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공간과 현실세계의 관계

관계와 인연에 대한 탐구 3

by morgen

가상공간(Cyberspace)과 현실세계의 관계


가상공간이라는 곳은 물리적 공간 개념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그존재의 근거는 현실에 뿌리 내리고 있다. 가상공간에서 일어나는 일들중에 현실성이 없는 가상현실의 내용은 있으나, 가상공간 그 자체가 가상현실이지는 않다. 가상공간을 가상현실이라고 칭하는것은 틀린 표현이라고 본다. 가상공간이 있다는 것은 현실세계의 실제상황으로 그 자체가 현실이며, 다만 그속에서 실제로 일어날 수없는 가상현실을 체험할 수있는 곳이다.


어떠한 한 사건의 발단과 진행 과정 그리고 그 결과는 현실세계와 가상공간을 경계없이 넘나들며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임을 부정할 수 없다. 현실의 일을 가상공간 속에서 논의하고 토론하며, 가상공간 속에서 진행되던 논쟁과 토론이 현실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 현실이니 말이다.


최소 단위인 개인에서부터 거대한 사회집단에 이르기까지 가상공간 안에서 영역을 확보하고 있으며, 그 영역안에(가상공간) 현실을 끌어들여 활동하고 있는 것이 현재 사회의 한 단면이다.

실제는 존재할 수 없는 일이 가상공간 안에서는 존재할 수 있고, 실제는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 가상공간 안에서는 이루어질 수 있다하여 가상공간 안에서의 삶을 가상현실이라고 칭한다. 그러나 가상공간 안에서의 삶이 모두다 가상현실은 아니다. 실제 없는 상황을 설정하여 활동하는 게임은 가상현실이지만, 멀리있는 사람을 가상공간에서 화상으로 만나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은 전화나 텔레비전 동시중계와 마찬가지로 현실세계의 일이니말이다.


가상공간에는 어떠한 경계도 없는 것 같으나 그 안에도 실제 현실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구획이 있고 다양한 문화가 존재한다.

현실세계에 여러 계층이 있는 것처럼 가상공간 안에도 여러 계층이 있다. 영향력 큰 집단과 중간 정도의 영향력이 있는 집단, 그리고 단순히 오락과 정보를 소비하는 집단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계층의 구분이 있다. 그런데 가상공간이 현실세계의 한 영역이라하여 현실세계의 양상이 그대로 가상공간에 옮겨져 현실세계에서 영향력을갖고 있는집단이 가상공간 안에서도그대로 영향력을 행세한다면 가상공간 안에서나마 비록 한정된 시간이기는하나 가상현실로 행복할 수 있는 인간의 꿈이 깨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 현실세계의 영향력이 완전히 배제되었다고는 할 수 없다.


가상공간에 발을 들여놓기 위해선 최소한의 장비와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실세계에서 이 장비와 지식을누리는 자들의 영향을 가상공간에서도 받기 마련이다.

또한 현실세계의 병폐가 가상공간까지 옮겨진 것은 바로 “빅 브라더”의 감시 체제이다.

가상공간 안에서 신상에 관한 정보와 개인의 생각과 활동에 관한 정보는 아주 손쉽게 통제될수 있고 추적될 수있다. 이렇게 정보가 드러날 수 있는 체제임에도 불구하고 가상공간에서는 구성원들이 익명으로 존재할 수 있다. 현실세계와 가상공간 안에서 이중적 생활을 할 수도 있다. 한 사람이 각기 다른 이름으로 현실과 가상공간 안에서 동시에 존재하는 것이다.


조지오웰의 <1984>에는 한 사람이 두 가지 상반된 신념을 가지면서 그 두 가지를 모두 받아들이는 능력을 뜻하는 "더블 씽크(double think)"라는 말이 나온다. 현실과 사이버 세상을 넘나드는 현대인들의 이중적 능력을 조지오웰이 예견한 것일까?

고의적인 감시는 아니라 하더라도 SNS 기능에서는 친구 목록에 등록해둔 사람이 온라인 상에 접속해 있는지의 여부를 즉시 알 수가 있다. 이 기능은 편리하고 반가우면서도 누군가 나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은 섬뜩함도 느끼게 된다.


가상공간의 활동은 온라인 상에서만 이루어져도그 목적이 충분히 실현되지만 사람들은 가상공간의 활동을 오프라인으로 끌고 나온다. 이는 인간이 일의 목적보다는 인간 상호간의 관계를 중요시하는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이다. 국민성에 대한 차이가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현실세계와 가상공간 안에서 모두 인간관계를 중요시 한다. 이렇게 가상공간 안에서도 현실세계의 삶의 습관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 자체가 현실의 연장선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현실세계와 가상공간의 확실히 다른 점도 살펴보기로 한다. 가장 크게 다른 점은, 현실세계는 내 의지대로 선택한 곳이 아닌 반면에 가상공간은 내 의지대로 선택할 수 있는 곳이다.

현실세계에 존재하는 나는 출생에서 공간(지역)과 시간(세대)을 내 의지대로 선택할 수 없으므로 한 사회인으로서의 나의 존재는 자율성이 없이 시작된다. 그러나 가상공간에 존재하는 나는 존재 그 자체를 내 의지대로 결정할 수 있으며 거기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활동도 자율적으로 행할 수 있다.


가상공간 안에도 그 사회에 맞는 질서와 규범이 있고 그것을 지킬 의무가 있음은 현실세계와 마찬가지이나, 현실에선 그 굴레를 벗어날 수 없는 반면에 가상공간에서는 그 굴레를 거부하고 벗어날 수가 있다(소속으로부터의 탈퇴). 그러나, 현실세계와 가상공간이 연계된 규범과 질서는 현실세계에 몸담고 있는 존재로서 지켜야 한다.

가상공간 안에 또 하나의 사회를 이루고 있는 현대인들은 실제 역사가 그래왔듯이 가상공간 안에서도 초기에 서핑하며 기웃거리던 유목 시대를 지나, 개인의 터를 마련하는 정착기에 들어간다. 정착기에 어울리는생활방식에 따른 질서와 규범이 현실세계와 다를수 없다. 세부사항은 다르더라도 인간이 모인사회의 기본틀은 현실세계나 가상공간이나 별 차이가 없으리라.


현실세계와 가상공간의 관계는, 현실세계의 생활을 가상공간의 활동이 도와주고, 가상공간의 생활은 현실세계에 뿌리를 두고있어 두 세계가 서로 묶여있는 관계이기도 하고, 또한, 현실세게를 벗어나고 싶을 때 가상공간은 피난처가 되며, 가상공간을 떠나고 싶을 땐 현실로 돌아오면 되는 독립 된공간이기도 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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