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빠'가 되었습니다.
내가 '아빠'라고?
와이프의 10개월이라는 임신기간 동안, 삶에 치여 나는 아빠가 될 준비에 소홀했다. 사실 생각해 보면, 소홀했다기 보다는 뭘 해야 할지 몰랐다가 맞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요즘('요즘'의 기준은 아마 30-40대 첫 아이를 갖게 되는 아빠들이라고 하고 싶다.) 아빠들 중에 '아빠'가 되는 것을 준비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임신 후 아이의 태동을 직접 느끼는 엄마보다 아빠가 아이에 대해 부모로서 느끼는 감정의 온도차는 차이가 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2.03.08일 나는 '아빠'가 되었다.
여하튼 '아빠'가 된 나는, 부랴부랴 '아빠'의 길을 걷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부터 해결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아빠'가 된 이후로 가장 먼저 했던 것은 '아빠'라는 역할의 정의였다. 당시 친구들 중에 결혼하고 아이를 갖게 된 것은 내가 유일했으니 물어볼 곳도 없었다. 오롯이 혼자 '아빠'의 길을 준비했다.(지금 생각해보면 검색에 유튜브에 뭐가 많았을 텐데 왜 그런 걸 보지 않았을까 싶지만, 그땐 그럴 정신도 없었다. 그리고 그게 대부분 평범한 '아빠'들의 현실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빠' 역할의 정의하기 전 나의 생활 패턴에 대한 분석이 필요했다.
평균적으로 집에 도착하는 시간 8시
8시 이후 저녁을 먹고 나면 9시-12시까지 3시간 정도의 여유
새벽 1시쯤 취침, 7시쯤 기상
주말을 제외하고 3시간 정도 되는 시간으로 과연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 '아빠'인 건가? 머릿속이 혼란스러웠고 무엇부터 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모를 때에는 눈앞에 것부터 해결하자.
사실 '무엇부터 해야 하는가?'는 생각보다 단순했다. '와이프가 하는 것을 돕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가장 간단하고 명료했다. 하지만 남편과 아내의 가족구성에서 구성원이 하나 더 늘어난다는 것은 아이가 생기기 전의 '가족'과는 달리 새로운 정의가 필요했다.
아이가 생긴 이후 구체화한 '가족'의 정의
'가족'은 운명 공동체이다.
'운명 공동체'는 함께 일하고 함께 쉰다.
사실, 아이가 생기기 이전에는 우리 '가족'의 정의 같은 건 없었다고 해도 무방했다. 왜냐면 맞벌이였던 우리는 한집에서 같이 사는 연인과 같을 뿐, 무언가 '가족'다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고, 그렇기에 어찌 보면 '가족' Level 1뿐이 안 되는 초보자 수준이었던 것 같다.
어떻게 하면 함께 일하고 함께 쉴 수 있는가?
'가족'에 대하여 정의는 하였으나 그러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함께 일하고 함께 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필요했다.
'가족'이 되기 위한 기본 Tool
반복적인 일은 역할 분담하기
'도와줄 일은 없나요?' 물어보기
간단하게 위 두 가지 Tool이면 충분했던 것 같다. 아내와 함께 해야 할 일들에 대한 List를 만들어서 서로가 해야 할 일을 나눴는데, 일에 크기를 떠나 소요 시간을 기준으로 나눴다.(그런 이유는 같은 시간 투입대비 누가 더 효율적으로 일을 해결해 낼 수 있는가에 대한 초점을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주로 아이의 목욕을 맡았었는데, 목도 가누지 못하는 아이를 한 손으로 다루며 목욕을 시키는 것은 회복 중인 산모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라 생각이 들었다.(처음 아이목욕을 시켜보았지만 나는 이 분야에 제법 재능이 있었다.)
그리고 항상 거실에 앉기 전 아내가 무언가를 하는 모습을 발견한다면 의식적으로 '도와줄 일은 없나요?'라고 물어보려고 노력했고, 이 Tool은 여러 가지 면에서 상당히 잘 동작했고, 아이가 커(초4) 시간이 흐른 지금도 잘 유지되고 있다.
시중에 나와있는 '육아'관련 책들을 읽어보면서 대한민국 현실에 맞춰 적용하기에는 많은 부분이 현실과 맞지 않음을 느꼈습니다. 그나마 '엄마'들에 관한 책들은 많지만 '아빠'들을 위한 책들은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아빠'를 준비하고 있는 사람, 혹은 막 '아빠'가 된 분들에게 이 글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아빠'가 처음이지만 수 많은 시도와 경험을 통해 알게 된 저만의 '아빠'가 되어가는 방법을 글로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