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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불러드릴까요?

호칭과 직함은 관계의 규정에서 시작된다.

by Eric

직장생활의 가장 큰 낙을 월급이라고 이야기 하지만 정작 현실에 매몰된 사람들에게는 그 전쟁터에서의 승리만큼 값진 보상을 없다. 승진, 직위의 상승은 그 승리의 두번째로 큰 수확이다. (당연히 첫번째는 돈을 꼽는 난 속물이다.) 늦은 감이 있지만 요즘은 우리 회사의 진급자를 고려하고 인선하고 있다. 구구절절이 언제나 바쁘고 언제나 사정이 있지만 (언제나처럼) 힘들었던 지난 한 해를 보상하고 신년의 정비에 그만한 것도 없기에 회사의 분위기 쇄신을 위해 은근한 기대가 있다.

나는 햇수로 9년째 본부장이란 직함을 쓰고 있다. 사실 우리 직원들이나 착실하게 본부장이라고 호칭하지 작은 대행사의 본부장은 부르는 게 이름이다. 어떤 사람은 부장님(짧고 편하게), 어떤 사람은 실장님(자기 맘대로), 어떤 사람은 사장님(아~몰라), 아주 적은 소수만이 본부장님이라고 부른다. 여러 이유로 내 직함도 이번 기회에 바꾸자는 이야기들이 나오게 되었고 직함에 대한 고민이 시작이 되었다.


직위와 직함을 어떤 사람들은 '머슴들 간의 서열 경쟁'이라고 조롱하기도 하지만 직함은 노력에 대한 성과로, 또는 사회적 신분으로 작용한다. 직함을 선정할때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떤 위치에서 어떤 일을 하느냐?'의 질문이다. 두번째로 중요한 것은 '그들이 이 직함에서 나를 누구로 느낄 것이냐?'의 문제다. 물론 거대한 조직의 체계에서 정해진 성과를 달성할때마다 순차적으로 진급되는 대기업의 문화가 아니라 유기적으로 성장하는 조직에서의 예시다. 가까운 예로 나와 일하는 벤더사의 사장님들 중에 대표가 아닌 '이사', '실장' 등을 직함으로 쓰시는 분들이 많다. 직위가 낮은 고객과 일하며 '대표'라는 직함이 거북할 수 있다는 배려라고 한다. 반대로 아직 사원이지만 '주임', '대리' 또는 '담당', '전임' 등으로 높이거나 돌려서 호칭하기도 한다. 이경우는 파트너사 담당자들의 직위가 높아 생기는 상호간의 호칭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결국 직위, 직함, 호칭 무엇이라 부르던 관계의 문제로 이어진다. 관계를 무어라 규정할 것인가? 나를 어떻게 포지셔닝 할것인가?의 문제로 고민의 높이를 올려보자.


우선 우리는 직위, 직급, 직함의 의미를 혼동해서 이해하고 있다. 회사에서 이런거 규정하면 아저씨라고 불리니 써먹는건 개인의 자유지만 알고만 있어두길 권한다.


직위: [position, 職位] _직책상의 지위나 분담.

종업원 개인에게 할당된 ‘일 내지 과업’의 집합체를 말하며 지위(地位)라고도 한다. 직위란 개인이 과업을 수행함에 있어서 그에게 지워져 있는 의무나 책임을 포함한 일체의 정신적 ·육체적 활동의 총체(總體)를 뜻한다. 직무와 직위는 다르다. 각자의 업무에서 그 종류와 성질이 동일하고, 그것을 수행하기 위한 요건이 동일한 경우에 그러한 일군(一群)의 직위를 일괄해서 직무라고 부른다. 따라서 하나의 직위는 반드시 하나의 직무 안에 포함된다. 직무에는 몇 가지 직위가 포함되는 경우가 있지만, 하나의 직위가 몇 가지 직무를 포함하는 일은 없다. (두산백과)


직급: [position grade, 職級]_위 직위의 등급으로 상호관계의 서열.

직무의 종류, 난이도, 권한과 역할, 책임의 정도가 비슷한 직위를 한 데 묶어 분류(job classification)한 것으로 인사관리및 인력운영을 위하여 조직의 구성원들을 적절한 등급으로 나누어 계층별로 묶어 위계적 체계로 배열한 것이다. (HRD 용어사전)


직함: [position name, 職銜]_직위와 직급을 통털어 업무상 칭하는 호칭.

직(職)은 집장(執掌)한다는 뜻이고, 함(銜)은 관리의 위계(位階)를 의미하니, 직장(職掌)과 직위(職位)를 나타내는 것을 직함이라고 함. 관함(官銜). (한국고전용어사전)


하나의 사전에서 일괄되게 설명했다면 좋았겠지만. 사전마다의 관심이 다른듯 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엄연히 이 모두는 조금 다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영을 관리하는 경영직위의 예를 들어보자. '사장'이라는 직위는 한사람이다. 사장이 둘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최고관리자'는 직급으로 '사장', '부사장'까지도 포함한다. 가끔 '부장급' 이라는 용어로 직위인 '부장'을 그정도 수준이라는 표현으로 '부장급'이라고 표현하는 사례도 있지만 정식 표현은 '중간관리자' 정도가 맞을것이다.


호칭으로 시작해서 너무 고리타분한 이야기가 되었다. 하지만 의미를 알고 가는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에 사전을 찾아가며 전해보았다. 다시 원론으로 돌아와서 그렇다면 당신은 어떻게 불리길 원하는가? 위의 의미를 생각하되 내가 ‘누구’로, ‘어떤 위치로’, ‘어떤 일을 하는 사람’으로 보이길 원하는지를 스스로 규정해야 한다. 그것이 날때부터 정해지는 ‘가족관계 호칭’과 다른 ‘사회관계 호칭’의 특징이다. 물론 회사에서 주는대로 써야하는 대기업의 문화는 예외다. 불편하신 분들께 양해를 구한다. 다음 기회에는 그래서 주어진 호칭의 무게에 대한글을 써봐야 겠다.


흔히 사용하는 직장내 호칭 몇가지의 의미를 보고 나의 직함과 동료들의 직함을 고민해보자. 어디까지나 내 생각과 인터넷 유머를 적절히 섞은 농담으로 글을 마친다.


인턴: 간을 다.

사원: 직서를 품고다니지만, 통해서 꺼내지도 못한다.

전임: 전임자에게 물어보세요.

주임: 거라 일만하다 종.

대리: 신해줘도 지랄이고, 드해줘요 염병하네.

과장: 거를 자꾸 들먹인다. '난아니었지~ 나때는~~'

책임: 상 앞에서 일만하다 종.

차장: 라리 사를 할까.

부장: 디 이자식이 염 걸리게 해주세요.

매니저: 일매일 '가해라' '거해라'

팀장: 에 저놈만 없으면 땡인데.

실장: 은 사장, 아님 사인줄 아는 놈.

본부장: 장도 사도 아닌 이상한 사람.

이사: 제그만 표 내라.

상무: 관없어. 시해.

전무: 몰라요. 상한테 가봐요.

부대표: 장이 알아서 해요. 대표님 안계셔.

대표: 단해. 없어도 가안나.


당신은 뭐라고 불리길 원하시나요?


2019. 1. 19, Er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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