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ime Jan 04. 2021

신년사 쓰기

- 몇 년을 썼지만 여전히 모르겠는...

먼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가 밝았습니다.

늘 밝고 희망찬 새해는 우리에게 어떤 기대와 설렘, 그리고 어이쿠 또? 혹은 다이어트에 대한 압박을 가져다 줍니다. 하지만 인사와 홍보 그 어드메의 업무에 계신 분들께서는 (여기에서 연말의 회계부문 업무량은 넘사벽이니 중간계에서는 제외하도록 합시다) 이미 연말부터 종무식/시무식으로 시달리기 시작하시죠.


저도 3년 정도는 종무식/시무식(+@ 송년회) 담당자였고, 5년 정도를 신년사를 비롯 대표이사님들의 메시지를 쓰기도 했었습니다. 아마 연말 1주일 정도는 신년사 쓰느라 온세상 좋은 말은 다 찾아보고, 여러 기업의 신년사 사례를 찾는 시간이 업무시간 중에 있었고, 주변에 신년사 쓰는 사람들끼리 정보공유 한다고 하다가 푸념하고 막 그렇게 친분을 쌓는 일도 흔했쥬.


사실 요즘도 회사 인사 / 홍보팀은 아니지만 대표이사님 메시지를 쓰는 경우가 가끔 있어서 꾸준히 다른 기업들의 사례를 모아두거나, 계열사의 친한 홍보담당자님들과 서로 공유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도 역시 주변 분들이 '신년사' 때문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으셔서, 제가 했던 사례를 공유해 조금이나마 이런 걸 나누면 어떨까 하는 마음에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일러두기]

1. 제가 하는 말이 답이 아닙니다. (저도 쓰라고 해서 다른 신년사 전체를 배껴 써보기 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어려운...)

2. 저는 국어국문학, 미디어, 광고/홍보, 신문방송학을 전공하지 않았습니다ㅠㅠ

3. 실제 사례를 가지고 분석하지 않습니다. 수많은 홍보 / 인사 담당자님들의 피, 땀, 눈물을 저도 경험했기 때문..따흐흫...ㅜㅜ



0. 신년사는...

말그대로 신년에 하는 인삿말입니다. 보통 회사를 대표하는 분들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런데, 환경이 좀 별로라서 우린 함께 으샤으샤 열일하고, 이런저런 것들을 좀 고려하고 변화해야 합니다. 그럼 돈을 많이 벌 것이고, 그럼 우리모두 행복할거에요, 그러니까 여러분 건강하셔야 해요! 라는 것을 임직원들에게 전달하시~면~서! 세상에 공표하는 자리죠. 그래야! 그것을 보고 아하! 하고 투자자들이 많은 돈을 투자해 줄 것이니까요. 물론, 사람이 많은 기업들일 수록 목표를 분명히 해서 그 해에 배가 산으로 가지 않게 하기 위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1. 먼저 우리 회사를 파악해 봅니다.

회사가 제조업인지 IT 기업인지, 서비스업인지, 금융업인지 부터 파악을 해야 좋습니다. 그리고 각자의 회사가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캐치해야합니다. 예를 들어 애플은 제조업인가, IT서비스 회사인가 뭐 이런...  요즘은 사업도가 복잡하게 올라가는 시기이니까요.

회사를 알아보기에 가장 좋은 것은 주식회사라면 12월에 대표이사님들이나 중!요!한 분들이 발표하시는 IR 자료입니다. 직접 IR을 하지 않는 회사들의 경우, 모기업이나 주주회사의 IR 자료 또는 가장 비슷한 사업분야의 경쟁사나 지향하는 회사의 IR 자료를 살펴보시면 내년에 우리회사가 지향하는 바와 성격을 파악하시는데 조금 더 수월할 것 같습니다. 혹시 그리고 기획실이나 전략팀이 있어서 해당 파트에 친한 사람이 있다면 좀 관련 자료 있냐고 슬쩍 물어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그리고 관련해서 배경지식을 축적하고, 여유가 좀 더 있으시다면 관련 기사를 찾아보거나 이것과 관련된 유사한 행사 또는 홍보자료에 우리회사는 어떤 단어로 말을 하고 있는지를 파악해주시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2. 대표님을 파악합니다.

요즘 대기업들은 3세 경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대표이사 혹은 오너분들이 상당히 젊어지셨습니다. 40대를 많이 찾아볼 수 있고, IT나 스타트업 쪽은 ...뭐 말하면 입 아프죠(그러나 IT나 스타트업은 신년사를 많이 하시는 편은 아니더라구요. 지속적이고 정기적인 대화의 시간을 더 추구하시는 것 같습니다).

즉, 신년사의 화자와 신년사 문구들이 어색하지 않아야 합니다. 저의 경우 제가 신년사 초안을 써드렸던 대표이사님들이 베이비 부머 세대이셨고, 그 분들이 한 회사에서 30년 넘게 재직(그것도 R&D분야에서)하신 분들이셨습니다. 그래서 그런 분들이라면 어떤 단어를 사용해서 무엇을 어떻게 표현하실지가 큰 고민이었습니다.

다행히 저는 운이 좋게도 1년간 대표이사 비서 겸직을 한 적도 있고, 대표님의 옛날 사내방송의 토크쇼 영상을  찾아볼 수 있어서 대표님들의 단어나 표현법에 대해서 좀 더 파악하기가 수월했었습니다. 언론이나 뉴스에서 인터뷰하신 것들도 찾았었구요. 그렇게 해서 이야기하시는 스타일을 찾아 갔었습니다(시무식 때문은 아니었지만 몇 번 같이 술을...마셨던...대표님도...ㅋㅋㅋ). 그렇게 대표님의 성향과 말투, 관심사(?)를 파악해서 어색하지 않게 이야기를 써 내려가려고 노력했었죠.


3. 외부환경을 파악합니다.

보통 신년사의 앞 부분에는 올해 외부 환경에 대한 예언(?)과 상황이 언급이 되며,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나아가야 한다고 이야기가 전달됩니다. 이러한 예언과 상황은 각종 뉴스를 참고하는 것도 좋지만, 한국은행에 들어가보시면 경제분석 자료들이 몹시 깔끔하고 예쁘게 잘 나와있으니 참고하도록 합니다. 특히, 수출입 중심의 업무를 하시는 회산들은 수출입은행의 경기 지표 등을 참고하시면 좋습니다. 딜로이트와 같은 컨설팅 펌에서 주기적으로 발행하는 대외환경분석자료를 보셔도 되고, 한국경제나 매일경제 같은 경제 신문에서 연초/연말에 나오는 경제전망기사를 참고하셔도 좋습니다. 그리고 우리 기업이 시장을 선도하고, 지속가능경영과 전지구적 메가트랜드를 선언해야 한다! 하시면 다보스 포럼으로 잘 알려진 'World Economic Forum' 사이트에 들어가셔서 좀 더 인사이트를 넓히고 사내에서 작성된 외부환경 분석자료를 파악하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이 모오든 작업은 전략기획부문의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면 업무 진행에 있어서 큰 행복감을 얻으실 겁니다(멀리서 찾지 마세요. 여러분에겐 훌륭한 동료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좀 비추천하는 자료는... 정부의 4차 산업혁명 리포트들인데요, 그 자료가 나쁜것이 아니라 중앙정부에서 발행하는 자료집은 국민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쉽게 쓰여지고 보도되어서 이미 너무 많이 노출되었기 때문이죠(사실 국민들에게 알릴 목적으로 작성이 되구요.). 기업의 신년사는 투자자들과 고객들의 뇌리에 팍!팍! 박혀서 기대심리를 자극해 주가를 올리거나, 신규 투자자를 유치하거나, 시장지배력을 보여주거나, 브랜드 가치를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그 쪽과 더 가까운 한국은행, 경제지, 경제리포트, 컨설팅펌 들의 자료가 더 업무시간을 줄여줄 수 있습니다.




4. 본문을 작성해 봅시다.


저는 본문을 쓸 때, 파트를 나누어 작성을 했고(다들 그러시겠지만) 이 파트를 나눈 목적을 대표이사님께 구두로 설명해드렸습니다. 왜 이 부분에서는 이걸 언급하셔야 하고, 이 다음에선 이걸 언급해주시면 좋은지를 명시해드렸습니다. 직원들의 입장에서 느끼는 바를 공유해드린 적도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대표님이 쉽게 파악하고 수정하실 수 있게 각 문단의 성격과 맥락을 문단 상단에 기재했었습니다(이런 흐름으로 신년사 해주시면 됩니다라고 말씀드렸었어요)


간략히 몹시 쉬운말로 예전에 썼던 저의 신년사의 흐름을 말씀드리면...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이게 정답이 아니에요)


[첫인사]

[어려웠던 우리네 환경 가볍게 언급]

[올해의 불안요소 언급]

[희망요소 언급]

[불안/희망요소(환경)에 따른 주요 사업추진방향(목표과제) 선포 ----메인메시지]

[방금 전 언급했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조직구조/변화/개선방향 다짐]

[조직문화 개선 또는 방향성, 임직원 개인의 변화 호소]

[그러니 올해도 우리 잘해보아요 앗흥~]

[새해 복 많이받으세요!]


이렇게 문단 위에 적어드렸고(물론 진짜로 저렇게 안 적고, 정제된 단어로 적었습니다), 대표님들은 대략적인 글의 순서는 유지하시면서 자신의 언어로 많이 바꾸셨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실무자들이 먼저 작성하는 신년사는 일종의 가이드느낌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경험했던 대표이사님들은 회사의 경영과 관련해 본인의 철학이 있으셨고, 저보다 훨씬 더 많은 정보, 여러가지 고려 사항 등을 당연히 더 많이 갖고 계셔서 그냥 참고자료로 제 글을 보시고 직접 수정하셨죠.(저는 그게 맞다고 생각해요. 대표이사님인데 써드리는 대로 읽으시기만 하면 뭔가 슬플 것 같아요. 근데 또 역설적이게도 제 글이 거의 수정없이 나가면 몹시 뿌듯합니다)


본문을 작성할 때 주의점은 기업의 생각이 대표님의 언어를 통해 대내외로 공표되는 것이다 보니, 정치적/종교적/성별(남녀차별적 단어) 조심하셔야 하고 괜한 유머를 넣어서 물의를 일으키지 않도록 해야한다는 점입니다(끝나고 유머러스하게 자리를 마무리한다고 하시면, 셀프디스 같은 유머 역시 피해달라고 말씀해주세요). 정말 중요한데 가끔 안지켜지는 경우가 있더라구요. 그리고 갑작스러운 애도나 사과를 해야할 경우에는 신년사의 가장 앞에 한 번, 가장 뒤에 한 번 배치하셔서 장황하지 않은 표현으로 진심을 표현해야합니다.


또 하나의 유의점은 역시 외부로 공표하는 글(말)이기 때문에 쉬운 말로 써야합니다. 너무 긴 문장이나, 엄청난 수사, 현학적인 단어, 몹시 어려운 한자어의 나열, 유식함 자랑 등도 피해야 합니다.




** 사족 : 한 때, 이런 글을 쓰기 위해 많이 접했던 것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문이었습니다. 신년사 작성 시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지 않았지만, 줄줄이 나열되는 문장을 딱딱 끊는 스킬과, 강조점을 명확하게 강조하는 스타일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문은 벤 로즈 라는 사람이 많이 작성했는데(현재는 이래저래 말이 좀 있긴 하지만...), 꽤 깔끔하고 알아듣기 쉽기도 하고 지탄 받을 만한 문장이 거의 없어서 좋더라구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