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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irewhyire Mar 09. 2024

의미부여 편지

철학의 순기능


드디어 금요일이네요. 너무 긴 일주일이었습니다. 직장에서는 다들 저와 같은 생각이셨는지 서로 주말 잘 보내라고 인사하고 떠나는 발걸음들이 홀가분해 보였습니다...

저는 학생들한테 그것도 고3들한테 윤리를 가르칩니다.  오십 분 내내 하루에도 총 100명 가까이 되는 애들을 앉혀놓고 떠드는 주 내용은 '행복해지는 법', '올바르게 사는 법.', '진짜 자기 자신으로 사는 법'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그런 방법을 말한 철학자들의 말을 전하는 거죠.

철학자들이 말하는 내용을 가만히 보면 참 쉬운 말을 어렵게 하거든요.

예를 들어 뭐 행복은 영혼의 가장 완전한 부분의 탁월성이다.  뭐 이딴 식으로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말을 참 어렵게 하는데, 말은 참 쉽구나.'

저는 학생들 앞에서 소크라테스가 말하는 행복이 뭔지, 플라톤이 말하는 이상적인 삶이 뭔지 줄줄 꿰며 설명하지만 사실 저는 진짜 행복한 게 뭔지, 진짜 이상적으로 사는 삶이 뭔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근데 애들은 내 말을 열심히 받아 적고 외우고 합니다.  

그런데 아무리 어려운 말도 살아내는 하루보다 어렵진 않을 거 같습니다.

이미 죽은 위대한 철학자가 수세기 후에도 기억될 명언을 남겼다 해도 독한 하루를 사는 별 볼 일 없는 우리가 더 대단한 거 같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우리도 철학자처럼 계속 의미부여를 하면서 사는 건 어떨까요?

철학자도 어쩌면 살아있을 당시 우리들과 똑같이 힘든 하루를 보내고 나서 그 하루에 의미를 부여하고자 그런 말들을 한 게 아니었을까요?

그들도 자신의 하루가 너무 보잘것없고 힘드니까. 의미부여를 한 게 결국 철학이 된 게 아닐까요?

최근에 지수네 집에 놀러 갔다가 지수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내 목숨은 가볍지만 내 목숨 위에 사랑하는 사람들 목숨을 얹고 얹어서 내 목숨이 무거워지는 거 같다고.

내 존재가 가볍고 보잘 거 없어 보이면 의미부여를 해서라도 묵직하게 만들어봅시다.

그래서 철학이 필요한 게 아닐까요.


그렇게 어렵다는 하루를 일곱 번이나 살아낸 여러분


정말로 수고 많으셨습니다.


출처: 네이버 블로그 1인다역


의미 있는 주말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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