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날 본 영화, '페라리' 리뷰

- 부제 : Make a Ferrari Great Again

by Jaime


※ '페라리'를 봤는데 레이스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그 시절 레이스와 관련해 공감하고 같이 떠들사람이 거의 없어서(만나지 못해서) 지극히 레이스와 자동차에만 집중해 혼자 떠드는 브런치 글.

※ 이 영화는 실화를 기반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1957년 밀레밀리아를 알고 계신 분들은 이미 결말을 알고 있으실 거에요. 약간의 스포도 있습니다.

※ 이 영화는 Fast and Furious 가 아닙니다.

※ 혹시 틀린 정보가 있다면 댓글로 달아주세요! 저는 잘못 아는 정보로 살아가고 싶지 않습니다. ㅠㅠ




영화 'Ferrari', 이 영화는 마이클 만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는 말이 들려왔을 때 부터 꽤나 흥미를 끌던 영화였다. 자동차 업계에서 가장 전설적인 인물 중 하나인 엔초 페라리를 과연 어떻게 그려냈을까. 그리고 그는 정말 춘추전국시대라고 말할 수 있는 1950년대의 모터스포츠의 상황을 어떻게 묘사하고 담았을까가 굉장히 궁금했다.


개인적으로 마이클 만 감독의 영화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퍼블릭 에너미'였다. 그 당시에 무겁고 진중한 분위기의 영화를 많이 봤었는데(예 : '팅커, 테일러, 솔져, 스파이') 퍼블릭 에너미 역시 극장에 가서 혼자 오밤중에 보았던 영화. 대사 "Bye bye black bird."라고 나직하게 읊조리는 대사가 아직도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데 그런 분위기를 만든 마이클 만이 광적인 팬 '티포시'를 거느리고 있는 페라리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물론, 영화적으로 그런 부분이 흥미롭기도 했지만, 마이클 만 이라면 역시 현실 고증 (특히 사운드)을 철저히 하는 감독이라, 제대로 그 시절의 자동차를 살려내고 복원했을 거라고 기대했다. 심지어 그는 페라리 오너가 아니였는가! (여전히 두 대를 모두 갖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는 파란 테스타로사와 직접 오더메이드한 페라리를 갖고 있었다)


그래서 그 당시의 Ferrari 자동차들 특히 Ferrari 315 S, Ferrari 250GT LWB 시리즈 친구들, Ferrari 500 TRC 등의 배기음을 들을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몹시 행복할 것이라 생각했고, 무엇보다 1957 밀레 밀리아 사건을 알고 있는 사람들에겐 여러가지를 고민하고 머뭇거리게 만드는 차 Ferrari 335S의 모습을 커다란 컬러 화면에서, 쟁쟁하고 좋은 사운드로 배기음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안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운드들은 영화관에서 패딩을 꼭 안고 영화를 보는 내가 심장이 두근거리도록 멋진 사운드를 들려주며 소름이 쫙- 돋게 만드는 그런 아름다움을 선사했다.




이 영화는 최대한의 리얼리즘을 추구하며 만들어졌다.

그래서 영화에 나온 마세라티 250F의 경우 핑크 플로이드 드러머 닉 메이슨이 소유한 실제 마세라티 250F를 가져와서 촬영했고, 실제 포뮬러 드라이버(F1이 아닌 다른 시리즈)인 데릭 힐이 '장 베라' 역을 소화하며 이 차를 운전했다. 영화를 보면 손만 드라이버의 운전으로 따로 따서 찍었나 싶을 정도로 기어변속 하는 모션이 자유로운데, 역시 프로 드라이버가 장 베라 역을 소화했기 때문이었다.


데릭 힐은 영화 초반에 모데나에서 '장 베라'가 트랙 레코드를 갱신하는 장면은 실제 그 레이스카를 운전했다고 한다. 어쩐지 싶었다. 보통 영화적으로 표현할 때, 그런 기록을 깨는 장면에서는 자동차의 배기음 대신 OST가 큰 소리로 나오게 되는데 경쟁팀의 드라이버가 운전을 하는 데에도 이 영화는 꽤나 차량 사운드에 신경을 썼다. 물론 가장 처음 나오는 레이스 트랙 상의 경주차 이나, 실제 그 배기음을 영화에 담다니. 멋졌다.


실제 드라이버는 또 있다.

영국 BBC의 'Top gear'로 알려져 있는 'Stig', 벤 콜린스도 영화에 출연했다.

BBC Top Gear의 Stig였던 벤 콜린스. 영화 '페라리'에서 영국인 드라이버 스털링 모스 역을 맡았다.

영국인인 그는 그 시절 가장 걸출한 영국인 드라이버 중 한 명인 스털링 모스 역을 맡았는데 (참고로 1957 밀레 밀리아에서 스털링 모스는 마세라티 소속의 드라이버로 가장 먼저 탈락했고, 영화에서 묘사했듯 실제로 브레이크 패달이 부러져서 탈락했다), 실제로는 너무 빨라서 Topgear의 속도 기준이 되었던 Stig가 영화에서 가장 먼저 탈락하며 브레이크 패달을 집어 던지는 모습이 '마이클 만 이 양반... 영국인에 대한 리스팩트도 하며 농담 좀 치네?' 의 생각이 들었다.


이 외에도 영화를 보다 보면 그 시절 정말 위대한 드라이버들이 슉슉- 지나간다.

일단 판지오가 나오는 순간 나는 마이클 만의 덕력에 빵 터졌고(판지오는 F1 월드 챔피언을 5회나 한 사람으로, 1957년 마세라티 소속이었으나 밀레밀리아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그러나 워낙 유명한 드라이버이기 때문에 마이클 만이 언급 한 것으로 보인다), 비록 매우 짧은 순간 비춰진 얼굴이었지만 실제 모습과 매우 닮은 것 같아(영화를 한 번만 봐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몹시 흥미로왔다. 마치 2013년 개봉한 론 하워드 감독의 '러시 : 더 라이벌'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영화 '러시 : 더 라이벌'도 스쳐지나가는 많은 드라이버들이 너무나도 실제 그 당시의 모습과 닮아서 깜짝 놀랐었기 때문이다.


드라이버 역을 한 사람들 중, 실제 드라이버는 또 있다. 바로 패트릭 댐시.



타루피의 흰 머리로 분장한 패트릭 댐시

개인적인 TMI를 말하면 2017년 일본에서 하는 WEC 경기를 보러간 적이 있는데, 그때 WEC와 밀레밀리아 Japan을 하는 일정과 겹쳤었다. 하지만 생업(...)으로 인하여 일본 밀레밀리아의 메인 행사들은 보지 못하고, 마지막 종착지인 다이칸 야마 츠타야 서점에 가서 남은 행사를 즐기고, 다음날 바로 후지 서킷에 가서 WEC를 즐겼는데 그 당시의 스타터가 바로 패트릭 댐시였다(아주 작은 실낱같은 인연일지라도 모터스프츠를 좋아하는 사람은 몹시 신나는 것).


2017년 당시 방문했던 도쿄 밀레밀리아 행사배너


사실, 패트릭 댐시는 이 영화에 나오는 것 자체가 스포다.

그는 2009년부터 르망 24시에 출전했고, 그의 팀은 2018년에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나라도 이런 사람이면 영화 안에서 죽쑤는 성적으로 만들지 않겠다! 심지어 현역 드라이버이자 팀 오너!!) 그래서 레이스를 아는 사람들은 '아! 이 사람이 타루피구나!' 라고 바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타루피 역할이 굉장히 나이스한 성격을 보여주는데, 그 매력이 더 패트릭 댐시가 이 밀레밀리아에서 중요한 역할(!)로 기록에 남았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었다.

연기해서 번 돈 모터스포츠로 다 태우는 사람

또 다른 재미있는 이야기는 영화 제작진이 페라리로 부터 1950년대의 차에 대한 제작 정보를 어마어마하게 받았는데, 이 중에는 1957년 당시 타루피가 탄 Ferrari 315 스카글리에티의 미캐닉과 엔지니어에 대한 정보도 세세하게 있었고, 당시 사용한 연료량도 제공 받아서 제작자들은 '소름 돋을'정도로 좋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촬영을 위해 만들어진 차들은 케이터햄을 이용해 만들어졌다고(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굉장히 빠르다고 한다).


그 외에도 이 영화를 보다보면 아주 재미난 차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역작인(아직도 IAA(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나오는) 300SL은 당연하고, 포르쉐 356 등 다양한 올드카도 볼 수 있었다. 영화 '페라리'를 한 번 밖에 안봐서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그 시절 부가티도 경기에 출전 차량으로 나왔던 것 같은데, 만약 정말 나온 것이 맞다면 '옥의 티!' 이거나 당시 분위기를 구현하기 위해 마이클 만 사단이 가져다 놓은 차라는 것. (부가티는 1957년 밀레 밀리아 출전 차량 명단에 없다.)


뿐만 아니라, 페라리 공장에서 만들던 엔진은 실제 페라리 F1 엔진이다. 또. 페라리의 밀레밀리아 팀의 레이스 엔지니어들과 미캐닉들은 '러시 : 더 라이벌'의 실제 주인공이기도 한 니키 라우다와 황제 미하엘 슈마허와 함께했던 미캐닉들이다.


너무 오래된 차들이기 때문에 복제품을 만들어 촬영할 수 밖에 없어, 영화 속 레이스카들의 배기음은 실제와 조금 다를지 모르지만, 기회가 된다면 돌비 애트머스관에서 한 번 더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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