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하고 통쾌한 삶을 위하여

고미숙의 글쓰기 특강을 읽고

by 소록소록


<읽고 쓴다는 것, 그 거룩함과 통쾌함에 대하여>


이런 노골적이고 사심 가득한 제목을 사랑한다. 작가의 주체할 수 없는 읽기, 쓰기에 대한 애정을 이렇게 대놓고 제목으로 표현한다. 제목만으로도 '그렇지! 그렇지!'라며 박수를 치고 싶은 마음이 드니 이 책에 대한 서평은 편애 가득한 글이 될 것 같다. 읽고 쓰는 삶을 하고 싶은 내게 거룩함과 통쾌함을 선물로 얹어주는 책이다.


고미숙 작가는 인문학자로 이미 여러 권의 책으로, 그리고 방송을 통해서도 잘 알려진 분이다. <감이당>이라는 인문학 연구소에서 일반인들의 인문학, 고전에 대한 강의와 글쓰기에 대한 수업을 하신다고 한다. <고미숙의 글쓰기 특강>이라는 제목처럼 이 책은 왜 글을 읽고 써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와, 실제 어떤 방식으로 글쓰기를 훈련할 것인가에 대한 두 가지 섹션으로 나누어져 있다.


작가는 프롤로그를 통해 왜 자신이 글을 쓰게 되었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담는다. 작가는 30대 중반에 조선시대 시가와 예술사를 전공으로 하는 박사학위를 받았다고 한다. 그 이전까지는 글을 써본 일도 없고 전공에 관련된 책을 쓸 때에도 자신이 글을 쓰며 살아가리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고 한다. 본격적으로 글을 쓰게 된 것은 교수 임용이 되지 못한 채 백수가 되면서 생소한 분야인 평론의 글을 쓰기 시작한 계기가 있었고 우연한 기회에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리 라이팅(rewriting) 하게 되면서 읽기와 쓰기에 눈을 뜨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후 공동체를 운영하면서 함께 읽고 쓰기를 하면서 삶의 기쁨과 충만함을 느끼는 시간들을 보내게 되었다니 작가의 그 소중한 경험의 단맛을 느껴보고 싶어 진다.



# 글쓰기의 존재론


인간이 산다는 것은 두 발로 선다는 의미로 직립의 존재, 즉 누구의 도움 없이 두발로 온몸을 지탱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온전히 두 발로 선다는 것은 삶의 비전이 필요한 일이며 그 길에는 글쓰기의 힘처럼 좋은 수단이 없다는 것이 작가의 말이다.


인간이란 존재는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존재로 인간들을 서로 연결할 수 있는 수단인 말과 글에 의해 시간과 공간을 넘어 서로 소통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문명이 탄생하게 되고 각 시대의 철학과 진리와 역사를 다음 세대로 이어갈 수 있는 힘이 된다는 것이다. 이런 진리와 존재의 의미와 그리고 나의 삶을 고귀하게 하기 위한 방법이 바로 읽기다. 읽는다는 것은 알기 위함이지만 읽는다고 모든 것을 알게 되는 것은 아니라고 작가는 말한다.


공자와 붓다, 스피노자의 철학을 알고 싶다면 읽고 그것을 나만의 언어로 다시 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공부, 학습, 지성의 최종 심급은 바로 글쓰기이며 쓴다는 것은 구경꾼이 아닌 생산자의 입장에서 지식을 정리하는 힘을 갖는다고 작가는 말한다.


"글쓰기는 노동이면서 활동이고 놀이이면서 사색이다. 무소의 뿔처럼 홀로 가는 담대함이 요구되지만 동시에 세상 속으로 깊이 들어가야만, 타자와 깊이 뒤섞여야만 가능하다. 원초적 본능이면서 동시에 고도의 지성을 요구한다. 이보다 더 좋은 활동이 또 있을까?"


글쓰기에는 정년도 나이 제한도 없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더 잘할 수 있는 것이 글쓰기라는 작가의 말에 마음이 끌린다. 게다가 글쓰기의 천재는 없으며 따로 재능이 필요하지 않다고 하니 얼마나 공평한 일인가. 글쓰기에 필요한 건 재능이 아니라 질문이라고 말한다. 삶에 대한 질문, 사람에 대한 궁금증, 사물에 대한 호기심, 무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갈망, 앎의 도약이 주는 환희 등등이 글쓰기의 힘이 된다고 하니 얼마나 사람답게 사는 글쓰기인가.


#실전 편


이렇게 글쓰기에 대한 필요성과 긍정적인 효과를 극도로 고취시켰다면 이제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한 각론을 작가는 말한다. 작가가 설명하는 글쓰기는 1800자 칼럼 쓰기, 리뷰 쓰기, 에세이 쓰기, 그리고 여행기 쓰기로 나뉜다. 각 분야마다 추구하는 목적이 다르기에 방식도 다르다.


1. 칼럼 쓰기


1800자 칼럼을 쓰겠다고 한다면 칼럼은 분량이 짧기에 간결하고 정제된 언어를 사용해야 하고 메시지는 강렬하게 와 닿아야 한다고 말한다. 쓰고자 하는 주제를 정했다면 그 문제를 화두처럼 마음에 지닌 채 거기에 시간을 들여 고민하고 집중한다. 그렇게 얻은 몇 개의 중심 단어를 가지고 기, 승, 전, 결에 맞추어 생각을 정리해야 한다. 작가는 글쓰기를 사계절의 리듬으로 비유하며 글의 내용이 부드럽게 흘러가며 종지부를 찍는 것이 아닌 자연스럽게 다음의 문제를 제기하는 호기심을 불러일으켜야 한다고 말한다. 일단은 2000자가 넘는 글을 적은 후에 읽고 또 읽으며 절차탁마하는 시간을 거쳐 비로소 완성도 있는 글을 마무리하게 된다.


2. 리뷰 쓰기


리뷰는 텍스트를 읽고 쓰는 글이다. 좋은 리뷰를 쓰기 위해선 읽고, 읽고 또 읽어서 내 몸과 마음에 완전히 흡수해야 한다. 그렇게 흡수된 내용이 내 몸과 마음에서 '활발발한'케미가 일어나서 다시 가열차게 토해내는 작업이 리뷰라고 작가는 말한다. 단순히 읽은 것에 대한 감상쯤으로 생각한 나를 부끄럽게 한다. 처음엔 무심하게 자신의 의견을 죽인 채 읽고, 두 번째에는 좀 더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을 써서 읽으며 다시 세 번째에는 사심을 가지고 자신의 생각과 활발하게 교류하며 읽는다.


리뷰는 독후감이 아니라 새로운 창조물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제대로 이해하지 않으면 그리고 자신의 생각과 완전한 케미가 일어나지 않으면 엉성한 글이 될 수밖에 없다는 작가의 일침이 내게 꽂히는 것 같다. 읽은 후에도 아직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나 이해가 되지 않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나 호기심을 발휘하는 것도 리뷰의 당연한 과정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3. 에세이 쓰기


자신의 삶에 대한 철학을 쓰는 것이라고 한다. 누구나 자신의 삶에 대한 철학이 있으며 철학이란 인식, 사유, 행동의 총칭이라고 말한다. 에세이를 쓴다는 것은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고 나는 누구인지,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지 그리고 무엇으로 존재하는가에 대해 탐색하는 과정이다.


인간은 자신의 욕망과 행동에 의해 존재를 알게 되는데 스스로 인식하고 사유하지 않으면 인간의 행동 패턴은 변화하지 않는다고 한다. 철학이란 내 욕망을 연구해서 행동의 리듬을 바꾸는 것, 즉 욕망과 행동의 조화로운 일치를 시도하는 것이라고 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갈등을 겪으며 인생을 배우게 되고 세계를 깨달아가면서 자유를 향해 나아가는 존재가 될 수 있다.


자신의 생각을 적어나가는 것이 에세이라는 마음으로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삶에 대한 철학을 고민하게 하니 글보다는 내 삶에 대한 성찰이 먼저 선행되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어 마음이 무거워진다. 자의식에서 조금씩 벗어나는 훈련, 그것이 바로 에세이의 핵심이다.


4. 여행기 쓰기


인간은 여행에서 일상을 떠나 다른 시공간에서 다른 사람들과 만나게 된다. 새로운 것을 보고 느끼며 나섦, 설렘, 그리고 충격을 느끼게 되고 그러면서 인간은 변용하고 성장한다고 말한다. 여행을 통한 에너지의 발산을 글쓰기란 도구를 이용해서 다시 수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통해서 그가 넓은 중국 땅을 경험하면서 느낀 충격과 성장의 과정을 작가는 좋은 예로 말한다. 여행이 단순히 소비의 관점이 아니라 새로운 경험을 메모로 남기면서 나만의 스토리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평소에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터득한 삶의 지혜를 여행이란 경험과 사건을 통해 다시 사유하고 위기 상황에서 응용해 보는 기회로 여행을 생각할 수 있겠다. 그러므로 여행이란 책의 또 다른 형태의 사유의 기회가 되는 게 아닐까 싶다.


"길은 사건의 현장이죠. 늘 온갖 사건들이 생겨나고 소멸합니다. 이 사건들 속에서 어떤 삶을 만들어 낼 것인가? 그것을 결정하는 키는 바로 사유의 내공에 달려 있습니다."




이 책의 절반에 해당하는 실전 편은 실제 작가가 감이당이라는 연구소에서 수강생들과 함께 수업하고 함께 글을 썼던 생생한 경험을 다시 풀어쓴 것이다. 덕분에 재미있는 강의를 듣는 기분이 든다. 우리가 글을 읽고자 하는 마음과 좀 더 깊은 사고를 통해 글로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당연한 본성이며 사유의 내공을 키워서 본질적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길이 아닐까 싶다. 그토록 거룩하고 통쾌한 삶을 위한 글쓰기에 적극적인 공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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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숙의 글쓰기 특강저자고미숙출판북드라망발매2019.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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