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와 인연에 대한 연구 12
이성 친구가 어때서요? 왜문제죠?
우리는 고등학교 동창회를 하는데 남자 여자를 가리지 않고 다 함께 한다.
전국에 흩어져있는동창들이 일년에 한번 1박2일의 전체 모임을 갖고, 또 여자들끼리, 남자들끼리, 지역별로 별도의 모임을 갖는다.
30대 중반까지는 남녀 공동 동창 모임이 제대로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자녀들이 어린 시기라 여자들이 참여하기가 어려웠다. 그런대로 명맥을 유지하다가 40대에 들어서면서 참석인원이 평균 60여명으로 유지가 돼오고있다(졸업생 170여명).
우린 별 문제 없이 잘 지내는데 사회에서는 남녀 동창들간의 문제가 거론되고 있어서 나 개인적으로는 참 안타깝게 생각한다. 재학생일 때는 남녀 가리지 않던 사이가 사회에 나오면, 각자 배우자가 생기면 자연스럽게 거리를 두게 되는 듯하다.
남의 사정은 접어두고 내 경우를 말하자.
나에게 남자 동창들은 어떤 의미인가? 그냥 친구일 뿐이지 굳이 ‘남자’라는 말을 붙일 필요를 못 느낀다.
이 말뜻은 남녀로 나누어서 특별히 생각하지 않는다는 뜻이지 사회통념상 남녀 사이에 지켜야 할 일반적인 예의까지도 무시한다는 뜻은 아니다.
당연히 남의 배우자에 대한 예의가 있는데 그건 지켜야지!
남자 동창들과 수스럼없이 대화를 나누다보면 남자들의 사회생활을 엿볼 수도 있고, 그것을 내 남편의 입장에 대해 살펴보기도 하면서 오히려 남편을 이해하는 마음이 생긴다. (이건 다른 얘긴데, 내가 회사에 있을 때, 남자직원이 윗사람에게 무진장 혼나는 것을 봤다. 그때 내 생각은 "오늘은저 사람 아내가 저이를 좀 이해해주면 좋겠다. 그 아내가 무슨 할 말이 있든지 좀 참고, 오늘은 제발 저 남자를 좀 편하게 품어주면 좋겠다." 그런생각이 들었다. )
요즘은 부부간의 나이 차이가 아무 문제도 아니지만 할머니가 된 내 또래에서는 대부분 남편보다 아내의 나이가 어린 경우가 많다. 한 두 살에서부터 아홉 살, 열 살까지도 어린 경우를 봤다. 그래서 내 남자 동창들의 아내들은 우리 여자동창들 나이보다 대부분 어리다. 남자동창들이 자기 아내와 있었던 문제들을 자연스럽게 말하면, 나는, 우리 여자친구들은 여자의 입장에서 이런저런 의견을 말해준다. 남자동창들은 우리를 통해 여자들 심리를 조금이나마 알게되고 가정생활에 도움되는 얘기들을 많이 듣는다.
예를 들자면 이런 경우 말이다.
남자동창; 집사람하고 시내 나갔다가 저녁 때가 되어서 저녁 먹고 들어가자 했더니 아내가 뭘 밖에서 사먹냐고 집에 가서 먹자고 하더라구. 괜찮다고. 그래서 그냥 집에 들어갔더니 집사람이 밥을 차리면서 그릇을 거칠게 다루고 표정도 퉁 하더라고. 자기가 괜찮다고 했으면서.
여자동창; 아니 여지껏 살고도 그렇게 여자 마음을 몰라? (이구동성으로 쏟아진 여자동창들의 말)
우리 여자 동창들은 남자에게 여자가 말하는 "괜찮아"와 "알아서 해" "마음대로 해"에 대한 해석을 여러모로 설명해주었지만 그래도 남자들은 잘 이해가 안가는듯한 표정이었다.
동창 모임에 남편과 함께 나오는 여자들도 있고, 아내와 함께 나오는 남자들도 있고, 그냥 우리는 그렇게 자연스럽게 모임을 해나가고, 화기애애하게 잘 진행되고 있다. 우리 집에서는 여러 번 남자 여자 가릴 것 없이 동창모임을 했다. 물론 내 남편도 호스트로서 합석을 한다. 남자동창들의 아내들이 이것저것 선물을 마련해서 보내주기도 하고, 얼마나 즐겁게 놀다가는지!
무슨 문제가 있단 말인가?
우리 아들 딸이 출가하기 전 함께 살 때는 나와 내 남편은 손님들과 함께 앉아서 술 마시고 노래하고 노는 동안 우리 애들이 상차리고 치우고 다 했다. 딸은 나르고 아들들은 설거지하고. 물론사전에 음식이야 내가 다 했지만. 우리 딸의 생일파티에도 남자 친구들이 여자친구나 다름없이 온다. 그게 뭐 이상한가? 내 딸의 친구들 중에 남자들도 많은데, 나는 내 딸이 남편의 마음을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우리집에서 회사 직원들 모임을 할 때는 당연히 여직원들도 온다. 당연하지, 남자네 집이라고 여직원들이 왜 못 오나?
우리는 이제 사회생활에서 은퇴를 했고, 만나면 서로 염색약 이야기도 하고 백내장 수술이나 임플란트 이야기도 해가면서 늙어가고 있다.
고교 졸업 50주년 기념행사도 잘 치렀다. 은퇴후 귀향하여 농사짓는 남자동창생네 집에 우리 여자들이 몇 명 놀러가서 하루 묵으면서 농산물도 추수하고 얻어오기도한다. 몇 년 전에는 남자 동창이 담근 열무김치가 너무 맛있어서 탐냈더니 조금 싸줘서 가져왔다. 남편이 맛있게 먹으며 한 말, “내 생전에 마누라 남자 친구가 담근 김치를 다 얻어먹다니!”.이런 상황이 요즘 30대 부부들에게는 아무 이야기 거리가 안 될테지만 한국전쟁 시대의 우리들에게는 재미있는 이야기 거리가 된다.
우리들이 지킬 것을 잘 지키면 남녀간의 친구 사이가 문제될 게 전혀 없다. 물론 자신의 감정이 콘트롤 잘 안되고 실수할 소지가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건 사실이다. 그러나, 자기가 배우자를 사랑하는 게 확실하고, 자기가 지켜야 할 것들을소중히 여긴다면 이성간의 친구라해서 뭐그리 겁날 게 있을까?
부부란 어차피 남남이고 서로의 신뢰로 이루어진건데, 그 배우자가 상대하는 사람이 동성일때는 믿고, 이성일 때는 의심이 가고, 뭐 그럴 필요가 있을까.
우리 동창회가 잘 유지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아직까지 불미스러운 사건이 생기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만약 무슨 문제라도 있었다면 이렇게 오랫동안 남녀 공동 모임이 이뤄질 수 없었겠지…
모두들, 남녀간에 불미스러운 일(?) 만들지말고 서로 배울 것은 배워가면서 도움이 되는 친구로 잘 지내세요! 나쁜 짓(?)만 안하면 이성친구를 통해서 배우자를 더욱 잘 이해하게 되는 경우도 생기거든요. 생각의 폭, 사회생활의 폭이 이성친구를 통하여 훨씬 더 넓어진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