

침대 발 밑에 두고 유선방송을 신청했다.

명목상으로는 대학원 들어가니 CNN이나 기타 외국 방송도 보고

공부라도 할 겸사겸사였으나 기사 아저씨 말을 듣자마자

월 8,800원을 주고 스파이스 TV부터 신청한 게 함정...

(이 때부터 기력이 쇠했나보다...싶다...)


수업을 듣던 외국어교육관까지는 걸어서 5분 정도 걸리던 후문 자취방은

그 전까지 살았던 사글세방이나 미니원룸과는 전혀 다른 곳으로

주방도 있었거니와 세탁기에 가구까지 있던, 전과는 전혀 다른 곳이었으나

에어컨이 없다는 큰 단점이 있었다.


주인 왈 이 동네는 산천단 근처라 날씨도 선선해서 굳이 에어컨 필요 없다고

그러니 걱정 말라는 말로 날 위로하려는 척했으나...

이후에 알았다...제주도라는 곳이 그렇게 덥고 습하다는 걸...

(학교 도서관도 에어컨 별로 안 틀더라...염...)


한 기수에 10명 정도였던 한영과

그리고 대부분은 제주도에 살면서 학원이나 공부방에 일했던 사람들

그리고 제주도 사투리에 능한 사람들

(한 명은 교포니까 빼자...한국말도 제대로 못한다...)


입학 첫 2주 정도는 제주도 관련 표현을 배우느라 정신없었다.

사투리 자체도 알아먹기 힘든데 그걸 영어로 하라니...

과연 쓸모가 있는가에 대해 지도교수에게 이의를 제기했으나

나중에는 얼마나 쓸데없는 말이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배울 만했다, 아니 배워서 다행이었다...지금 일 하고 있는 거 보면...)


그리고 신입생환영회

참이슬 시켰다가 제주도에서 뭐하는 거냐며, 제주도에선 한라산 마시는 거라며

욕 한 바가지 시원하게 먹고 바로 한라산으로 갈아탔다.

뭔가 사카린 맛이 아는 듯했지만 먹다보니 아 소주는 역시 이래야해...

(육지에서 먹는 한라산 맛은 더 좋다...천원 비싸지만 용서 가능하다)


과 사람들하고 친해지며 과대표까지 하게 됐으나 제주도만의 특성을 몰랐다

물론 모든 지역의 특성이겠지만 특히 제주도 사람들이 갖고 있는 예의 그 폐쇄성

많은 고생을 했다...이건 뭐 예측가능한 범위가 아니니 뭐라고 말할 수도 없고...


한참을 고민했다

다시 육지로 돌아갈까, 그래서 다시 대학원 시험을 본 후 다른 학교로 가는 게

오히려 앞으로의 커리어에 더 좋지 않을까...

(그랬다면 난 제주도에 더 이상 올 생각을 안 했겠지?)


지금보다 훨씬 육지 사람들이 없었던

그래서 사람들이 이야기하던, 제주도가 제주도답던 시절에

난 제주도에서 제주도 사람들과 부딪치며 나름 생존법을 찾게 됐고

그 방법은 그냥 동네 사람들과 알고 지내는 게 답이라는 걸 알게 됐다.


어차피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고

제주도에 왔으면 사투리를 알아 먹어야 에누리라도 받을 거 아닌가...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떠돌이 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