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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하라고

#가족독서모임 #달러구트꿈백화점 #호르몬이그랬어 #대화가필요해

by Eric

아빠: 우리 조금 편하게 얘기하자. 지난번에 한걸 들어보는데 정말 딱딱한게 회사에서 회의한는 줄.

엄마: 난 편안했는데.

아빠: 내가 진행하는 것 같은게 특히 안 재미있더라고.

엄마: 아빠가 말을 많이하니까 그렇지. 이끌어야한다는 책임감이 있었나봐.

아빠: 책임감 플러스 기록한다고 생각해선지 내가 뭔가 진행하고 정리를 하더라. 그럼 계속 진행해서...

오늘 린이가 책을 못읽었는데, 앞으로도 못 읽는 사람이 있을수 있잖아. 한 사람이 못 읽었을 때나 셋 다 못 읽었을 때도 지금처럼 만나서 이야기 하는 시간은 갖도록하자. 서로 얘기를 하는거에요. 엄마. 아이스크림만 열심히 먹고 계시는게 아니라. 얘기요.

엄마: 예. 알겠습니다.

아빠: 한입만.

랄라: - -;

엄마: 린이가 책을 읽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내용이 너무 관심사 밖이었던 거잖아. 그래서 자기가 관심있는 책을 읽고 돌려보는건 하지말아야 할까? 우리의 처음 의도는 책하나에서 나오는 서로 다른 생각을 나누자는 거지만 가능할까?

: 한권, 한권에 집중해서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해보자는 거였죠.

아빠: 그런 의미도 있었지만 이런 기회에 정해주지 않으면 린이가 2차 세계대전 때 명작을 읽어볼 일이 있겠어? 굳이 원하지 않는 책도 다른 사람의 추천 덕분에 읽어볼 수 있는 계기가 될까 생각했지. 좀 재미없는 얇은 책을 추천해주고 잘 따라오면 나중에는 진짜 재미없지만 유익한 책들을 추천해서 같이 읽어보고 싶었는데, 실패야. 책을 읽기 전에 표지만 봐도 재미가 없다는 느낌이 오니까 안읽히겠지. 이해해. 같이 결정하자. 엄마 말대로 각자 관심 있는 책을 읽거나, 다시 처음 마음으로 돌아가서 우리의 약속대로 최대한 읽고 읽은 만큼이라도 이야기를 나눠보거나. 둘 중 어쩔까?

엄마: 아이들에게 공부를 가르치다보면 수학을 잘하는 아이는 수학을 더 잘하게 키우면 될텐데, 우리사회는 사람마다의 특성을 배제하고 모든 아이들이 모든 과목을 잘하게끔 가르친다고해. 강점이 될 수 있었던 수학마저 잃게되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 일리 있는 부분도 있어. 하지만 아직 다양한 책과 세상의 분야를 모르는 상태에서 좋아하는 책만 읽는게 다른 분야의 책들을 접할 기회를 막는 것일 수 있다고 생각해. 많은 분야의 책을 읽어보고 그중 점점 좋아하는 분야로 집중해가는 성장하는 독서가 더 양질의 독서가 아닐까? 적어도 내가 좋아하는 분야를 찾을 수 있는 기회는 다양한 책을 찾는 시도 후에 오는 거지.

아빠: 린이를 편을드는 줄 알았더니 린이의 적이다. 말에 시와 종이 다른데.

엄마: 책을 많이 읽지 못하는 내경우에 좋아하는 분야의 책이라도 꾸준히 읽다 보니까 관심없는 책을 볼때도 읽어지기는 하더라. 그런면에서는 나도 린이 생각에 찬성해. 나 이책 정말 맞지 않았거든.

: 읽어지긴 했겠지. 엄마가 글도 모르는것도 아닌데.

아빠: 근데 너는 왜 안 읽었어? 엄마 말씀 더 들어봐.

엄마: 책을 들고 있는 시간들이 나에게 쌓여 가더라는 거야.

아빠: 맞아. 엄마가 정말 중요한 이야기 했어. 그게 독서의 습관이라는 거겠지.

엄마: 정리가 잘 안되네. 그래서 내 결론은 '관심 없는 분야의 책도 읽어서 관심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 하지만, 독서습관이 생길때까지는 읽고 싶은 분야 위주로 읽으면서 습관을 길러보자.'야. 그렇게 하는게 이 시간을 계속 이어가게 해줄것 같아.

아빠: 린이는 어떻게 생각해? 읽지 못한 사람의 입장에서 그리고 너의 지금 상황으로 봐서 앞으로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생각을 들려주면 좋겠는데.

: 관심이 없어서 안 읽었다 그랬지만, 관심이 있는 책으로 정했어도 안 읽었을 거야.

아빠: 왜?

: 좀 나태해진것 같아.

아빠: 음. 그럼 나태함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뭐야.

: 나태함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어.

엄마: 나는 이런 시간을 갖자고한 이유가 서로 스트레스 받지 않는 선에서 논술학원을 안다니고도 부족한 독서량을 채웠으면 해서였어. 다른 과목의 공부는 열심히 잘 하고 있는데 아깝잖아.

아빠: 그런 개념에서 시작했다고 하기에는 엄마, 아빠만 얘기하잖아. 린이가 얘기를 해야지. 그런 이유도 있었겠지만 나는 '랄라야. 우리 가족끼리 대화하자. 얘기 좀 해봐.' 같은 단절을 위한 대화가 아니라 한권의 책에 대해 함께 공감하고 토론하면서 서로의 일상과 생각을 나눌 기회가 될거라고 생각했어. 우리가 대화가 많은 가족이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돌이켜보면 깊이 있는 대화를 할 기회는 많지 안잖아.

아까 린이가 나태함에 대해서 얘기할 때 내가 많이 하는 말이 생각났는데, 내게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건 '나'고 내게 세상에 제일 자애로운 것도 '나'라고 한데. 내가 나를 몰아붙이기 시작하면 정신적으로 병이 될 수도 있지만, 내가 나를 용서하기 시작하면 끝없이 쉴 수 있잖아.

엄마: 난 두개 다 있는데.

아빠: 병은 자기가 병이라고 인식하는 것부터 시작이야. 같이 병원에 가보자.

엄마: 그걸 고칠 수 있는 것도 나야.

아빠: 맞아. 진짜 중요한 거야.

엄마: 나는 그걸 조금씩 고쳐가고 있어.

아빠: 그럼 엄마는 병원은 안 가도 되고, 랄라랑 린이는 가야할까?

엄마: 얘들도 중증은 아니야.

랄라: ^ ^

: ^ ^

아빠: 아빠가 아침마다 잘 일어나는 걸 보고 엄마가 대단하다고 하는데, 일어날 때마다 생각해. '더 누워있어도 어차피 피곤하다. 움직여라.' 하고 일어나. 아프거나 힘들어서 잘 때도 많은데 그런날은 '하루쯤 괜찮아. 좀만 더 쉬자' 하는거지. 내가 나한테 '안 괜찮아.' 라고 말하는것부터 시작이야. 어느새 우리는 너무 많은 일들에 '괜찮아.' '괜찮아.' 하고 있잖아. 그중에 한 번이라도 시작이 중요해. 한번씩 하다보면 조금씩 나아질껄. 우리가 이렇게 모이는것도 그런 내적 갈등을 이기고 모이는거 아니야? 그래도 하기 싫다는 얼굴인데. 화이팅!

엄마: 네 저는 호르몬이 그랬어를 읽었습니다. 처음에 이 글을 읽으면서 '글을 이렇게도 슬슬 쓴다면 나도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다가 '글이 참 재미없다.' '정말 일상 같아 보이는데,' '굳이 이런 얘기를 왜 쓴걸까?' 하기도 했어.

랄라: 근데 엄마. 갑자기 궁금한 건데 그러면 엄만 이런 얘기 아니면 무슨 책 읽어요?

: 신앙과 관련된 책?

엄마: 아니야. 신앙쪽 보다는 의외겠지만 정보를 주는 책.

아빠: 엄마는 책을 읽어서 생활에 도움이 되는 책을 주로 보는 편이지. 근데 짧은거 좋아해. 경제 서적을 읽어도 그냥 말고 '30일 만에 완성되는' '5주면 끝나는' 이런책 많이 읽지.

랄라: 맞아. 맞아. 내 역사책 사준거 봤지.

엄마: 자. 자. 그래서 끝까지 다 읽고나서 '나도 글을 쓸 수 있겠다.' 싶은 마음에 한번 써보려고 했더니 지난번에 잠깐 얘기했던 것처럼 이게 정말 힘든 일이라는걸 알게됐어요. 이 작가도 몇 번에 걸쳐서 고쳐썼다고 하는게 이 사람도 신진작간가?

: 굉장이 유명한 작가예요. 어렸을 때부터 상을 빠바바바박 받으면서 등장한...

아빠: 내용에 대한 얘기도 해봐요. 먼저 읽은 린이도 얘기할 수 있게.

엄마: 내용에 대한 얘기는 제가 좀 충격이었습니다. 일상을 풀어냈다지만, 나만 읽는게 아니라 우리 린이도 읽었는데 남자친구하고의 관계 같은 부분이 너무 깊게 들어간건 아닌가? 성과 호르몬에 대한 이야기들이 엄마는 성인이니까 선정적이라고 할 수위는 아니었지만, 혜인이는 중3인데 이 책을 읽도 되는걸까? 이런 생각들었다가, 다시 '우리 린이가 애는 아니었지...' '우리 린이가 많이 컸네' 그랬네요.

: 내가 썼어?

랄라: 사놓고 보니까 있었던거지 이런 거 골라 산건 아니잖아?

엄마: 같은 책을 읽다 보니까 그런 부분을 느끼게 되는게 '새로웠다.' 이런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거야. 그러고 내용에서 충격적이었던 건 작가가 몇 살이지?

: 한 30대?

엄마: 엄마 남자친구하고 어떻게 한번 해볼까 생각 했던게 맞지? 아니 생각을 할 수는 있어. 그런데 그런 생각을 했던 상황을 어떻게 책으로 쓰지? 그것도 픽션이 아니라 리얼이라는 거잖아. 실제 이야기. 어후 나는 예술하는 사람들의 세계관은 이해할 수가 없어. 요즘 잘 나가는 작가가 쓴 책이라고 하니까 요즘 젊은 애들, 우리 아이들이 보는 웹툰이나 가볍게 읽는 웹소설은 이런 내용, 수위일 수 있겠구나 싶으면서, '좀 많이 새로웠다. 여러모로 새로웠다' 이렇게 결론맺겠습니다. 하지만 내용은 잘 모르겠습니다.

아빠: 책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데 내용은 잘 모르겠다고 하면 지금까지 한 말은 뭐야?

엄마: 모든 사람이 책을 깊이 있게 볼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죠? '무엇을 느끼던 모두 독자'라고 하잖아요. 지난번에 티비에 어떤 사람이 나와서 말하던데 '우리나라는 책을 읽으면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려 하는데, 왜 그걸 파악해야하느냐. 왜 책에서 하나의 답을 정해서 문제를 만드느냐.'고 말하더라. 난 그 사람 말에 정말 공감해.

랄라: 김누리 교수님 이었던거 같은데.

아빠: 좋은말 같아. 책을 읽고 작가의 의도가 쉽게 파악된다면야 좋지만, 중요한건 작가의 의도보다 독자가 느끼는바 아닐까? 미술 작품이나 음악도 마찬가지고.

엄마: 작가는 자기가 썼을 때 어떤 의도로 읽혔으면 하는 마음이 있겠지만, 다양한 사람들에게 다양하게 이해된다는 의미에서 '책'은 더 가치있는것 아닐까? 독자로서 '내 느낌'은 '내 마음' 이니까. 그랬습니다.

아빠: '그랬습니다.' 말고 편하게 말하자. 우리.

엄마: 나는 얘기를 마칠 때 저 사람이 얘기를 끝낸 건지, 아닌 건지 정말 애매할 때가 많아. 그래서 이렇게 마무리 하는거야. 내 얘기가 끝났음을 알려주는게 난 좋아. 요즘 화상으로 모임 할 때도 '저는 이상입니다.' '끝입니다.' 이런 맺음을해. 화상으로 대화 할때는 이게 더 중요한 것 같아요.

랄라: 맞아. 맞아. '얘가 지금 말을 다 한 건가?' '계속 말을 하는 건가?' '그래서...'로 끝났으면 말을 해야하는데 '왜 아무말도 안할까'하고 기다리다가 말을 하면 동시에 말해.

엄마: 야. 아빠봐. 벌써 목차 펴놨어. 목차대로 얘기하려나 봐.

아빠: 아니야. 전혀 그렇지 않고, 내가 하고 싶었던 얘기들이 생각 안 날까봐 편거야. 지난번엔 정리를 좀 해왔었는데 오늘은 그냥와서 대본이 없으니까.

랄라: 대본까지 준비하다니. 알고 머리야.

아빠: 대본까진 아니고 내가 전하고 싶은 말들을 좀 정리해 왔었거든. 지난번에는 시간이 있었서.

엄마: 좋은 습관이야.

아빠: 나는 중요하게 생각해. 어렸을때 직장에서 선배의 미팅자료를 봤는데, 그날 자기가 하고 싶은 얘기를 1, 2, 3, 4... 해서 간단하게 제목으로 정리해 놨더라. 그걸 앞에도 놓고 얘기하면 적어도 생각했던걸 놓치지는 않을거잖아. 자기가 할 얘기 하나도 빠짐없이 알차게 끝내고 오는 거지. 그래서 난 지금도 그렇게 해.

랄라: 나도 얘기할 거 까먹어서 미리 정리해놔.

아빠: 얘기 다 끝나고 나서 '아 근데...' 이거 되게 웃기잖아.

자 달러구트 꿈백화점으로 돌아가서, 나는 이 책을 읽다가 좀 울었어.

엄마: 어떤 부분에서?

아빠: <익명의 손님이 당신에게 보낸 꿈>에서 할머니하고 손자 이야기. 이 정도는 말해도 스포 아니겠지. 일단 이책 재밌어. 전체적으로 약간 교훈을 주려고는 하지만 짧은 에피소드들이 재미있어. 꿈의 이야기로 삶의 교훈을 주는거지.

엄마: 우리가 일상에서 꿈이라는걸 꾸기도 안꾸기도 하지만, 삶에 밀접 하잖아.

랄라: 나 꿈 진짜 심각한 거 꿨는데 말해줄까?

아빠: 갑자기? 엄마 얘기 끝나시면 해. 이따.

엄마: 나는 사실 꿈을 싫어해. 그래서 이 책이 꿈 얘기라 처음엔 좀 별로였어.

아빠: 엄마는 안좋은 꿈을 많이 꿔서 그런가보다.

엄마: 내 꿈이 아니라. 외할머니의 꿈 때문이야. 어렸을 때부터 누군가의 꿈 때문에 내 하루, 내 삶이 좌우되는 걸 너무 많이 격었어. 내 옆사람들까지 휘말리는 상황들. 어려서부터 '꿈이 어쩌구...' 하는 이야기를 듣고 자라고 지금도 그 꿈에 내 생활에 영향을 주고 있어서 난 꿈이 싫어.

랄라: 난 꿈에 대해서 좀 민감하지만, 연연하지는 않아. '재밌었다.' '무서웠다.' 이런 건 있는데, 해몽을 찾아보고 '재밌네.' 하는 정도지 그런 거에 의미를 부여하진 않거든.

엄마: 그래. 연연하지 않아야 하는데, 외할머니는 당신의 신앙때문에 지금도 꿈자리 얘기를 해. 꿈이라는 건 랄라처럼 한 번 이야기거리로 웃고 털어버리는 거지. 그게 내 삶에 영향을 주고, 주위 사람들에게 그 기분을 전달시키는 건 안될 일이야.

아빠: 어렸을때 나쁜 꿈을 꾸면 기분이 안 좋아지고 때론 상처받기도 했었거든. 그런데 어느날 느낀게 좋은 꿈을 꿨을 때는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았는데, 나쁜 꿈을 꿨다고 나쁜 일이 일을 걱정하는게 이상한거야. 난 그 뒤로 꿈에 연연하지 않았던 것 같아. 하지만 지금도 좋은꿈을 꾸면 로또를 사지. 외할머니가 워낙 그쪽으로 신앙이 깊으신 분이잖아. 그래서 엄마가 상처를 받으셨고 꿈을 싫어하게 됐다는걸 우리는 이해해야 할것 같아. 근데 이미 너희들에게 '꿈은 그냥 꿈' 이잖아.

엄마: 그런데 이 책에서는 기억은 못하지만 꿈을 내가 산다고 말하잖아. 꿈을 꿀건지, 어떤 꿈을 꿀지, 모두 내가 선택하는 거야.

아빠: 내가 선택하는 꿈이니까 꿈에는 내 자유의지가 있다는 거구나. 누군가가 내꿈을 '좋은꿈' '나쁜꿈'으로 가치를 매길수 없다는 거잖아. 꿈의 가치를 평가한다면 그게 꿈 값이잖아. 지난번에 엄마가 얘기할 때 꿈을 꾼 뒤에 희망을 지급할 수도, 설렘을 지급할 수도 있지만, 내가 그 꿈의 가치를 매기지 않으면 그 꿈은 값을 치르지 않는다고 했잖아. 엄마가 생각하는 꿈에 대한 생각이 이거였던거구나.

엄마: 그래서 꿈을 자주 꾸는 우리 랄라에게 말하고 싶었던게 그 꿈의 값을 지불하는 건 너의 몫이라는 거지. 또 그 꿈을 선택한 것도 너 일꺼라는 거야. 엄마는 그런 의미에서 랄라도 이 책을 읽었으면 싶었어.

아빠: 우리가 꿈이라는 말을 밤에 꿈는 환상을 말하지만 내가 미래에 원하는 모습을 말하기도 하잖아. 그런데 영어에서도 'dream'이 'vision'을 의미하기도 하잖아. 진짜 신기하지. 동양과 서양이 다른 단어를 쓰지만 하나의 단어가 갖는 중의미가 갖는다는게. 더 신기한건 이 책에서의 꿈을 그렇게 바꿔도 얘기가 된다는거야. 사람들이 꿈을 살 때 꿈값을 내야 한다는것 때문에 신중해지지. 비싼꿈과 싼꿈을 따지고 재고 꿈을 떨이하는 층도 있어. 싸면 더 잘 팔린다는 거지. 근데 엄마가 얘기했지만 꿈 값은 내가 꿈에 영향을 받아서 내 마음에 일어나는 감정을 지불하는 거잖아. 그러면 당연히 제일 비싼 꿈을 가져가서 꾸고, 그 꿈이 나한테 적절한 감정을 주면 그에 맞는 꿈값을 내고 반대라면 공짜잖아. 가져갈땐 아무 문제없이 가져가면 되는데, 왜 싸구려 꿈 앞에 사람들이 더 모이는 걸까?

재밌는 설명이 있었는데 재고 떨이하는 꿈은 유통기한이 다가오거나 지나서 거의 흑백이래. 부분부분 지워진곳도 있어. 하지만 비싸고 좋은 꿈은 장면장면이 생생하고 칼라꿈이래. 진짜 귀한 꿈은 꿈속에 한사람의 70년 삶을 다 녹여서 만들기도 한데. 그런 꿈을 꾸면 좋잖아. 그런데 꿈값 때문에 다들 싸구려 꿈앞에 모여서 합리적인 쇼핑을 하는거야. 잘못되면 환불되냐고 물어보는 사람도 있어. 돈을 내고 사질 않았는데 환불이 왜 필요하고 왜 이렇게 신중할까? 답답하지.

우리가 미래를 꿈꿀 때 마치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생각되지 않아? 정말 내가 원하는건 뭘지, 내게 필요한건 뭘지, 생각하기 전에 현실적인 것들을 먼저 생각하잖아. 간단하게만 이야기할께. 나중에 다 읽고 미래의 꿈이라고 바꿔서 생각해보면 조금 느끼는 바가 있을것 같아.

한가지 더 슬펐던 얘기. <익명의 손님...>에서는 죽음을 맡이하는 사람들이 꿈을 미리 만들어두더라. 나 너무너무 가슴이 아팠던 말이 '너무 빨리 가져다주면 너무 많이 슬퍼할까 봐...'

: 무슨 말이야?

아빠: 만약에 아빠가 죽을 때 나중에 너한테 가져다 주라고 꿈을 만들어 놨어. 그리고 꿈의 배달 시기를 '너무 빨리도 너무 늦지도 안게' 라고 말해. 네가 한참 슬퍼하고 있을 때 너무 빨리 이 꿈을 가져다주면 더 많이 슬플까봐 그때는 안된데. 그런데 너무 늦어서 다 잊고 잘 살고 있을 때 가져다주면 갑자기 닥친 슬픔에 네 삶이 난처할까봐, 네가 아파할까봐. 배달하는 사람에게 적절한 때를 봐달라고 해. 이 작가가 누군가를 잃어봤나. 맘이...

에피소드 하나하나를 보면 조금 유치한 얘기들도 있어. 그런데 다 읽고 나니까 따뜻하고, 의미있고, 생각이 남아. 여러모로 즐거웠어.

나도 이책을 읽고 이 작가도 어느 정도 자신의 이야기를 녹여 넣지 않았을까 생각했어. 아까 호르몬이 그랬어 작가 이야기도 생각나면서, 물론 이 사람들은 '작가'지만 나는 정말 내 얘기를 할 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 말로 재미있는 대화를 나누거나, 지식과 일에 대한 단편적인 대화들이 아닌 '나'를 이야기 해본적은 없었던것 같아. 그래서 이 시간은 내게도 정말 중요해. 엄마, 랄라, 린이랑 같이 내 마음에 남은 말들을 나누고 있잖아. 랄라는 학원 상황때문에 책읽는건 같이하지 못하지만, 함께 하면서 계속 같이해줘.

오늘도 아빠가 메니저병 때문에 제일 많이 떠든 것 같지만, 오늘 이후로는 바꿔봤으면 좋겠어. 랄라랑 린이가 진행하고 더 많이 얘기하는 거지. 어때 린아.

엄마: 그래서 책을 어떻게 골라볼까.

아빠: 엄마가 린이야? 아냐. 린이처럼 생겼네.

엄마: 빨리 강하게 긍정해라.

아빠: 사실 나는 먼저 하나 샀어. 부자아빠 가난한아빠라고 아주 유명한 책이야. 그 책이 나온 지가 20년이 되서 리커버리판이 나왔더라. 예전부터 읽어보고 싶어서 조금 읽다 말다 했었는데 이번에는 다 읽어보려고해. 그 책은 부재 아빠와 가난한 아빠가 경제적인 지식을 가르치는 내용인데 내가 먼저 읽고 추천해줄께.

엄마: 그럼 나도 다른책을 읽어볼까?

아빠: 린이는 달러구트 한번 읽어볼래. 슉슉넘어가.

랄라: 집에 책 많아. 내가 추천해줄까?

아빠: 그리고 나 1cm 다이빙도 거의 다 읽어가. 다음에 저 책도 같이 얘기하자. 다들 읽었잖아. 우리 린이는 너무 힘들어? 말을 좀 해봐.

엄마: 계속 바꾸더라도 뭔가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결정했으면 좋겠어. 어떻게든 같이 책을 읽고 이렇게 얘기할 수 있는 시간들이 참 소중한것 같아.

아빠: 그래. 우리 사실 2주에 한 번이야. 일주일마다 한다면 더 좋겠지만 모두 힘들잖아.

엄마: 근데 책을 1주일만 읽게 되더라.

아빠: 나도 거의 일주일 만에 다 읽어. 나머지 일주일은 스트레스받는 시간이거나 끝내고 쉬는 시간이야. 하지만 그것도 필요해. 안 하고 노는 시간이 있으니까 해내는 거지. 일주일마다 한권씩이면 마음이 너무 힘들어.

엄마: '일주일 잘 쉬었으니까 이번주는 읽어야지.' 이런 마음이 들어서 막바지에 좀 읽는 거지.

아빠: 일주일마다 읽어야 되면 스트레스가 심해서 다른 책들 조금씩 더 읽던 것도 못할 거야.

엄마: 골랐니? 그렇게 많이 갖고 와? 읽고 재미있었던 것만 가져와.

: 저 책들은 언니가 산 책이 아니고 다 논술 학원에서 가져온 책이야. 근데 나도 논술 다녔지만 나는 학원에서 준 책이 재미있었던 적이 한번도 없거든.

아빠: 린이가 읽었던 건 어떤 책들인데?

: 그 학년 때 권장도서, 추천도서, 필독도서. 언니도 다 그런책 아니야?

랄라: 그런책도 있고 샘이 읽어보고 좋은 것도 추천해주시고, 유명한 책도 있어. 첫 번째는 린이도 읽은 거야.

오이 친구가 쿠데타를 벌이려는 내용이야. 다 소설만 갖고 왔어. 엄마가 다른거 싫어한다 그래서.

엄마: 엄마가 언제 싫어한다 했어.

랄라: 이거는 독일 얘기라는데 이것도 쿠데타가 있는 내용이야.

아빠: 동물농장 이잖아. ㅎ 동물농장은 2차 세계대전의 히틀러를 추상화했다고 하지만, 책만 읽어서는 히틀러 보다는 동물농장 안에서 세력 싸움으로보여.

랄라: 이거는 아빠가 도축업을 하는데, 아빠가 죽어서 도축장 아저씨들이 다 같이 장례식장 와. 그래서 돼지가 한 마리도 안 죽었다는 얘기야. 그리고 이거는 어떤 가족들의 엄마가 치매가 있었어. 그런데 가족들이 다 귀찮아했어. 그러다가 엄마가 없어진 거야. 그렇게 엄마가 죽어. 그래서 그 속에서 가족들이 엄마의 소중함을 알아. 근데 그 소중함의 시점이 계속 바껴. 딸의 시점이었다가 아빠의 시점이었다가 마지막에 엄마가 다 돌아다니면서 보는 것처럼 끝나. 재밌어. 슬프고.

아빠: 우리 엄마 이거 보면 엉엉 울겠는데. 린이는 여기서 고를래? 다시 고를래?

: ...

아빠: 간단한 문제에 고민이 길어질땐 빨리 결정하는 걸 자기 스스로 주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야.

: 지금 결정할 필요 있을까요? 어차피 두 분 다 그 책 읽으셨고 그 책을 읽을 사람은 더 없으니까 제가 읽고 싶은 책으로 읽을게요.

아빠: 집에 있는 책 중에서 골라서 읽겠다고. 그래. 그렇게 해.

엄마: 랄라 이거 다 읽은 책인거지? 책을 어떻게 이렇게 깨끗하게 읽어?

랄라: 난 엄마 책 머리가 벌어지는 거 안 좋아해. 난 아까 아빠가 책 말아서 보는것도 슬펐어.

아빠: 오늘 여기까지 수고하셨습니다. 오늘의 소회 말씀하실분?

...

아빠: 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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