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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rgen Dec 28. 2020

아름다운 사람들


쓰레기를 버리고 주차장 쪽 문으로 들어왔더니 현관 앞쪽 유리문 밖에서 한 아주머니가 문을 열어달라고 손짓을 한다. 오후 시간인데 경비원은 잠깐 잠이 든 모양이다.
그분은 열쇠를 깜박 잊고 나갔는데 호출 버튼을 누르려다가 경비원이 깰까 봐 한 10분 정도 현관 밖에서 기다렸다고 한다. 쓰레기봉투 들고 가는 나의 뒷모습을 보고 돌아올 때는 자기가 보일 테니 열어달라고 하면 될 거라고 생각하며 그냥 기다리고 서있었단다.
나는 부드러운 슬리퍼를 신고 있었고, 구두를 신은 그 분은 발뒤꿈치를 들고 살금살금 걸었다. 마치 경비원에게 들키지 않고 지나가려는 침입자들처럼.
참 너그러운 분이다. 원칙을 따지자면 경비원이 근무시간에 잠들어있다니 그건 안 될 말이지만, 잠든 경비원을 깨우는 것이 안타까워 현관 밖에 선 채로 기다린 그 분의 마음이 얼마나 따뜻한가.(우리 아파트는 경비원이 잠긴 현관문 안쪽에 있었다.)
이런 고운 마음을 가진 사람이 살고 있는 우리 건물에는 나쁜 침입자가 오지 않으리라고 믿고 싶다


삶의 고샅마다 참 아름다운 일들이 꼭꼭 숨어있다. 먼 들녘에, 산속 깊은 곳에 아름다운 야생화가 보는 이 없이 외롭게 피어있는 것처럼 아름다운 사람들이 칭찬 한번 받지 못해도 빛과 향기를 잃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

오래 전 집에 간단한 수리를 하게 되었었다. 일하시는 분께 잘해달라는 당부를 하는데 그분의 대답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우리 아들이 중학생인데 내가 날마다 그놈 바르게 살게해달고 기도하고 있는데 어떻게 일을 함부로 합니까?”

아는 집에 방문했다가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수족관 시설은 참 잘해놨는데 그 안에서 노니는 물고기들은 별것도 아니었다. 예쁜 금붕어나색스러운 열대어도 아니고 그냥 빛깔도 없이 평범한 송사리 같은 것들이었다. “우리 아들이 공사장에서 일할 때 냇물을 메꾸게 될 때마다 물고기들을 건져서 집으로 가져와. 살아있는 건데 그냥 묻어버릴 수가 없다네.”


마트에서 계산할 때 당연히 줄을 서서 차례대로 하면 된다. 어떤 땐 한가하여 몇 군데 줄없는 카운터가 있다.

가까이 다가가자 저쪽 계산원이 '이리 오세요'하고 부른다. 나의 쇼핑카트는 한가득 차있었다. 계산을 한참동안 해야했다. 내가 물었다.

"한꺼번에 너무 많으면 귀찮지요? 왜 여기로 오라고 불렀어요?"

"많이 계산하면 기분 좋아요. 내 돈은 아니지만."

잠시잠깐이라도 한숨 돌리며 쉬고싶은 쇼핑센터 카운터에서 그 계산원은 어찌나 밝고 명랑하게 일하는지 보기에 참 예뻐보였다. 매출과 시급은 관계없을 아르바이트 계산원이지만 자신의 일에 성실히 임하는 태도가 아름답다.


아파트 단지안에서 걷다보면 바닥에 소소한 쓰레기들이 떨어져있을 때가 있다. 나는 눈쌀을 찌푸리며 아직도 쓰레기를 마구 던지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숨을 쉰다. 그런데 앞서 가던 사람이 그걸 주워들고 가는 모습을 보면 갑자기 찡그리던 내 얼굴이 화끈 달아오른다. 그냥 주워다 버릴 곳에 버리면 될 것을.


나는 어떻게 살아왔는가? 지금 나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주변의 아름다운 사람들을 생각하며 살아가는 방법을 다시 배워야겠다. 책에서가 아닌 삶의 현장에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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