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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rgen Nov 06. 2020

셰익스피어 <맥베스>

책리뷰

<맥베드>  셰익스피어 원작/ 신정옥 옮김. 도서출판 전예원.1994.

Macbeth- Shakespeare



.아래 기록된 쪽수는 모두 이 책의 쪽수에 따릅니다. 책명은 <맥베드>이나 한글표기가 <맥베스>이므로 글에서는 “맥베스”로표기합니다.


책깨나 읽었다는 사람, 글을 쓴다는 사람이면 누구나 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접했을 것이고, 그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맥베스>의 내용을 훤히 꿰고 있을 것이다. 문고판 150쪽 정도의 희곡이다. 여러 출판사, 여러 번역들이 있는데, 어차피 원문을 읽지 않으면 작가가 표현한 독특한 문장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는 없다. 아쉬운 대로 번역본에서나마 셰익스피어 시대를 느껴보자.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영국의 사상가 토머스 칼라일이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고 했던 뛰어난 시인이며 극작가이다.

그가 활동하던 시대에는 연극이 유행이었는데, 특히 영국 런던에서 공연이 가장 활발했다고 한다. 런던 외곽 쇼어디치(Shoreditch)에 전용 극장이 세워지기 전에는 술집, 부자집 마당, 관공서 뒤뜰에서 연극 공연을 했다. 리차드 버베이지(RichardBurbage)라는 배우가 글로브(The Globe) 극장을 세우고(1599년) 햄릿, 리어왕, 오셀로 공연을 했다. 영국의 경제학자 리처드 스톤에 의하면 1540년에서 1640년 사이에 경제적 부의 대부분이 교회에서 왕에게, 중상류층에서 중산층으로 이동했다고 한다. 이때 희곡이 번성한 것이다. 1564년에 태어난 셰익스피어의 활동기간을 1587년부터 1611년으로 말하는데 딱 이 시기에 맞는다.


셰익스피어의 비극 작품들은 고귀한 지위에 있는 사람이 불행한 죽음으로 끝나는 형태로 인물 중심의 구성이다. 그리스 비극에서는 성격보다 플롯이 중요시되었다.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신화나 전설의 주인공이 등장하고, 이야기도 사람들에게 익숙한 것이었다. 그러므로 그리스 비극 극작가들은 플롯에 정성을 들였다.

셰익스피어 작품의 주인공들은 왕(리어, 맥베스), 왕자(햄릿), 장군(오셀로), 브루투스나 안토니우스, 코리오레이너스 같은 정치 사회 지도층 인물들이다. 그 주인공들의 비극적 체험, 수난의 과정을 그린 것이 셰익스피어의 비극이다.


책장에 꽂혀있는 맥베스, 다른 책들에 비해 아주 얇은 책.

<맥베드>는 스코틀랜드의 명장 맥베스가 국왕을 살해하고 왕관을 썼지만, 공포, 자책감, 편집증에 시달리다가 파멸한다는 내용이다. 맥베스는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측근들이 자신을 죽이고 왕이 되려는 야망을 가지고 있다는 불안감으로 미쳐간다.

맥베스는 햄릿의 반 정도 분량으로 아주 짧은 극이다. 전체는 5막으로 구성되었다.

1막 - 맥베스가 마녀들의 예언과 아내의 부추김으로 당컨왕을 살해할 흉책을 품는다.

2막 - 당컨왕이 맥베스의 성에 행차한 밤에 잠자는 사이에 피살되고 백베스가 왕위에 오른다.

3막 - 맥베스가 자객들을 시켜 뱅코를 암살한다.

4막 - 맥베스가 마녀들을 찾아가서 다시 예언을 듣고 자기가 마법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착각한다.

5막 - 맥베스가 맥다프와의 싸움에서 적장의 칼을 맞고 전사한다.


극은 1막 1장에 천둥과 번개 속에 마녀 셋이 등장하면서 시작한다. 이 마녀들로 해서 맥베스의 야망에 불이 붙고, 비극은 시작된다. 책의 가장 핵심을 1막 1장에서부터 확실히 드러낸다.


1막1장 황야

세 마녀 ; 아름다운 것은 더러운 것, 더러운 것은 아름다운 것, 안개와 더불어 더러운 공기 속으로 날아가자. 21쪽

“아름다운 것”과 “더러운 것”을 동일시했는데, 명예로운 왕은 아름다운 것이지만, 왕이 되려는 야망은 더러운 것이라는 의미로 비극 <맥베드>의 핵심이다.


1막3장 황량한 황야

맥베스 ; 말해봐라. 말할 수 있거든. 무엇들이냐?

마녀1; 맥베스 만세! 글래미스 영주 만세!

마녀2; 맥베스 만세! 코오더 영주 만세!

마녀3; 맥베스 만세! 장차 왕이 되실 맥베스!  27쪽

맥베스는 반란군을 무찌르고 돌아오는 길에 마녀들을 만나 왕위에 오를 것이라는 예언을 듣는다. 맥베스는 왕이 되고싶은 야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먀녀의 세 번 째 예언 “장차 왕이 되실 맥베스!”라는 말을 믿어버렸다. 그러나 뱅코는 같은 예언을 듣고도 다른 생각을 했다.

 ;  말을 고지식하게 듣다간 황새 논두렁 넘보듯 코오더 영주뿐 아니라 왕관을 넘보게 됩니다. 어땟든 이상한 일이로군. 지옥의 앞잡이들은 우리들을 함정에 쳐넣으려고 하찮은 일에 진실을 말해주며 사람을 유혹하고는 마지막 가장 중요한 찰나에 함정으로 빠뜨리려고 하지요. 30


1막5장 인버네스, 맥베스의 성 한 방

백베스 부인 ; ~~ 그러나 나는 당신의 성품이 염려됩니다. 당신은 지름길을 취하기에는 너무나 인정이 많으십니다. 대망도 있고 야망이 없는 것도 아니면서 그것을 성취하는 데 꼭 있어야 하는 부정한 수단을 사용하려고 하지는 않아요. 무한한 욕망이 있으면서도 고상한 수단으로 성취하려 하시지요. 부정한 짓을 하려고 하지도 않으면서 부정한 것을 얻으려고 해요. ~~ 36, 37쪽

맥베스의 왕이 되려는 야망의 불씨에 세 마녀들은 불을 붙였고, 맥베스 부인은 그 불꽃이 활활 타오르는 불길이 되도록 마구 바람을 불어넣으며 부추겼다. 목적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맥베스 부인의 대사는 섬뜩하다.

맥베스 부인 ; ~~~ 무서운 음모에 끼어든 악령들이여, 어서와서  나약한 여자로부터 벗어나게 해다오, 머리 꼭대기에서 발끝까지 잔인한 마음으로 가득 채워다오! 나의 피를 응결시켜 연민의 정으로 통하는 길목을 끊어, 그래서 동정이라는 자연의 정이 동하여 나의 흉악한 계획을 좀먹지 않게 해다오. 또한 살인과 잔인한 결함이 서로 손을 맞잡아 이 일을 뭉개버리지 않게 해다오!~~37, 38


1막7장 맥베스의 성 안의 안뜰

맥베스는 당컨을 온후한 군덕을 가진 국왕으로서 그 직책을 훌륭히 수행하고 있다고, 그러니 당컨을 시해한다면 그 악행이 만인의 눈물을 쏟게 할 것이라고 방백한다.

(방백이란 연극에서 등장인물이 말을 하지만 무대위의 다른 인물에게는 들리지 않고 관객만 들을 수 있는 것으로 약속되어 있는 대사를 뜻한다.)

맥베스 ; ~~ 내가 하고있는 이 계획을 자극한 박차는 하나도 없지 않은가. 다만 날뛰는 야심이 지나치게 뛰어오르다가 엉뚱한 쪽으로 떨어지려고 하고 있을 뿐이다. 43쪽

당컨을 암살하기로 결심하며 1막이 끝난다.

맥베스 ; 내 결심했소. 혼신의 힘을 짜내어 이 무서운 일을 해내고야 말겠소. 자, 저리로, 우리 부드러운 표정으로 사람들을 속입시다. 속으로 컴컴한 칼을 갈고 있을 때에는 가면으로 감추어야 되느니.  45쪽


2막2장 멕베스 성의 안뜰

맥베스 ; 어디에선가 외치대는 소리가 들려오는  같았소. “ 이상 잠을  잔다! 맥베스는 잠을 죽였다.  맑고 깨끗한 , 엉클어진 심로의 실타래를 풀어주는 , 그날그날의 생명의 죽음, 노고를 풀어주는 목욕,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주는 명약, 대자연이 베풀어주는 2 생명, 생명의 향연에 중요한 자양물인 잠을 ---  54

맥베스는 국왕을 살해하고 왕관을 썼지만 죄책감에 시달려 유령을 보기도 한다. 이런 상황은 악행과 악행을 점점 더 저지르게 되고, 불면증과 환영증세가 심해져서 잠을 잘 수가 없다. 왕관을 쓴 대신 서서히 자멸의 구렁텅이로 빠지게 된다.


2막3장 맥베스 성의 안뜰

맥다프 ; 특히 술이 준다는 세 가지 자극이란 게 무엇인가?

문지기 ; , 뺑코를 만들게 하고, 잠이 잘오고, 오줌이 술술 나온다  말씀입죠. 색이란 놈은요, 그놈이 불을 질러 놓기도 하고 모른 척하고 고개를 꼬기도 합죠. 색정은 일으키지만 어디 제대로 일을 치르게 하나요. 그러니까 과음은 색에 관한  혓바닥이 둘인 사기꾼이라  말씀입죠. 술이란 , 색정을 보란 듯이 주었다가 더운물에 데친 풋나물처럼 죽여 놓고 말지 뭡니까요. 자극을 시켰다가도 슬그머니 물러서고 용기를 주었다가 오갈이 들게 하고, 달뜨게 해놓고는 줄행랑을 치니, 결국은 술꾼을 잠들게 하고 사기치고 그리고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다  말씀입니다요. 57

레녹스와 맥다프가 맥베스를 찾아오는 장면. 문을 두드리는 장면에서부터 문지기와 맥다프가 나누는 대화의 일부이다. 그대로 다 옮기고싶을 정도로 재미있는 문장의 나열이다. 극문학작품을 읽는 재미에 흠뻑 빠지게 되는 대사들이다. 비극의 맥베스책이라는 것을 잠시 잊고 위 대사들을 읽어보기 바란다. 얼마나 재미있는지!


아쉬움에 맥다프의 상대 문지기의 말도 인용해본다.

맥다프 ; 자넨 간밤에 술에 넘어간 술꾼이 된 모양이군.

문지기 ; , 그렇습죠. 물귀신한테 발목 잡힌 듯이 목덜미를 붙잡혀 넘어갔습죠. 그러나 소인도 앙갚음을 하고야 말았죠. 저도 그놈에겐 어지간히 대가 세니까요. 결국 놈을 말끔히 토해 태질을 쳐버렸습죠. 한땐  놈이  다리를 잡고선 휘청거리게도 했습죠만.  57


3막2장 포레스 왕궁의 접견실

맥베스 부인 ; 아무것도 아니야, 왜 이리도 허망할까? 야망은 이루어졌건만 만족을 얻지 못하니. 살인을 하고도 불안이 진드기처럼 따라 붙는다면 차라리 살해당한 피해자가 되는 것이 더 마음 편하리라.  75쪽

맥베스만 불안에 시달리는 것이 아니다. 맥베스 부인, 그토록 섬뜩한 말을 쏟아내던 악의 화신같은 맥베스 부인도 마음이 평화롭지는 못하다. 불안이 진드기처럼 달라붙는다고 말한다. 그때 진드기는 얼마나 위험했는지 모르지만 요즘은 진드기한테 물려서 목숨을 잃기도 한다.

오죽 불안하면 차라리 살해당한 피해자가 되는 것이 더 낫다고 할까.


3막4장 궁전 안의 대청

맥베스 ; (망령에게) 과인의 소행이란 말인가? 피투성이가 된 머리털을 내게 흔들지 말라. 83쪽

맥베스 부인 ; 여러분 앉으십시오. 폐하께서는 이런 증세가 가끔 계십니다. 어린 시절부터 있는 일입니다. 발작은 일시적입니다. 곧 회복하실 겁니다. 폐하를 그렇게 쳐다보시면 기분을 상하셔서 증세가 더 돋칩니다.  83쪽

궁전 안 대청에 만찬석이 준비되어 있다. 맥베스, 맥베스 부인, 로스, 레녹스, 귀족들, 시종들이 등장한다. 뱅코는그 자리에 참석하지 못했다. 궁전 바깥 숲의 언덕길에서 맥베스의 사주를 받은 자객에게 죽임을 당했기 때문이다. 뱅코의 아들 플리언스는 달아나서 못 죽였다는 보고를 받은 맥베스는 다시 불안에 빠진다. 이 만찬자리에서 맥베스는 환영을 보고 헛소리를 한다. 맥베스 부인이 자리에서 일어나 맥베스의 언행에 대해 변명을 늘어놓는다. 어려서부터 발작증세가 있었다고.


5막3장 단신네인 성의 안뜰

극의 마지막 장인 5막에서 맥베스는 맥다프와의 싸움에서 적장의 칼을 맞고 전사한다.

맥베스 ; 나도 이만하면 장수했다.  생애도 이미 누런 잎이요, 조락한 가을이 아닌가. 더구나 노년에 따라야하는 명예와 애정과 순종과 많은 친구들과는 인연이 없다. 아니,  대신으로 소리는 낮으나 뿌리 깊은 저주, 입만 번지르르한 존경,   아부 따위가 둘러싸고 있다. 물리치고 싶으나  마음이 연약해 뿌리치지 못하는구나. 시이튼!  128


맥베스는 자신에게 죽음의 그림자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음을 느낀다. 맥베스는 절규하며 암흑과 피와 저주와 밤과 불면과 광기와 고독의 지옥에 있다. 환영은 점점 심해져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환상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 전의는 스스로 마음을 다스려야 하는데 그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고 고한다.


5막5장 단시네인 성의 안뜰

맥베스 ; 이젠 공포의 맛도 거의 잊어버렸다. 예전에는 밤의 어둠을 찢는 비명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덜썩 내려앉은 적도 있었다. 끔찍한 얘기를 들으면 머리칼이 꼿꼿이 일어서 살아있듯이 움직인 적도 있었다. 공포를 맛볼 대로 맛본 나다. 살인에 이골이   마음은 공포따위엔 끄떡도 않는다. 133

맥베스 ; 왕비도 언젠가는 죽어야겠지. 그러한 소식을  번은 들어야할 것이 아닌가. 내일이 오고 내일이 지나가고  내일이 와서  지나가고 시간은 하루하루를     거닐면서 역사의 마지막 순간까지 당도한다. ~~ 꺼져라 꺼져, 짧은 촛불이여! 인생이란 걸어가는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다. 잠시동안 무대 위에서 흥이 나서 덩실거리지만 얼마 안가서 잊혀지는 저량한 배우일 뿐이다. ~~ 134



세익스피어의 4대비극을 요약하여 엮은 북아트.

맥베스 부부는 모두 불안에 시달렸지만 그 불안의 내용은 다르다. 맥베스는 미래의 불안에 대하여 두려워하고 번민한 것과는 달리 맥베스 부인은 과거의 악행에 대한 불안에 시달리다 끝내는 몽유병자로 비참한 생을 마감한다.


맥베스는 마녀들의 예언을 믿었는데 “여자의 몸에서 태어난 자에게는죽임을 당할 수 없다”는 예언도 광적으로 믿었다. 뱅코의 아들이 왕이 되리라는 예언 때문에 암살하려 했으나 뱅코만 죽였을 뿐 아들 플리언스는 죽이지 못했고, 결국엔 제왕절개 수술로 태어난 맥다프에게 죽임을 당한다.

5막의 마지막 장면은 맥다프가 맥베스의 머리를 장대에 꿰어들고 등장하고 당컨의 아들 맬컴이 왕위를 되찾으며 끝난다.


맥베스의 불안은 무엇일까?

바로 자신의 행위가 다른 누구에게서 반복될수 있다는 불안이다. 가장 신뢰했던 측근들, 부하와 가족들이라도 자기를 해치고 왕위를 노릴지도 모른다는 체험적인 불안이다. 독자는 맥베스가 야망을 이루려는 과정에서 저지르는 온갖 악행을 자세히 알게되고, 한편으론 서서히 미쳐가며 죄의 대가를 톡톡히 받는 맥베스의 고통도 보게된다.  비극은 맥베스의 고통이 강하면 강할수록 반면에 그의 양심이 죽지 않았음을 역설한다.


야망과 욕망은 어떻게 다른 모습인가? 나에게는 어떤 야망이 있는가?

 



이 책을 읽으면 극문학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된다. 영문책 <맥베스>는 원전이 있고 현대화된 글로 발행된 책이 있다. 번역본도 여러가지 문체가 있다. 자신의 취향에 따라 선택하여 읽으면 된다.


예를 들어본다.


Act 1 Scene 1

ALL OriginalText

Fair is foul, and foul is fair. Hover through the fog and filthy air.

ALL ModernText

Fair is foul, and foul is fair. Let’s fly away through the fog and filthy air. 


신정옥 옮김. 도서출판 전예원. 1994.

아름다운 것은 더러운 것, 더러운 것은 아름다운 것. 안개와 더불어 더러운 공기 속으로 날아가자.


민음사 2004.

고운 건 더럽고 더러운 건 고웁다. 탁한 대기. 안개 뚫고 날아가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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