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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rgen Oct 14. 2020

밥을 푸다가 별 생각을 다


밥을푸다가 별 생각을 다   


 


 뱃속에서 나온 애들이 어쩜 그리도 서로 다른지
남들과 애들에 관한 얘기를   나는 자주 이런 말을 하곤 한다.
" 수만 있다면  애들을  자루 속에 넣고 골고루  섞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아주 괜찮은 아이들이  텐데."
오늘 아침 밥통에서 밥을 푸다가 난데 없이 엉뚱한 생각이 났다.
잡곡을 넣어 밥을   고르게 섞이도록 뒤적이거나 흔들어도 나중에 밥물을 부으면 결국은 무거운 것이 아래로, 가벼운 것은 위로 떠오르기 때문에 아주 고르게  섞이는 것은 어렵다는생각이.
그렇다. 같은 조건인 것을 흔들어서 고르게 섞을 수는 있어도, 서로 다른 조건들을 고르게 섞기는 어렵다. 한데 넣고 섞어도 결국은 무게에 따라, 크기에 따라 나뉘게 된다.
내가 아무리 애써서 아이들의 장단점을 고르게 섞어서 서로 보완시켜도, 쌀과 잡곡을 섞은 것에 밥물을 부었을 때처럼, 세상에 풀어놓으면 결국은  무게 대로 다시 분류되어 자리가 갈라지게  것이다.
 십억의 인구가  서로 비슷비슷 같고,  십억의 인구가 제각기  다르고, 세상은 그렇게 어우러져있는것이 정말 신비롭다.
여행을 다닐 때마다 갈피를 잡지 못하고 횡설수설 지껄이는 말이 있다.
"세상에나, 사람 사는 모습이 어쩜 이렇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똑같을까!"
 줄에  구슬처럼 동서고금(東西古今) 한눈에 보이니 말이다.
"어머나,  같은 사람들이 어쩜 이렇게 사는 모습이 천차만별이람!"
같은 형상을  우리들이 지형이나 기후에 따라 문화가 다르고, 생긴 모양도 다르니  놀랄  밖에.
이렇게 상반된  갈래의 말을 금방금방 번갈아  뇌이며 나는  혼돈에 빠진다. 비슷하게 같으면서도 판이하게 다르고, 판이하게 다르면서도 거의 비슷한 사람들의 생김새와 그들이 사는 방법 때문에.
 비교는 70억이 넘는 숫자나,  둘이나 마찬가지다.

아이들에게 묻는다.
엄마 없는 동안 집안 일은 서로  협조하며 했느냐고. 설거지는  아이가 맡아 했단다.  형이 설거지 하는 것을  도왔냐고 작은 애에게 야단을 하니, 형이 자기에겐 설거지를  시킨단다.  애가 말한다. 동생이 덜렁거려서 그릇 깰까봐  시킨다고.
우리  아들들은 정말 다른 모습으로 산다.
 아이는 무진장 구두쇠로 돈을 아끼고, 아낀 돈으로  달에 한번 정도는 제대로  고급 레스토랑에서 와인까지 마셔가며 멋진 시간을 보낸다. 돈을 아끼고 있을  기특해 보이는데, 학생 신분에 고급식당에 들어갈때는 주제넘게 낭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작은 아이는  콜라도 사먹고 자질구레한 간식거리를 사먹느라 돈을 모을 겨를이 없다.  달에 한번은 고사하고 일년에 한번 근사한 레스토랑에  돈을 모으지 못한다. 잔돈푼을  때는 낭비를  하는 아이처럼 보이는데, 마음 놓고 쓸 목돈을 마련치 못하는 것을 보면 계획 없이 사는 것같이 보인다.
 아이는  년치 비용(학비, 생활비, 용돈) 일년에 한번 한꺼번에 받아서 다음 해에 받을 날짜까지 쓰고 게다가  동생 돈까지 맡아 관리해주고, 작은 아이는 제 몫을  아이에게 맡겨놓고  달에 한번, 어떤 때는 일주일에 한번  타서 쓴다.
 아이는 연애를 하는데도 절도가 있어서 e-mail 가끔 주고 받는가 하면, 작은 아이는 공부고 뭐고 만사 제쳐놓고 열애에 빠져든다. 작은 아이는 여자친구의 생일에 장미 꽃다발을 보내기 위해 새벽  시부터 기차를 타고  시간을 직접 찾아가고,  아이는 그런 귀찮고 어리석은(?)낭비는 하지 않는다.
작은 아이는 친구들과 자정을 넘기도록 어울려 술도 마시고 놀러 다니기도 하는데,  아이는 오전 오후의 강의 시간이 많이 여유 있으면 점심 먹으러 집에까지 전철을 타고 온다.
작은 아이는 전화통에 매달려 온갖 군데 일을  간섭하고 떠벌이며 지내는데,  아이는 전화도 필요한  외엔 하지 않는다.
너무나 감정에 치우치는 작은 아이의 행동 때문에 내가 애간장 태우며 지내는데 비해,  아이는 절대로  속을 태우는 일이 없다.
그러나, 나는 때때로 작은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는 작은 아들의 행동을 이해하며, 오히려 아무 문제도 일으키지 않는  아들 때문에 더 걱정을 많이 한다.  아이의 성별로서  아이의 나이에 겪는 온갖 과정들을  넘기며 성숙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작은 아이가 별다른 문제아는 아니며  아이가 특별한 모범생도 아니다. 각자 성격이 다를 뿐이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사람이 지닌 장점이 동시에 단점이 되기도 하고,  사람이 지닌 단점이 때로는 장점으로 부각되기도 한다.
서로를 비교하여 누가 사는 방식이 옳고,누가 사는 방식은 옳지 않다고 평할 수는 없다. 가장 좋은 방법은  아이들을 한데 넣고 섞어서 반씩 나누어 합성을 하면 좀더 완벽한 인간이   같다. 그렇게 만들어진 새로운 사람에게서도 또 다른 문제점이 나타나겠지만

" 놈에게서 부족한 점을  놈이 채워주고,  놈이 부족한 점을 이놈이 채워주니  다행이구나!"
" 놈은 이게 문젠데,  놈은  저게 문제이니 아이구  팔자야, 어찌 이렇게  썩을 일이 많은고!"
이렇게 서로 상반된  가지의 생각들이  나를 혼돈상태에 머무르게 한다.
그러나, () 내게  아이들을 흔들어 섞을 재주는 주지 않으시고,  아이들에게서 취할 장점들이 많으니 감지덕지 행복해하는 마음만 주셨다.
컴퓨터 그래픽 같은  아이의 성격에도 샤갈의 부드러운 곡선과 몽환적인 환상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고,  고호의 그림 같은 작은 아이의 성격에도 컴퓨터 그래픽 같은 정교함과 치밀함이 있으니 나는 그저 행복하기만 하다.

 행복한 어미는 오늘도 밥을 푼다. 군데군데 뭉쳐있는 잡곡을 고르게 섞으며   주걱, 기도하는 마음  주걱, 번갈아 고르게 섞어가며 밥을 푼다. 사랑하는 아이들을 위해서.


 


( 글은 아이들이 대학시절에 쓴 글이고, 지금 아들들은 예쁜  아이의 아빠가 되었다. 큰 아들은 돈 쓸 일 있을 때는 자기가 먼저 지갑을 열고, 작은아들은 카페 커피를 사먹지 않고 자판기 커피로 대신하는 구두쇠 짓을 하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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