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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기석 Dec 10. 2021

후쿠오카 꽃놀이

3월 30일 - 4월 1일 (2박 3일)

후쿠오카는 내가 살고 있는 양산에서 서울 가는 거랑

별반 차이가 없는 곳이기도 하고, 꽃놀이는 역시 일본에서 즐겨야 한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주초에 바로 검색 후 뱃편과 숙소를 예약하고 불쑥 가버렸다


늘 느끼지만 부산항 면세점은 제주공항 면세점보다도 작은지라

제대로 면세 쇼핑을 하기 위해서는 인터넷 면세점으로 물건을 구매하는 게 훨씬 낫지만

늘 시간에 쫓겨, 그리고 뭔가 사야한다는 걸 까먹는 게 부지기수...

뭐 까짓거 일본에서 사면 되지...라고 생각하지만 하카타항 터미널 면세점은 더 심하니까...


후쿠오카 갈 때마다 늘 타는 비틀

일반석 한 번 탔다가 고생도 했고, 3만원만 추가하면 그린석에 앉을 수 있기에

늘상 갈 때마다 그린석을 이용한다. 넓기도 하거니와 공짜로 맥주와 간식을 주니까...

아침 8시 반 출항하는 배 안에서 샌드위치에 아사히 맥주

이렇게 먹고 두어 시간 푹 자면 생각보다 멀미 기운도 없고 금방 도착하는 듯한 기적이...

사실 아침에 배가 많이 고파서 500엔을 주고 어부의 바 세 개를 구입했는데

웬걸 전자레인지가 없는지 차디찬 어묵이 나온지라 한 개만 먹고 나머지는 그대로 비닐 봉지행...

뭐 게스트하우스 가서 먹음 되겠지...


이번에도 역시나 2박 3일간 머무르게 될 the life 게스트하우스

순전히 작년 10월에 우연히 찾아온 곳인데 그 뒤로 마음에 쏙 들어서

세 번째 후쿠오카 여행에서도 이 곳에 머무르며 놀고 먹기로...


원래는 꼬치에 하이볼 한 잔 할 생각으로 나루토로 갔으나 5시 반에 연다는 소식을 듣고

어쩔 수 없이 전에 갔던 一天門에 가서 라멘 한 그릇 먹기로...

이 집 ねぎラーメン이 또 한 몫하는 지라 바로 먹기로 결정


특제 소스가 두 가지인데 빨강이로 할건지 파랑이로 할건지 늘 물어본다

난 빨간 게 좋으니까 이번에도 빨간 걸로 시키고 후쿠오카는 명란이 유명하니 명란밥도 하나


사실 후쿠오카 오기 전까지는 명란을 그다지 즐겨 먹진 않았는데 세 번째 오다보니

명란이 없는 후쿠오카 음식은 생각 자체를 못하겠더라는...


이 게스트하우스가 좋은 점은 1층에 바가 있기 때문에 언제라도 술을 마실 수 있고

그러면서 직원들과, 또는 이래저래 오가는 객들과 한 잔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

술 마시다가 캐널시티에 워킹홀리데이로 온 처자들을 알게 됐고 러시에서 일한다고 하길래

탈모 방지용 샴푸 사러 갔다가 득템한, 상당히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었...


일본의 선거 포스터. 4월 7일 선거를 대비해 후보들의 이름이 번호에 따라 붙어 있는데...

일본 선거는 기명 투표제이기 때문에 투표용지에 선출하고자 하는 후보자의 이름을 적어야 한다

그래서 쉬운 성씨와 이름은 한자로 쓰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이름을 히라가나로 적어서 

오기를 방지하고자 한다고... (잘못 적으면 무효표가 된다는 말이...)

투표를 하고자 하면 최소한 지지 후보의 이름은 적을 줄 알아야 한다는 명분이지만

기명 투표가 아닌 기표 제도가 문맹들에게도 공정한 참정권을 부여할 수 있다는 주장이 크다


나카스 中洲 주변 공사장

평지에 주차된 차 뒷바퀴에도 버팀목을 저렇게 대고 있는 거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고...


목이 말라 잠시 들렀던 바, 이름은 켈트

아이리시 분위기의 작은 펍으로 수제 맥주도 팔고, 담배도 피울 수 있어서

나같은 사람에게는 딱인 듯...


요나요나 ヨナヨナ 에일 한 잔


사실 이 때 후쿠오카에 간 가장 큰 이유는 꽃놀이, 즉 花見때문이었다

만화나 드라마로만 보던 일본의 꽃놀이를 느끼고 싶었달까?

우리의 꽃놀이와는 많이 다른 듯한 분위기...


이렇게 친구, 모임 등등 명당 자리 밑에 돗자리를 깔아 놓고 낮술을 하면서

시끌벅쩍하게 즐기는, 그리고 낮술 먹고 훅훅 가는 사람들이 많은 그런 분위기

저런 곳에 누워서 술이나 마시다가 낮잠이라도 잤음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던...


청소년들이 줄을 길게 늘어서 있길래 뭔가 해서 봤더니 교류회交流会라더라

연예인인지는 모르겠지만 다들 줄 서서 사인도 받고, 같이 사진도 찍고...


워킹홀리데이로 이 날 처음 후쿠오카에 왔다던 처자들

덕분에 러시에서 샴푸도, 비누도, 이것저것 사왔네

탈모 이야기 덕분에 이래저래 공부해서 추천해줬다고 하니 더욱 고마울 뿐


한국보다 일주일 정도 일찍 핀 거 같은데 돌아다니며 보니 날씨가 예년보다 좀 추워서

만개는 일주일 늦게 시작한다고... 타이밍이 살짝 아쉬웠지만 분위기는 느꼈으니까...


게스트하우스 스탭들

그래도 안면 트고 그랬다고 많이들 아는 척도 해주고 도움도 많이 줘서

이래저래 편하게 지내고 놀다 갈 수 있었다. ありがとう。


후쿠오카에 오면 빠지지 않고 늘 들르는 집 후타바스시 二葉鮨

나카스 초입에 있는 80년 된 집으로 갈 때마다 맛난 스시, 사시미와 재밌는 부부 덕분에

항상 맛나게 먹고 동네 사람들과 이래저래 이바구도 털 수 있는 집


가격이 싼 편은 아니지만 그만큼의 돈 값은 충분히 하고 남는다

갈 때마다 오마카세로 시키기 때문에 어떤 메뉴가 나오는지 전혀 알 길은 없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 가고 싶고, 갈 때마다 배 터질 때까지 먹는 곳


이렇게 대나무잎 위에 초밥을 하나씩 올려주기 때문에 먹는 재미, 보는 재미가 쏠쏠


한국에선 꽤 많이 먹었지만 일본에선 처음 먹어 본 고노와다

해삼 내장이라고 하면 될까? 한국에서 먹던 것보다 색이 좀 더 진하고 좀 더 짰지만

맛 자체로 볼 때는 한국에서 먹던 고노와다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


올 때마다 늘 먹게 되는 전복초밥

그런데 이 전복이 활전복이라... 사진으로는 가만히 있지만 늘 꿈틀꿈틀...

입에 넣고 씹으면 식감이...오도독오도독


우니 맛은 더할 나위 없고...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친구들

칠레, 잉글랜드, 스웨덴에서 온 게스트들과 술만 먹으면 늘 벌겋게 오르는 中島みる

모자 쓴 놈은 결국 이 날 과음 이후 싱크대 앞에서 쭈그려 앉아서 잤...


둘쨋날 찾아온 후쿠오카성터

벚꽃 보기에는 가장 좋다고 해서 버스 타고 와서 걷다 보니 

벚나무 위에서 벚꽃을 보는 호사를 누리기도 하고


이렇게 천수각 터에서 멀리 바라보는 사진도 찍을 수 있었다

다행히 날씨가 좋아서 정말 다행이었던...


벚꽃 시즌이고, 이래저래 사진 찍으러 온 커플들이 좀 있어서 찍었는데...

결혼사진 찍는 분위기랄까? 촬영 기사들과 스타일리스트가 붙어서 다니던...


스탭이 찍어준 사진인데...

과연 난 이 때 뭘하고 있었나?


일본에 갔으니 일본 책을 읽어보자... 요즘은 新参者읽는 중

300엔 정도 주고 산 엄지에 끼우고 쓰는 책 홀더...

생각보다 많이 불편하고, 그닥 효율성은 없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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