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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irewhyire Dec 01. 2023

같은 강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

 (이 글은 Kiera Knightley의 Lost stars를 들으며 읽으면 더욱 좋습니다.)



 사람들은 언제부터 다이아몬드 반지를 주면서 청혼을 하기 시작한 걸까? 다이아몬드가 결혼에 주는 다양한 의미들이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다이아몬드가 지구상에 존재하는 순수천연광물 중 가장 단단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 것이다. 사랑이 다이아몬드처럼 시간이 흘러도 단단하고 영원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결혼반지에 다이아몬드를 사용하지 않았을까?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 영화 봄날은 간다 -

 인간은 지구상의 그 어떤 존재보다도 자신의 결핍을 잘 인지하는 것 같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고정되어있지 않고 변한다. 영원한 것이 없다는 결핍을 인지한 탓일까.


 인간은 변하는 것을 '가짜'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세상의 모든 게 변한다는 것이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사실인데도, 변하는 것은 가짜라고 받아들이는 태도가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 순간도 내 몸의 세포들은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고 있다. 그렇다면 다른 세포들로 구성된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와 같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인간의 오랜 영원에 대한 목마름은 고대 그리스의 플라톤의 철학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플라톤은 영원불변한 절대적인 선, 실재, 좋음을 '이데아'라고 명명했다. 세상 모든 것은 각각의 진짜이자, 완벽한 모습으로서 그 자체가 존재하는 데 그것들은 이데아의 세계에 있고 현실에는 없다고 하였다. 그런 이데아를 보기 위해서는 감각기관을 통해서가 아닌 오직 이성의 활동으로만 가능하다고 하였다. 플라톤의 눈에도 세상에 모든 것은 변하기 때문에 그는 눈으로 절대적인 선을 볼 수 없다고 한 것이다. 우스운 상상이지만 위에 질문을 플라톤에게 한다면 같은 사람이냐, 아니냐를 떠나 애초에 둘 다 진짜 내가 아니라고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나는 이데아에 있을지도.)


 내 삶을 돌아보면 지금 와서 후회하는 선택을 했던 내가 떠오른다. 이불킥을 유발하는 가벼운 창피함부터 떠올리면 아직도 마음이 무거워지는 기억까지 다양하다. 그런데 과거의 그랬던 나도, 현재의 나도 사실 나다. 단지 나는 변화했을 뿐인 것이다. 변화를 가짜라고 생각하는 관점에서 나의 과거를 본다면 여전히 부정하고 싶을 것이고 미래를 본다면 달라질 내일이 불안할 것이다.


 변화한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증거가 된다. 살아있다는 것은 지금 현재 실존한다는 뜻이다. 즉 진짜라는 뜻이다. 조화는 시들지 않지만 생화는 시드는 것처럼 진짜는 불완전할 수 있음을 받아들여야겠다. 영원히 변화하지 않는 완벽함이 진짜라고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계속 변화할 수 있는 불완전함이 진짜라는 시각으로 옮겨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것은 반드시 노력이 필요하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 '만물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상태에 있다.'는 주장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그는 변화는 단순히 시간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보지 않았다. 이러한 변화는 대상자 간의 상호작용에 의해서 이루어지며 이것을 '투쟁'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어쩌면 그가 정말 말하고자 했던 것은 단순히 모든 것이 변화하고 그것이 진짜라는 게 아니라,

치열하게 변화하려는 노력이 있어 살아있음, 즉 진짜 자격이 있다는 뜻일지도 모르겠다.




참고도서: 하루 3분, 생각의 깊이를 더하는 철학 100 문장/ 개러스 사우스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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