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와 인연에 대한 탐구1
내가 맺고있는 관계들 때문에 행복한시간도 많았지만, 그놈의 관계라는것 때문에 억울해도 입을 꾸욱 다물고 지냈던 시간도 많았다. 흰 머리카락이 전체의 50%를 넘은 지금은 그 관계의 얽힌 타래를 풀어놓기도 하고, 바짝 조이기도 할 때가 된 것 같다.
글을 쓴다는 것은 문장 구사에 소질이 있는 걸 떠나서 우선 용기가 필요하다. 그냥 쓰면 되지 무슨 용기씩이나? 거짓이 없어야 하기 때문에, 생각을 숨기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내가 쓸 <관계>라는 글묶음에 관계되는 많은 등장 인물들에게 불쾌감이나 억울함을 느끼게 하면 안되니까, <관계>라는 글을 쓰려고 했을 때 이것이 참 어려웠고 쓸까말까 주저했다.
그러나 지금 이렇게 쓰고 있다. 나는 글을 그럴듯하게 포장할 줄 모른다. 읽는 이에게 비판과 비난받을 이야기도, 등장하는 관계자에게 흠이 되어서 항의를 받을 이야기도, 글의 진실은 포장되어서는 안된다.
이러고보니 내가 무슨 폭로라도 할 사람처럼 구는 것 같다. 그럴 일도 없고, 대단한 사건도 없이 평범하게 살아온 누구나의 평범한 이야기일 뿐이다.
그냥 틈틈이 생각나는 대로 쓴다. 그래도 몇가지 원칙은 정하고 써야지. 이런 원칙 말이다. 내 글에 등장하는 관계자가 내 글을 읽고 대꾸할 수 없는 사람의 이야기는 조심해서 쓴다. 네 이야기는 틀렸다고, 네가 나를 그렇게 얘기하다니 참 억울하다고 항변할 수 없는 사람의 이야기는 조심해서 쓴다. 나의 기억 대로, 나의 감정 대로, 타인에 대한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쓴다면 그 내용에 대한 상대방의 반론도 감수해야한다. 이것이 나의 원칙이다.
나는 상대방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 써서 공개하고, 내 글을 읽고 화가 난 관계자는 공개반론을 발표할 기회가 없다면 공평하지 않다. 그러니 나의 일방적인 감정은 좀 억제하려고 한다. 그래도 있는 진실은 비껴가지 않겠다.
어떤 <관계>에 대해 쓸 것인가?
내가 선택할 수 없는 관계, 혈연의 관계 이야기를 쓸 것이다. 관계자에 대한 이야기든지, 관계자에 대한 나의 생각이든지.
이미 저 세상으로 가신 부모님 이야기도 빠질 수 없다.
나에게 수많은 감동의 눈물과 안타까움의 눈물을 주고, 사랑은 연민과 긍휼이라는 것을 알게 한 나의 아들들과 딸의 관계는또 얼마나 중요한가!
내가 선택해서 맺은관계 때문에 파생된 새로운 관계, 남편과 성씨가 같은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갈 것이다. 그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나와의 관계는 어떻게 유지되는지.
관계와 인연이라는 단어가 같은 맥락은 아니지만 가끔은 그게 그것인 같은 의미로 쓰일 때도 있다. 그래서 나의 인연들에 대해서도 눈길을 줄 것이다.
나와 관계맺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평범한 일상을 그리려고 한다. 어느 집에서나 엇비슷한 하루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그려본다.
이 평범하고도 약간은 어수선한 길을 읽는 사람과 함께 걸으면 좋겠다. 이 글이 특별할 것도 없는 내 인생을 정리해보는 기회인데, 읽는 이들에겐 어떤 기회로 다가갈 지 자못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