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5 - 7일 (2박 3일)
아무래도 회사가 양산이다 보니
경남 서부보다는 경북, 특히 대구 근처로 가는 게 쉬운지라
금요일 퇴근 직후 어디로 갈까 고민하던 중
일본에서도 꽃놀이를 봤으니 한국에서도 꽃놀이를 즐겨보자는 심산으로
바로 경주로 튀었다...
숙소가 있던 경주역 근처에서 첨성대 뱡항으로 걷다가 우연히 본 카페
혼자 간 여행이니 카페보다는 맥주가 더 당겼고
안압지 야경을 찍으러 가야겠다는 마음에 눈으로만 잠시 지켜보고 말았던...
안압지 - 현재는 동궁과 월지 - 에서 바라 본 벚꽃
입장료 2천원을 내고 한 시간 정도 거닐자는 생각으로 갔다가
수많은 인파 사이에 혼자 다니면서 사진이나 찍어야지 했던...
야경은 정말 좋았다
삼각대를 가져 갔으면 어땠을까 싶다가도
그 무거운 삼각대와 무거운 몸을 이끌고 다니다보면
분명 제풀에 지칠 것이고 이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그러고 다니는 것도
더욱 청승스러운 것이며...작은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삼각대를 갖고 다니는 건 뭔가 모르게 주객이 전도된 듯한...
렌즈는 광각이랬다...
그리고 셀카는 더더욱 싫어하지만
셀카를 찍는 사람들을 보며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은...
사실 사진 찍히는 게 싫어서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거라...
그리고 혼자 돌아오는 길에 들렀던 순두부집
들깨순두부에 소주 한 잔을 마시면서 오늘 하루도 이렇게 끝이구나...라고 생각했다가
숙소에서 만난 젊은 친구들과 새벽 두 시까지 술을 마시고...
대릉원 방향으로 가던 중 스타벅스가 보여서 잠시 들렀다
그래도 나름 리저브 매장이란 장점이 있는지라 한 잔 마시려고 갔는데
아침 시간이었지만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네 가지 원두 중 나름 허세를 부리겠다고 자마이카 블루 마운틴
그것도 사이펀으로 한 잔 시켰다... 다른 드립은 12000원인데 블루 마운틴 사이펀은 13000원...
산미가 훅 들어오는 향이었는데 직원 왈 사이펀으로 내려서 마시다보면 괜찮을 거라고...
상당히 잘 부풀었다고, 맛이 좋을 거라고...
날이 상당히 좋았거니와 늘 찬 커피만 마시는지라 이번에도 아이스로...
커피는 따뜻하게 마시는 게 좋다지만 내 입에는 찬 커피가...
커피 내려주던 직원과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황리단길 한 번 가보라는 말에 커피 마신 후 바로 황리단길로 고고
커피 잘 마셨어요~
이 날 아침부터 벚꽃 마라톤이 있던 지라 7시 20분부터 12시까지 교통 통제가 있었기에
걸어다닐 수 있는 동네인 대릉원과 황리단으로 온 걸 잘 했다 생각하면서
아침부터 열심히 뛰어 다니는 사람들을 보며 대단하다는 생각도...
내 인생도 봄처럼 리셋이 됐음 좋겠네...
아침 볕이 좋았다
혼자 어슬렁거리다 눈에 띈 오미쿠지
용띠인 걸 보니 2012년생이려나?
경리단길, 망리단길은 가봤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가 본 황리단길
뭔가 아기자기하게, 경주 분위기에 맞춰서 꾸민 거 같긴 한데
여기도 젠트리피케이션 문제가 분명 생기고 있을 것이고...
동네 부동산 광고에는 황리단길 광고가 가득했고...
참새가 방앗간을 어찌 지나가겠나...
아침 11시 반 안 된 시간에 목이 말라서 서성이던 중 딱 찾게 된 수제맥주집 Tap There
2층에 탭이 있고 팔찌를 태그한 후 탭을 내리면 자동으로 계산이 되는 시스템
그런데 맥주가 찔끔찔끔 나와서 거품이 더 많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맥주 자체 맛은 괜찮은 듯
늘 먹는 IPA
과자 하나면 충분하니까... 배가 고프질 않아서 안주는 시키지 않고 맥주만 넉 잔 정도 마신 듯
황리단길을 걷다 배도 살짝 고프고 해서 들르게 된 황남회관
별다른 계획은 없었는데 마침 육전에 막걸리를 팔길래 혼자 올라가서 한 잔 하기로 했다
사실 5, 6년 전 경주에 왔을 때 지인이 소개시켜 준 육전맛이 기억 나서 꼭 한 번 먹고 싶었는데
이렇게 막걸리에 육전을 먹으니 그나마 그 때 기분이 나는 듯...
땅콩 안주도 상당히 괜찮았기에 배가 안 불렀으면 막걸리 한 병은 더 먹었을 듯한...
막걸리는 유통기한이 짧을 수록 맛이 좋은지라 일부러 10일짜리인 막걸리를 시켜서 먹었다
(사실 직원 추천도 있었고...)
식당 위에서 바라본 황리단길
사람도 많고, 차도 많고... 걸어오길 정말 잘했지...
어슬렁어슬렁 다니면 좋을텐데 사람이 많아서 그렇게 다니면 사람들에게 치이기 딱 좋을 곳...
서점 분위기가 참 좋았다
책을 사면 책갈피 하나 주면서 스탬프를 찍을 수도 있고
봉투에 담아서 주는데 봉투의 느낌도 참 좋았고...
봉투에 담긴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읽는 약을 받았으니 읽기만 하면 되는데...언제 읽을 수 있으려나...
나름 배색이 괜찮은 카페도 지나보고
골목길인 줄 알았더니 식당 앞이었던...
한복 입고 다니며 사진 찍는 처자들도,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여행을 즐기는 처자도
경주란 곳을 각자의 방식대로 즐기고 있던...
그러다 날씨도 덥고 해서 육회물회 정식을 먹기로 했다
13000원 정도 하는데 매콤하면서도 달달했던...
사실 이 집에서 가장 맛난 건 황태 육수였...
이번에 묵었던 경주 게스트하우스는 상당히 오래된 건물을 나름 개조한 듯한 곳이었다
구조나 이런 걸로 볼 때 여관을 개조한 게 틀림 없는 듯한, 방마다 있는 화장실과 오래된 벽지
그리고 1층 로비는 포트럭도 할 수 있는 로비가 있었지만 테이블이 떨어져 있어서
게스트들이 서로 모여서 한 잔하며 놀기에는 공간의 한계가 있는 듯한...
4인 1실 기준으로 17000원이었으니 금액도 상당히 저렴하고 주차장까지 있어서 더욱 편했던...
다음에 또 와봐야지
밤에도 역시나 한 잔했기에 해장국 생각이 나던 중
게스트하우스 근처에 해장국 골목이 있는 걸 보고 바로 나와서 콩나물해장국을 한 그릇 시켰다
사실, 전주식 콩나물해장국과는 완전히 딴판인 것이 국물도 미지근하고
모자반, 김치, 그리고 묵이 들어 있기 때문에 호불호가 심하다는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의 이야기
그러나 대전 사람인 내겐 해장국보다는 외려 묵밥을 먹는 느낌이었달까?
전주식 콩나물해장국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맞지 않는 맛이지만 내겐 괜찮았던 맛...
다음에 퇴근하고 경주에 오게 되면
금요일 저녁은 책이나 읽으면서 한 잔하고
토요일은 황리단길 맥주집에 책 한 권 가져가서 책 보며 맥주 마시고
일요일에 돌아올 땐 차로 갈 수 있는, 사람들 많지 않은 곳으로 가보면 어떨까라고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