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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rgen Jun 04. 2020

상자속에 갇힌 부부


상자속에 갇힌 부부


커플이란 주제를 어떻게 책으로 만들까 궁리하다가 어렵지 않게 상자를 떠올렸다. 상자 속에 갇히게 되는, 상자속으로 둘이 함께 들어가기도 어렵지만 상자 밖으로 탈출하기도 쉽지않은 부부라는 운명 공동체. 상자 속의 삶이좋아서 상자 안의 공간은 커플들에게 행복한 공간이 되기도 하고 그 갇힌 공간이 지겨워서 가끔은 상자 밖으로 나가고싶어 하기도 하는 한 쌍의 커플이 공유한 공간.


그가 나의 창이 되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은 내가 그의 창이되어주겠다는 생각을 못하게 하고,  그가 나의 창이 되면 나도 저절로 그의 창이 되어주는, 참이해하기 어려운 관계가 바로 한 쌍으로 상자 안에 들어간 삶이 아닐까!



아내가 시어머니를 잘 모셔서 참 예쁘다는 남편의 말을 자주 듣는다. 그런데 자기 부모님에게 잘해서 아내가 참 고맙다는 남편들의 말이 씁쓸할 때가 있다. 난 남편이 아내를 절대적으로 사랑하기를 원한다. 아내가 무엇무엇을 어찌어찌 잘해서 사랑스러운 것, 그 이전에 그냥 무조건 사랑하는 아내, 그러면 좋겠다. 부부는 혈연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절대적인 사랑을 할 수 없는 걸까? 물론 상대적인 감정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시어머니를 잘 모시지 못해도, 살림을 제대로 잘 하지 못해도, 이리보나 저리보나 무조건 사랑스럽기만 한 아내! 남편이 아내에게 이런 감정이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의 자녀들이 다 부모 마음에 쏘옥 드는 것은 아니다. 가끔은 미운 짓도 하고, 속도 썩히고 그러잖은가. 그래도 부모들은 자기 자녀들을 정말 미워하진 않는다. 어떤 미운짓을 해도 사랑하는 마음을 접지는 못한다. 물론 포기하지도 못한다.


그런 마음처럼 남편들도 아내를 어떤 행위의 결과를 제쳐두고서라도 무조건 사랑하면 좋겠다. 상대적인 사랑이 아니라 절대적인 사랑으로 말이다. 시부모 잘 모시고, 집안에 우애좋고, 자식 양육 잘하고, 그리고 남편 내조 잘하면 물론 100점 아내임엔 틀림없을 것이다. 이런 아내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그것 때문에 아내를 사랑하는 건 안된다. 왜냐구? 제일 처음에 만나서 사랑하게됐을 때는 그 여자가 시부모에게 잘하고 살림 잘해서 사랑하게 된 게 아니잖은가. 무조건 좋았지. 언제나 변함없이 그렇게 무조건 좋아하고 사랑하는 아내로 보아줘야 한다. 시부모 못 모셔도 좋다. 살림 못해도 좋다. 내 곁에만 있어다오. 너 없인 못산다. 이런 감정! 처음부터 얼마만큼의 기간 동안만 유효한 것일까? 당연히 이 이야기는 역으로 남편에 대한 아내의 사랑에도 적용된다.


아무 조건 없이 그냥 좋았던 첫 마음이 함께 생활하면서 그대로 유지될수 있다면 부부는 상자 속에 갇힌 시간이 행복할 것이고, 상자 밖으로 날아다니는 시간도 행복할 것이다. 함께 들어가는 그 상자가 감옥이 아닌 포근한 둥지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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