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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hoo Kim Oct 13. 2019

[번역] 세 악마 (3)

루터가 말하는 악마, 밀턴이 말하는 악마, 괴테가 말하는 악마

모든 천사의 광대한 인구 중 서넛의 개체는 특히 걸출해 범접할 수 없었다. 이들은 대천사였다. 사탄은 이들 중 하나였다. 천국에서 가장 높은 천사가 아니라면 적어도 가장 높은 네 천사 중 하나였다. 신에게서 난 이후 그는 우주에서 가장 위대한 존재임을 의식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신과 천사들의 관계는 지극히 가까웠기에 물리적 가까움의 개념에 의존해서야 그를 표현할 수 있지만, 천사들에게조차 신은 구름과 수수께끼에 둘러싸여, 최고의 대천사는 그의 성질에 대한 오개념으로 당착하였고, 인간이 그렇듯 신의 전능함을 신학적인 명제로 믿었을 것이고, 그의 기업에 관해서는 자신의 사역에 대한 신념을 신에 두지 않았을 것이다. 권력의 행사, 단순한 존재감, 수족의 연장, 장애물에 대한 저항, 모종의 방식에 따른 활동의 어떠한 귀결이 있으면, 그것은 우리의 힘이 자기 완결되었다는 확신을 야기하고 이는 열등함이나 책임을 상기하는 것과는 상극이다. 주인에게서 임무를 맡은 사자는 그를 섬긴다는 행위 자체로 그를 잊고 만다. 행동의 즐거움의 감각이 강해지며 의존하는 감각과 전달자의 감각이 약해진다.안식과 육체적 나약함은 파생된 존재-죽음에 다가감에 선행하는 노년의 약함에 따르는 아름다움-의 인식에 유리하다. 육체의 약함은 자급자족하는 감각을 약하게 하고 경건한 마음을 품게 한다. 젊은 남자는 자신의 힘을 기뻐하며, 그의 호흡이 비강 기관에 달려 있음을 믿지 못한다. 그렇게 대천사는 타락했다. 그의 강함을 기뻐하며 천국을 위용있게 활보하며 존재감을 성대하게 과시하고 자신의 사역을 끊임없이 보다 계획적으로, 보다 새로운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사탄은 그 본질에서 신의 대천사들 중 가장 활동적이었다. 지금까지 없던 위대한 일을 하고 있었고, 보다 더 위대한 일을 하려는 갈망에 차 있었다. 그리고 맙소사, 그 비상한 지혜가 그의 어리석음이 되고 말았다. 신에 대한 그의 인식은 다른 어떤 천사들보다 높고 위대했다. 그러나 그는 묵상적인 영이 아니었다. 그리고 파생된 존재에 대한 그의 감각은 끊임없는 사역의 광휘와 흥분 속에서 점차 약해졌다. 행동의 즐거움의 감각이 강해지며 천사라는 감각이 약해졌다. 이윽고 존재의 미미한 기한은 그의 힘을 약화시키고 죄를 예비했다. 천국에서 가장 위대한 천사였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더욱 타락에 준비된 자였다. 


마침내 기회가 찾아왔다. 천사의 회중 속에서 전능자가 그의 독생자를 시온의 신성한 언덕의 왕으로서 기름 붓는 암시가 일어났을 때 대천사는 성난 표정으로 반역자가 되었다. 그가 자신이 저지르는 기업의 무게를 통감했기 때문이 아니다. 지나치게 정련된 천성에서 비롯된 탄력이 그를 조급하게 한 것이다. 기업의 무게를 통감하고 자신이 그를 원한다는 것을 알았다고 해도 반역자가 되었겠지만 말이다. 그는 자신의 오랜 충동의 수레바퀴를 굴려 서둘러 파멸로 나아갔을 것이다. 그는 자신에게 “반역하는 것은 의미 없고 난 하지 않는다.” 라 말할 수 없었다. 그런 말을 할 수 있었다면 천국에 남아 있으려는 위선자였을 뿐이지 않은가. 그의 반란은 자신의 익숙한 사유에 따른 자연스러운 문제였다. 그리고 그의 범죄는 반역의 관행을 만든 결과, 행동을 지나치게 추구한 결과, 숭배와 숙고를 배제한 결과라는 의의가 있다. 이 점에서 그와 다른 대천사 – 라파엘, 가브리엘, 미카엘 – 와의 차이가 있다.


사탄은 그의 반란에서 자신과 함께 천사의 삼분의 일을 동원했다. 그는 많은 천사들을 자신의 사고양식으로 길들였다. 그가 활동의 욕구를 충족시킨 방식 중 하나는 하위 천사들에게 도덕적 및 지적 영향력을 끼치는 것이었다. 이 중 몇몇과는 직접 교제하고 담화하며 그들의 그의 사상을 어떻게 호흡하는지 관찰하기를 즐겼다. 그의 주요 공모자는 고귀한 천사 바알세불로 거의 영혼의 친구였다. 마찬가지로 모로크, 벨리알, 마몬도 그의 확신을 받아들였다. 이 다섯은 천국에서 일종의 그룹clique을 구성하여 많은 하위 천사들에게 언어를 전달했다. 모두가 숙고보다는 행동을 선호하는 자신들의 지도자를 닮아 있었다. 이와 같이 행동에 대한 단순한 욕구에 더해 그들은 사탄의 마음 – 힘에 대한 사랑 – 으로 자랐다. 지도자가 된다는 것은 빛나는 일이라는 생각은 행복을 자발적으로 희생하는 것과 관계가 컸던 듯하다. 우리는 그들이 자발적이었다고 상상할 수 있다. 그렇게 큰 불행을 결코 예견하지 않았으니 그러한 영의 반역을 막지 않았을 것이다. 어둡고 황량한 곳에 천사의 삼분의 일과 함께 고립된 채 홀로 그들을 지배하는 광경이 사탄의 눈에 비쳤을 것이고 그가 그를 예견했다고 해도 황금과 에메랄드의 세계가 대천사의 보잘것없는 주권보다 한없이 마음에 들었을 것이다. “천국에서 시중을 드는 것보다 지옥에서 지배하는 게 낫다.”는 말이다. 따라서 우리는 그가 장래의 예측에 직면했다고 상상한다. 바알세불의 일족 영들을 얻기 위해서는 그다지 설득이 필요하지 않았다. 이들은 추종자들에게 자신이 구상한 기업을 보여주는 데 서로 다른 국면에서 출발했다. 사탄이나 바알세불 같은 영보다 하위 영과의 행복이 보다 중요한 고려사항이었다. 그리고 기업에서 행복을 잃을 가능성을 암시한 건 그들을 공포로 몰았을 것이다. 사탄과 바알세불은 보다 좋은 것이라 생각한 무언가를 얻기 위해 행복을 잃고 있었다. 하위 천사들에게는 더 좋아지고 있는 국면에 대해 아무것도 말할 수 없었다. 또다시 더 좁은 전제에서 판단하자면 하위 천사들은 자신들의 지도자의 보다 깊은 지식이 그들을 즐겁게 해주리라는 광신적인 기대를 탐닉했을 것이다. 여하튼 천사들의 교제의 결과 그들 중 삼분의 일이 사탄의 권속에 들었다. 그 후 천국에서 전쟁이 시작됐다, 그렇게 시는 말하고 있다.


사탄이 승리에 대한 열망으로 이러한 전쟁을 수행하는 것과 그가 잘못된 계산 아래 일을 진행하지 않았다는 실현성에 대한 이야기는 모순되지 않음을 눈치 챌 수 있다. 우리는 으레 그 전쟁을 반란군 천사와 신의 군대 사이의 전쟁으로 상상할 것이다. 이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상황으로선 거의 적절하지 못한 인식이다. 그 경우 사탄은 어째서 승리를 열망한 것일까? 여러분은 그가 자신의 지성을 약하게 함으로써 날카롭고 멀리 내다보는 지성이 아닌 단순히 과격한 분노로 화하였다고 가정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미카엘과 그의 추종자들과의 싸움에서 그는 서로가 반대 입장임이 증명될 때까지 같은 천국의 동료들과 싸웠을 뿐이다. 전능자와 천사들 사이의 물리적 가까움에 대한 개념은 이 대목에서 우리를 혼란시킨다. 사탄은 메시아의 주권 선언에 동반하는 위협을 들었다. 그러나 신이 위협을 달성하는 방식이 미카엘에게 그를 굴복시키는 것이었는지의 여부는 단지 그의 마음 속 문제였을 수도 있다. 거기서 그는 미카엘과 그의 천사들과 전쟁을 치렀다. 마침내 모든 천국이 혼란에 빠졌을 때 신성한 전능성이 개입하였다. 셋째 날 메시아는 싸움을 끝내고 반란군의 무리를 천국에서 추방하기 위해 능력을 발휘했다. 그들은 도망쳤고 메시아의 천둥이 그들을 몰아넣었다. 천국의 수정벽이 크게 열리고 안쪽에 있던 넘실거리는 두 입술이 쓸데없이 깊은 하품을 하며 널따란 구멍을 드러냈다. 동요하던 천사들은 내려다보고는 경악하며 주춤거렸다. 그러나 주인의 공포는 그들의 등 뒤에 있었다. 그들은 허둥지둥 천국의 가장자리에서 가늠할 수 없는 심연으로 몸을 던졌다. 칙칙 소리를 내는 불구덩이와 같은 칠흑 너머의 영원한 분노가 그들 앞에 불타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전능자는 새로운 종류의 세계를 창조하고 그때까지 존재하고 있던 것들과 다른 존재의 종족을 서식시킬 것을 결심했다. 천사들보다 열등하지만 천사의 양식으로 자신을 사역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종족들을 말이다. 전능을 지닌 메시아는 이 창조의 사명에 착수했다. 천국은 자신의 영원의 문을 열고 금으로 된 경첩을 움직였으며 케루빔의 날개에 탄 영광의 왕은 혼돈으로 날아갔다. 마침내 그는 열렬한 바퀴를 머무르게 하여 금으로 된 컴퍼스를 손에 들었다. 그가 서 있던 한 점을 중심으로 심원의 애매함 너머 나머지 한쪽을 조용히, 천천히 돌려 원을 그렸다. 이렇게 ‘우리들의’ 우주의 한계는 별이 반짝이고 행성이 회전하는 검은 남색의 영역으로 설계되었다. 이렇게 혼돈의 거대한 파편 위에 창조의 영이 내리덮었고 빛이 내리쬐었다. 엿새 동안 창조의 대업이 완료되었다. 새로운 우주의 중심에 은색의 별이 걸려 있었다. 그것이 지구였다. 그 위에, 나무와 꽃의 낙원에, 신의 모든 창조물 중 마지막이자 가장 아름다운 창조물인 아담과 이브가 걷고 있었다.


그 동안 반란의 무리들은 혼돈 아래 불타는 심연에서 구르고 있었다. 혼돈의 밑바닥은 지옥이었다. 그 위에 있는 건 두텁고 새까맣고 무덥고 혼란스러운 혼돈 그 자체였다. 또 그 위에는 새로운 실험적인 세계가 있어, 그것은 광산처럼 떨어져 나간 채 별과 은하로 반짝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 위에, 별과 은하의 배후에는 천국 자체가 있었다. 사탄과 그의 일당들은 혼돈 아래 불타는 지옥에 굴러다니고 있었다. 그들과 신세계 사이에는 혼돈이 있었다. 사탄은 마비에서 깨어난 첫 번째 인물이었으며 사건 전체의 상태 즉 무엇이 일어났으며 자신들의 장래는 어찌 될 것이며 무엇이 아직 성취되지 않았는지를 깨달았다. 그와 바알세불의 최초의 대화에서 그가 다음과 같이 빠른 단계로 자신의 기능이 장래에 어떻게 쓰일지 확인하고 그 존재를 가장 자극적이며 인식 가능한 것으로 하는 정확한 양태로 결정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것만은 명심하라───

어쨌든 좋은 일을 하는 것이 우리의 할 바는 아닌 터

언제나 악을 행하는 일이 우리의 유일한 낙이로다.

저 우리가 거슬린 자, 그의 높은 뜻을

역행하는 일.


<참고 문헌>


Paradise Lost / Paradise Regained (John Milton 著 / 유영 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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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번역에 대한 권리는 David Masson과 University of Edinburgh, MACMILLAN AND CO. 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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