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학원에서 운영하는 입시 밴드를 애독하고 있다. 입시에 대한 정보를 얻는 유일한 통로이다. 입시학원에서 운영한다고 하지만 학원에 대한 홍보보다는 전국 각지의 엄마들이 쏟아내는 질문과 조언과 사연들이 다양하다. 입시제도에 대한 원론적인 정보도 있고, 학교나 학과에 대한 전망에 대한 의견, 그리고 사소한 학부모의 고민에 대해서도 서로 의견을 묻고 답하기도 한다. 나의 좁은 세계 안에서 얻는 정보가 별로 없으니 이런 글들이 도움이 될 때가 많다. 그중에서도 내가 관심 있게 읽게 되는 것은 엄마들의 고충이나 걱정, 불안 혹은 공감을 원하는 마음의 글들이다.
2022년 입시가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고 새 학기를 기다리는 시점에서 엄마들은 어떤 글을 남길까. 지난주까지는 합격에 대한 기쁨, 추가 합격 전화를 받는 극적인 기분, 아쉽게 떨어져서 절망스러운 마음과 입시제도에 대한 불만 등이 담겨 있었다. 그 중 마음에 오래 남았던 글은 입시가 끝난 아이를 기숙사로 보내고 난 후 아쉬움과 자책감으로 빈 방을 바라보는 어느 엄마의 솔직한 글이었다. 실력에 비해 아쉬운 수능 성적을 들고 한 칸 낮춘 대학에 입학하는 아들을 보면서 엄마는 내심 아들이 다시 한 번 도전하기를 바랐지만 아들은 쓰윽 짐을 싸들고 학교 기숙사로 미련 없이 들어갔다고 했다. 엄마는 아이가 국어공부를 잘하지 못해 수능을 망친 것이 자신이 직장 생활을 하느라 어려서 제대로 책 한 번 못 읽어준 탓인 것 같고, 기저귀 떼는 것, 한글 익히는 것, 그리고 비 올 때 학교에 데리러 가주지 못한 것까지 마음속의 짐이 되어 꾸물꾸물 올라온다고 했다. 제대로 뒷바라지를 잘해주었다면 지금은 다른 성취를 누리지 않았을까 하는 자책의 마음은 함께 올라오는 감정 세트다. 아이를 기숙사로 떠나보내고 잘해주지 못한 아쉬움의 마음을 달래면서 빈집을 바라보게 되는 엄마는 도대체 어떤 존재란 말인가.
어디선가 힘든 마음으로 아이 방을 바라보고 있을 엄마의 글을 읽고 마음이 낮게 가라앉았다. 온전히 자신을 내어주고도 미안해하는 그 마음에 다양한 댓글이 달렸다. 안쓰러움과 공감하는 마음, 앞으로의 세상에 대해 날개를 펼치고 날아갈 아이들을 응원하는 마음에 뜨거운 진심이 묻어난다. 오십이 되어 남겨진 엄마들도 열심히 자신의 삶을 살고 싶다는 소망의 글도 눈에 띄었다. 공감의 글을 읽고 있자니 나도 슬그머니 함께 말을 덧붙이고 싶어진다. 어제도 오늘도 또 내일도 누군가에게 힘이 되고자 하는 엄마들의 착한 민낯이다.
빨래를 널다가 패셔니스타이며 성공적인 유투버로 인기를 얻고 있는 배우 김나영이 출연하는 방송을 보게 되었다. 혼자서 남자아이 둘을 키우는 싱글맘인 그녀를 볼 때 나는 늘 마음속으로 소심한 응원을 보내게 된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게 말하는 모습도 보기 좋았고 밝은 모습에 힘든 모습까지 함께 투명하게 보이는 것 같아 씩씩하게 잘 버티기를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인터뷰 내용은 그녀가 패션니스타로 지금의 일을 하게 된 계기를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의 김나영이었다. 프로그램의 마지막 부분, 그녀가 자신의 아이들을 향해 영상편지를 보내는 것을 보면서 나는 또 주책없이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너희들이 있어 지금 너무 행복하다고. 그리고 너희들의 엄마가 되어서 용기를 얻게 되고 조금씩 더 건강하고 괜찮은 사람으로 살아가게 되는 것 같다고 말하는 그녀의 말은 진심이었다. 집에서 다시 아이와 지지고 볶는 순간을 백번도 더 겪어내겠지만, 순간 힘들어서 아이가 미워지는 순간도 있겠지만 또다시 아이의 힘으로 일어날 거라고 믿는다. 나 자신이 형편없음을 매일 깨달아가며 그래도 내일은 좀 더 잘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일. 그게 엄마로 살아가는 일이 아닐까.
아이 기숙사 짐을 준비를 해주면서 엄마의 끝이 없는 역할에 대해 생각한다. 힘들고 지칠 때 별 것 아니라고 반응하는 씩씩한 엄마가 떠오르면 좋겠다. 유능한 해결사는 되어줄 수 없지만 자신을 사랑해 주고 믿어주는 사람이 엄마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 어디에 살든지 힘을 낼 수 있지 않을까. 배우 김나영을 보면서 엄마가 된다는 것은 감사하게도 세상에서 가장 의미 있는 일이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된다. 나는 아직도 아이를 키우며 성장하고 있는 오십이 된 엄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