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모든 시간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분명 싫증이 올 때도 있고, 몸이 피곤해서 집이 그리울 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아하는 시간들이 훨씬 많기 때문에 좋아한다. 여행을. 그중에도 마음에 드는 공간을 찾아가서 노트 쓰는 걸 좋아한다. 이미 새로운 곳에 나와 여행하지만, 그럼에도 마음에 드는 공간을 찾기는 쉽지 않다. 날마다 뷰가 좋은 곳을 찾을 때도 있고, 조용한 곳을 찾는 날도 있다. 노트를 매일매일 쓰지는 않지만, 정리하고 싶은 날은 여행을 멈추고, 노트랑 펜, 영수증, 색연필을 챙겨서 숙소를 나선다. 보통은 숙소를 오가다가 가고 싶었던 카페를 간다. 숙소에 테라스나 정원이 있으면 그곳을 이용하기도 한다.
치앙마이에서는 더워서 카페를 자주 갔다. 분위기 좋은 카페가 많은 것도 한 몫했다. 숙소 근처에 바리스타 대회에서 1등 한 곳이 있다길래 가봤다. 음.. 커피는 기억이 안 나지만, 공간이 너무 예뻤다. 다들 노트북을 들고 나와 할 일을 하는 그런 분위기였다. 확실히 치앙마이는 디지털 노마드를 위한 도시였다. 조용하고, 일하기 좋은 공간들이 많았고, 코워킹 서비스도 굉장히 잘 되어있었다. 일하는 사람들 틈에 껴 우리도 일을 했다. 쌓인 돈 정리도 하고, 입장표나 영수증을 붙였다. 한참 열심히 쓰다가 찍은 사진이 왼쪽 사진이다. 사실 사진에 있는 노란색 계산기는 잘 안된다. 출국 전에 왼쪽 사진에 있는 계산기와 공주펜, 오른쪽에 있는 빨간 노트를 샀다. 셋의 조합이 예쁘다고 생각해서 사간 건데, 노트 말고는 그저 예뻐서 들고 다녔던 물건 중 하나다 (심지어 곧 계산기는 깨져버린다) 치앙마이에서는 여행보다는 쉼을 선택해서 그런지 일기에 쓰여있는 것이 많지는 않다. 그래도 그 날 뭘 먹었는지는 꼭 적혀있다.
미얀마에서는 마음에 드는 카페를 찾기 쉽지 않았다. 숙소에서는 조금 멀지만 구글맵에서 찾은 카페를 가보기로 했다. 앞에 강이 흐르는 곳이라 마음에 들었다. 전기가 나가서 마실 수 있는 음료는 한정적이었지만... 드립 커피를 들고, 햇빛이 가득한 테라스에 앉았다. 미얀마 문방구에서 산 크레용도 쓰면서 지나가는 보트들을 구경했다. 그리다 구경하다, 쓰다 구경하다를 반복하다 전기가 들어온 기념으로 찍은 사진이었다. 타닥 하고 불이 들어왔다. 불이 들어오자마자 한 일은 얼음 달라고 하기. 그제야 아이스커피와 함께 노트를 쓸 수 있었다.
여행 내내 노트를 쓰기 위해 공간을 찾고, 공간을 찾았는데 마음에 들어서 노트를 챙겨 오고. 이런 기억들이 꽤나 많다. 여행 중 좋아하는 시간이고, 평온한 시간이다. 그렇게 남겼던 흔적들이 지금은 추억으로 남아 내가 그곳을 다녀왔음을 증명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