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구나

햄릿을 생각하며...

by 소록소록

인간이 태초부터 갈등 속에 살아온 동물이었다는 생각을 하면 위안이 된다.

나의 갈등이 나만의 외로운 싸움이 아니라 모두가 그런 과정의 삶을 살아가고 있구나 하는 알량한 안도의 마음이 되는 것이다. 그저 고민 없이 자고 먹고 살아가는 것은 금수의 일이라고 셰익스피어는 이야기한다. 인간이기에 고민하고 번뇌하고 갈등하는 것이며 그것이 인간이게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아이 방 책장에 꽂힌 <햄릿> 희곡집을 펼쳐보았을 때엔 그저 막장 같은 그 주요 스토리를 마음속에 그리며 훑었다. 그 막장의 스토리에 나약하고 못난 인간이 구석구석 숨어 있었다. 그 감정이 나의 부끄러운 마음이기도 하고 또 인간이면 그럴 수 있지라는 끄덕임과 어떻게 인간이 그럴 수가라는 분노가 함께 터져 나온다. 역시 셰익스피어이다.


덴마크의 왕인 아버지의 죽음을 슬퍼하는 아들 햄릿의 마음에는 어머니가 아버지의 친형과 재혼하여 왕과 왕비의 자리를 차지한 그들에 대한 분노와 배신의 감정이 함께 있다. 이런 어머니를 증오해야 하는지 이해해야 하는지 그는 혼란스럽다. 왕위를 이어받은 그의 큰아버지가 아버지를 살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햄릿은 그에 대한 분노에 휩싸이게 된다.

여기서 그의 유명한 독백이 흘러나온다.


"사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구나.

성난 운명의 돌팔매와 화살을

마음속으로 견디는 것이 더 고귀한 일이냐.

아니면 고해의 바다에 맞서 끝까지 대적하여

끝장을 내는 것이 더 고귀한 일이냐."


햄릿은 날카로운 이성과 지혜를 가진 청년이었지만 명민한 그의 이성도 끓어오르는 분노와 슬픔의 감정을 다스릴 수는 없었다. 인간이 제아무리 지능이 높고 고등한 동물임에도 결국은 감정에 의해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지는 동물임을 셰익스피어는 이미 간파하고 있었나 보다. 우리의 행동이 정확한 프로토콜대로 행해지지 않으며 그 마음에는 어리석은 갈등과 번민으로 많은 세월을 채우게 된다.


햄릿의 의도를 알아차린 왕은 햄릿을 영국으로 보내 죽이려는 간계를 꾀하고, 햄릿으로 인해 아버지와 여동생이 억울하게 죽었다고 믿는 레어티스를 끌어 들어 햄릿을 제거하려고 한다. 각자는 자신의 목적을 가지고 누구에게 이용되는지 모르는 채 각자의 감정에 미쳐 있다. 햄릿은 아버지의 복수를, 레어티스 역시 아버지와 누이를 위한 복수의 감정을, 다른 신하들은 왕에게 아첨하며 자신의 이익을 취하고 싶은 욕심의 감정을, 그리고 왕은 모든 것을 자신의 권력 아래에 두고자 하는 욕망을 드러낸다.


각자가 갈구하던 욕망은 다시 자신을 올가미로 가두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우리는 희곡의 마지막 부분을 통해 알게 된다. 자신의 복수를 위해 햄릿과 대결을 벌이던 레어티스는 자신이 음모한 칼끝에 묻어있던 독에 자신이 당하게 되고 그런 복수극을 조종했던 왕 역시 햄릿의 칼에 의해 죽음을 당한다. 그들의 욕망이 스스로를 죽인 셈이다. 그러고 보면 인간이란 자신이 고민하는 갈등에서 현명한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자신이 더 원하는 욕망의 무게로 결정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런 이유로 세상에는 비극적인 결말이 끝도 없이 계속 펼쳐진다.


햄릿이 독백했던, '사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구나!'의 문제는 어쩌면 내 욕망을 자제할 수 있느냐 마느냐의 문제로 귀결되지 않을까. 인간이기에 갈등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간이기에 욕망을 이겨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욕망에 당하고 나서야 우린 안다. 거칠 것 없이 위대하다고 믿었던 인간의 본질적 나약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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