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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hoo Kim Dec 09. 2019

[번역] 세 악마 (4)

루터가 말하는 악마, 밀턴이 말하는 악마, 괴테가 말하는 악마

여기서 몰락한 대천사는 최초로 악마로서 영원히 존재한다는 개념을 내세운다. 그가 악마가 되는 것은 단순히 그가 몰락한 대천사가 된 데 대한 피할 수 없는 결과가 아님을 관측하는 게 중요하다. 가령 바알세불은 사탄이 고통 속에서 행동을 즐기는 방법에 대한 그의 개념을 자신에게 전할 때까지 그 앞날에 대해서는 계속되는 고통의 예측 말곤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반복하지만 몇몇의 천사는 고통을 인내함으로써 이전의 상태를 회복하는 가능성을 반추하게 되었다. 악마가 된다는 거대한 계획은 사탄의 것이었다. 처음에는 그가 자신의 존재의 모든 가치를 얻는 가장 가능성이 높은 방법은 악을 행하는 순간부터 자기 자신을 매진하는 것이란 막연한 인식만이 사탄의 마음속에 존재했다. 그 후 그 착상은 보다 명확해졌다. 새로운 영역을 한번 둘러보고 나서 바알세불과 그는 자신들의 비참한 추종자들을 환기시켰다. 그들이 모두 집결하고 나서 사탄이 그들에게 연설하는 장면은 흡사 막 착상해낸 것처럼 그가 새로운 위업에 대한 문을 여는 것을 시사함을 엿볼 수 있다.


태허太虛는 새로운 세계를 낳을 수도 있다.

이 문제가 하늘나라에 자자한 소문이 되었으니

머지않아 신은 새 세계를 창조하여 거기에

새 족속을 심어 그들을 애지중지 유달리

하늘의 아들이나 다름없는 대우를 한다는 것.

그곳으로 비록 탐색에 지나지 않을지라도

우선 아마도 우리는 첫 공격을 개시할진저.


여기 최초의 제안 즉 악을 행하기 위해 남은 존재를 소비할 것을 결의한다는 명확한 진전이 있다. 사탄은 마음속으로 어느 특정한 모두冒頭를 궁리하며, 천국에서 그들이 곧잘 이야기하던 혼돈에서 떼어진 새로운 세계와 그곳에 살도록 만들어진 새로운 종족에 대한 이야기를 생각해냈다. 그리고 이것이 우주의 약점이라는 그의 음모의 구상을 그 자리에서 떠올렸다. 그가 여기서 쐐기를 박았다면! 그러나 그는 그때 모든 계획을 공표하지 않고 생각에 잠겼다. 소환된 신들의 평의회에서 몇몇은 하나를 권고했고 몇몇은 다른 하나를 권고했다. 몰록은 개전 쪽이었다. 벨리알은 환경의 힘에 큰 믿음을 갖고 있었다. 맘몬은 새로운 왕국을 가능한 한 쾌적하게 조직하자는 쪽이었다. 그러나 아무도 확실히 바라는 것을 말할 수는 없었다. 사탄에게 재촉당한 바알세불이 마지막으로 일어서서 그들의 위대한 지도자의 계획을 자세하게 말했다.  


 한 고장이 있소이다(만약 하늘의 옛 예언의 소문이 틀리지 않는다면). 또 다른 세계, ‘사람’이라 일컫는 새로운 종족의 복지로다.

최근 우리를 모방하여 만들어지기로 되었으니

비록 힘과 품격은 떨어진다지만 위에서

다스리는 이의 은혜가 많도다. 이처럼

그이의 뜻은 이미 신들 사이에 선포되어

하늘 온 누리를 진동하는 선서로 확인되었도다.

그곳으로 우리 모든 관심을 기울이어

거기에는 어떠한 창조물이 살게 되는가,

어떠한 형태, 본질이며 또 권능은 어떻고

약점은 무엇이고, 어떻게 하면 폭력

또는 휼계譎計로 쉽게 현혹시킬 수 있는가를 알아냅시다.


이것은 사탄의 계획이었다. 숙고하면 숙고할수록 그 계획은 사탄의 마음에 들었다. 사탄의 어느 방식보다도 실행 가능한 계획이었다. 행동의 불명확한 전망은 여전했다. 성공하면 우주의 다른 조각을 사탄의 왕국에 편입하여 새로운 세계를 지옥과 뒤섞어 혼란시키고, 낡은 존재의 유산을 공유하고자 새로운 존재의 종족을 끌어내리게 된다. 이 계획은 천사들에게 전적으로 칭송받았다. 이 점에서 지도자들과 그들의 다른 면을 알 수 있다. 그들이 자신들의 상태를 개선할 수 있다는 데 낙관적인 데 반해 지도자들은 행동의 욕구를 만족시키는 것만 바랐다는 사실이다.

다음 질문은 누가 지옥에서 나와 새로운 세계로의 길을 모색할지였다. 사탄은 이 위험한 여행에 자원했다. 곧바로 그의 가장 빠른 날개를 달고 죄와 죽음이 도사리는 지옥문을 향해 곧바로 고고히 날아갔다. 이윽고 그를 내보내려 열린 문은 거대한 화구처럼 혼돈의 자궁에 연기와 불꽃을 토해냈다. 그리고 사탄은 날기 위해 돛처럼 넓은 날개를 펴고는 위를 향한 고된 여정을 시작했다. 두텁고 탁한 원소들 너머로 반은 걷고 반은 날개로 수영하고, 침몰하고, 물장구치고, 기어오르고, 날았다. 마침내 그는 혼돈에서 나와 새로운 우주를 둘러싼 희미한 빛 가운데 나타났다. 향기로운 에테르를 가르며 한가히 날갯짓하면서도 계속 상승하며 마침내 그의 시야에 오팔의 탑과 사파이어의 흉벽과 함께 한때 고향이던 최고천最高天 전체가 들어왔다. 그로부터 금빛 사슬에 엮인 우리들의 작은 세계(혹은 우주)가 만월의 가장자리에 있는 가장 작은 크기의 별처럼 있었다. 천국으로부터 이 세계가 매달린 데 개구부가 있었고 그를 통해 사탄은 들어갔다.

이렇게 사탄이 새로운 창조에 도착해 보니 현상 전체가 그에게 기묘했으며, 그는 인간이 무슨 존재인지 모르고 있었다. 그는 우리엘에게 물었다. 우리엘은 태양 위에서 신이 내린 몇 가지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는데, 주위 모든 빛나는 구체 한가운데 신이 그의 고정석을 만들었거나 처음부터 고정석이 있어 거취를 옮길 자유가 없이 이 별에서 저 별로 옮겨다니는 모양이었다. 우리엘은 사탄이 가장한 겉모습에 속아 낙원으로 가는 길을 가리켰다.

지구의 표면에 내린 사탄은 생각에 빠졌다. 천국의 문이 보였다. 머리 위에는 고요한 언덕들과 녹음綠陰이 우거진 평원이 있었다. 아아, 그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단 말인가! 그의 사색은 슬프면서도 고귀했다. 자신이 타락한 것처럼 모든 대천사들은 그의 안에서 변모했다. 그렇게나 높은 존재로 만들어진 자신이 이렇게나 낮은 존재로 타락해야만 했는가. 이제 희망도 없고 회심할 여지가 없는 것인가. 처음에 그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이윽고 자기 자신을 일으키며 그것을 떨쳐버렸다. “과거는 사라졌다. 바라보아야 할 것은 미래다. 대천사의 이름을 버려라! 그것은 더 이상 나의 이름이 아니다. 나의 미래는 덜 행복할지언정 더욱 영광스러울 것이다. 아아, 이것이 나의 실험을 위해 선택된 세계이다! 이전 대천사 때 나는 무한을 가로질러 활보했으며 여기저기서 각기 다른 행위를 할 수 있었다. 이제 내 활동 영역을 축소시켜야 하며 다른 곳이 아닌 여기서만 사역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부터는 무한대로, 막연히 날개를 펼쳐 패권을 행사하기보다 나의 존재를 한 점의 공간에 완전히 스며들게 하는 데 매진하는 게 낫다. 아아, 그러나 나의 천연이 변화에 고통 받게 되진 않겠는가? 이처럼 특정한 목적을 선택하여 하나의 공간의 점에만 나 자신을 천착케 하여 그에서 생겨날지 모를 무수한 영광의 사태들에 대한 모든 관심을 단념했을 때, 작고 비겁한 존재로 변질될 위험을 무릅쓰지 않겠는가? 이 새로운 존재의 비겁한 자손들에게 대적하는 역사의 흐름 속에서 나는 단순히 자극적이고 하찮은 영으로 전락하지 않겠는가? 라파엘, 가브리엘, 그리고 미카엘은 그들의 오랜 동료가 그런 존재로 변화한 것을 두고 뭐라고 했는가? 하지만 그렇다. 무한한 위대함의 전능자를 대적할 수 없다면 적어도 이 새로운 존재의 종족을 존중하는 그의 계획에 반대하여 나의 존재를 실감케 하겠다. 게다가 이 시작에 따라 무한하면서도 보다 효과적인 입지를 향해 조금씩 나아가지 않겠는가. 아무튼 나는 손에 계획을 들고 끊임없이 점령할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며 점령지가 보다 우호적으로 되는데 만약 내가 덜 관대해진다면 동시에 나는 더욱 행복해질 것이다. 그리고 이 점에 대한 나의 공포가 들어맞든 들어맞지 않든 최소한 내가 이 새로운 존재의 자자손손을 그 창조주의 눈앞에서 그가 우리를 끝장냈듯 똑같이 비참한 실존의 상황에 빠뜨리는 혼란을 야기하는 것만으로 영예로운 일일 것이다. 전능자가 창조하면 창조하는 대로 우주를 훼손하는 것은 비범한 족적이 될 것이며, 그가 창조를 택할수록 그것은 깨진 독에 물을 붓는 셈이 될 것이다.”

이 사고의 흐름 중 사탄은 비겁한 존재로 퇴화하기 시작한다. 그는 자신의 커리어에서 딱 임계점에 있었는데, 이때 그는 영원히 대천사이기를 그만두고 돌이킬 수 없는 악마가 되었다. 그가 자신의 첫 상대를 유혹한 방식은 실로 악마의 그것이었다. 나무 위에 앉아 먹잇감을 바라보는 가마우지의 형상을 하고는 이브의 귓가에 ‘두꺼비처럼 수그려’ 앉았다. 그리고 뱀의 형상으로 그녀를 유혹했다. 그리고 악이 행해지자 덤불 사이를 빠져나왔다. 인류를 타락시키는 바로 그 행위로 그는 자신의 생애를 비천한 움직임에 내맡겼으니 ‘배로 기어 다니며 흙을 먹고 다니게’ 되었다.


<참고 문헌>


Paradise Lost / Paradise Regained (John Milton 著 / 유영 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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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번역에 대한 권리는 David Masson과 University of Edinburgh, MACMILLAN AND CO. 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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