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시간 여행

새벽에 눈뜨고 보니...

by 소록소록

알람이 울린다.

새벽 4시. 새벽 1시에 잠이 들었으니 딱 세 시간 잠을 잤다. 더 자고 싶은 마음과 싸운다. 조금만 더 잘까. 그러다가... 십 분 정도 고민과 잠이 함께 섞여 몽롱한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가장 부드러운 자세로 일어났다. 깜깜한 상태로 걸쳐 입을 옷을 찾아 손에 쥐고 살며시 거실로 나왔다.


거실의 서늘한 기운에 몸을 움츠리며 겉옷을 걸쳤다. 저기 끝 방에서 달이가 큰 눈을 껌뻑껌뻑하며 살금살금 기어 나온다. "엄마... 무슨 몽유병이냐옹?... 잠퉁이 엄마가 왜 지금 일어나고 그러냐옹..."

그래도 반가운지 내 다리에 몸을 비벼댄다. 그리움의 표현이다. 우리가 헤어진 건 세 시간도 채 되지 않았는데 이렇게 그리움을 온몸으로 표현해주다니 이런 막무가내의 사랑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창문 밖을 내다보니 아직 모든 것이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다. 가로등만 켜진 거리는 쓸쓸한 배경의 무대장치 같다. 아파트 앞 동에도 불 켜진 집이 한 손에 꼽을 정도이다. 낮동안 시끄러웠던 놀이터도 조용하긴 마찬가지이다. 고요한 밤에 저 멀리 길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시간이 멈춘 듯한 지금 시간 새벽 네시가 조금 지났다.


잠을 조금 깨고 나니 몸이 그리 무겁지 않다. 집 안을 조용한 발걸음으로 이리저리 걸어 다닌다. 아이들 방 문에 각각 귀를 갖다 대니 씩씩한 숨소리가 들려온다. 곤한 잠에 푹 빠져 있나 보다. 아이들은 어떤 꿈에 빠져 있을지 상상해 본다. 그들의 단잠이 내 마음까지 달짝지근하게 만든다. 편안하고 행복한 시간 이리라.


잠 하면 누구에게도 질 수 없던 내가 이 시간에 일어난 것은 아침 요통 때문이었다. 그동안 아침마다 힘들게 했던 요통에 대해 이리저리 고민해보니 잠자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허리에 눌려지는 압력이 존재했는지 더 심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급기야 좀 푹 잤구나 하는 날에는 요통이 너무 심해 아침시간이 힘들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새벽에 일어나서 가벼운 활동과 스트레칭을 해서 몸 안의 혈류가 원활해지도록 해 보기로 했다. 그랬더니 그 악마의 아침 요통이 신기하게도 없어졌다. 잠과 통증 없는 아침을 바꾸기로 했다.


새벽에 일어나겠다고 마음먹었을 때엔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고민을 했다. 저명한 작가처럼 몇 시간 동안 새벽 글을 쓰는 습관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해보았다. 야무진 꿈이었다. 내게 새벽 네시라는 시간은 몽롱함과 싸우는 반 수면의 시간이었다. 글을 쓰기는커녕 책을 볼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첫날엔 내 집의 구석구석을 다니며 새로운 시선으로 처음 보듯이 구경을 했다. 낮에 보는 집과 새벽에 보는 그것의 감각은 달랐다. 내 손길이 가지 않은 구석이 없는 집인데 마치 남의 집처럼 생경했다.


지금보다 조금 더 맑은 정신이라면 여기저기를 이렇게 정리해야겠구나 하는 생각, 이 벽에는 유난히 손 때가 많이 묻었구나 나중에 좀 닦아봐야지 하는 생각, 그리고 아이들이 어릴 적 키를 잰다고 줄 그어두었던 벽면의 사인펜 자국 등을 하나하나 주의 깊게 살펴본다. 낮 시간엔 잊고 지냈던 내 삶의 흔적들이다. 그 흔적들에 얼마나 많은 기억들이 새겨져 있는지 나는 안다. 평소와는 다른 골똘한 표정의 엄마를 달이는 졸졸 따라 다니며 냄새를 맡는다.


몸도 더 가벼워지고 정신도 맑아지려고 하는 때, 새벽 외유를 마치고 다시 침대로 향한다. 가뿐한 몸으로 아침을 맞이할 수 있을 거란 기대로 몸이 한결 가볍다. 다시 꿈나라에 든다. 아... 달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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