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산책
밤의 빛이 오래된 사무용 의자 위에 걸려 있었다.
누군가의 시간을 버티던 금속과 가죽은 이제 흙과 잎 사이에 눕는다.
자연은 갑자기 가려버리지 않는다. 대신 천천히 덮으며, 그 자리를 함께 살아준다.
한때 중심에 있었던 사물들이 이렇게 비켜나 있다.
쓸모를 잃었다는 이유로 버려졌지만,
그들은 여전히 세상의 한 구석에서 자기 방식으로 존재를 이어간다. 삶의 중심에서 밀려난 것들에게도, 여전히 이름 붙일 수 없는 존엄이 있다.
나는 이런 장면 앞에서 조금은 조심스러워진다.
누군가의 자리, 한때의 쓰임, 그 시간의 무게를 생각하게 된다.
사람이 떠난 자리에 남은 것은 폐허가 아니라,
또한 언젠가 생명에게 필연같은 소멸의 시간,
그 공평함은 때로 가혹하다.
그러나 자리를 잃은 것들은
그저 또 하나의 생명이 되는 중인 사물들이다.
비켜난 것들에게 예의를 표하는 일,
그건 결국 나 자신에게 남은 조용한 예의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