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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빅리셋코치 Feb 16. 2022

평판 관리는 퇴사에서부터!

결국은 가장 마지막 모습으로만 기억되는 불편한 진실


최근에 흥미로운 기사를 봤다.


"컴퓨터 포맷하고 인수인계 없이 퇴사했더니, 법원 "업무방해"라는 기사였다.


- 회사 대표와 갈등 빚고 8명 집단 퇴사… 업무용 자료 퇴사 직전 포맷해


- 원래 회사명 도용해 동종업체까지 차리기도


- 대법원 “업무방해죄, 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비밀보호법 위반”



재판부의 결론은?


 A 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1심보다 오히려 형량이 늘어났다. 징역 6~8월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 200만 원을 선고받은 나머지 직원 7명에 대해서도 항소를 기각하고 형을 유지했다.


그리고 대법원 2부는 업무방해와 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 등 8명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한다.


이런 판례는 처음 들어본 경우라 직장 다니는 지인들이 있는 단톡방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그중 한 명이 '우리 회사는 하드 밀고 퇴사하는 건 다반사야'라는 얘기를 했다.


그 얘기를 듣고 사실 좀 놀랐다. 그리고 두 가지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1. 하드까지 다 밀고 나가는 게 비일비재하다는 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2. 굳이 그렇게까지  필요가 을까?


1번은 조직이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문제다. 어쩌다 한 두 명이라면 그러려니 하지만 다반사로 발생하는 일이라면 그건 분명히 잘못된 거다. 속했던 조직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품고 나가는 직원들이 많다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하드 포맷의 문제만은 아니다.


이런 일이 빈번히 발생하지 않는 회사라는 전제 하에 2번의 경우는 퇴사자가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다.  소심한 복수일 수도 있는데 하드를 포맷하고 나간다고 회사가 대단한 타격을 받지는 않는다. 그냥 관련된 사람들이 얼마간 약간의 불편함을 겪을 뿐이다. 불편함을 겪게 된 남은 누군가에게 퇴사자는 하드를 밀고 나간 사람이라는 마지막 존재 정보만 각인된다.  


만약 이런 일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던 일반적인 조직문화의 회사라면 두고두고 직원들에게 회자되는 스토리의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왜냐하면 그동안 발생하지 않았던 희소가치가 있는 [안주거리 삼기 좋은] 스토리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몇 년이 지난 후에도 그 얘기가 안주처럼 꺼내진다. '예전에 이런 일이 있었는데 말이야'.... 그러면 누군가가 퇴사자와 얽힌 자신의 일화를 슬며시 얹는다. 물론 좋지 않은 경험담일 확률이 99.9%다.  



퇴사자에게 떠난 회사는 더 이상 생산될 스토리가 없는 과거의 한 부분이지만 그 사람의 스토리는 떠난 회사에서도 계속 진행형이다. 얼굴조차 보지 못한 신규 입사자들에게도 하드 밀고 나간 누군가로 회자된다. 때로는 그 사람에 관한 근황 얘기가 오가기도 한다.


"누가 그러는데 지금 어디 다닌다고 하더라고요?"


"진짜? 나 거기 아는 사람 있는데"


만들어낸 얘기가 아니라 실제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난 얼굴조차 본 적 없는 예전 누군가에 대한 얘기를 듣게 될 때가 있다. 그 사람에 대한 좋은 스토리보다는 반대인 경우가 더 많다.  


오래전.... 입사가 거의 확정 전 단계까지 갔던 지원자가 있었는데 마지막 단계에서 내부적으로 회의 후 최종 불합격 처리를 한 적이 있다. 평판 조회를 한 건 아니었고 면접을 봤던 해당 임원 중 한 분이 그 직원이 다녔던 회사의 누군가를 알고 있어서 면접자에 대해 슬쩍 물어본 거다. 이미 면접자는 그 회사를 퇴사한 후였다.


면접에서 지원자가 얘기한 퇴사 이유에 다소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었기에 그냥 지나가듯 물어봤던 건데 뜻밖의 대답을 듣게 되었다.  


지원자가 회사의 누군가에게 앙심을 품었는지 퇴사 , 사무실에 아무도 없을   사람의 책상에 엽기적인 행동을 했다고 한다.  취한   행동인데 평소에도 주사가 약간 있었다는 얘기를 들은 거다. 어차피 합격 통지 전이었기 때문에 내부 회의  다른 지원자로 최종 합격이 결정됐다.





평판은 현재 관점이 아니다. 지금껏 내가 살아온 삶에 대한 누적분이다. 그 기간 동안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일종의 종합적인 평가이기 때문에 쉽게 변하지도 않는다. 조직에서 근무할 경우에는 그 회사에서의 근속 연수가 그곳에서의 나의 평판 누적분의 산정 기간이 된다.


중요한  마지막 떠날 때의 모습이 남아있는 사람들에게는 나에 대한 마지막 모습이자 동시에 가장  기억이라는 거다. 만약 내가 개인적으로 만남을 지속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불합리하긴 하지만 근무했던 직장에서의 평판에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게 되는 시점이 바로 퇴사  나의 모습과 태도다.


"이 놈의 회사에는 정말 악 밖에 안 남아 있어요."


"좋은 마음으로 나가려고 해도 정말 끝까지 정 떨어지게 해요."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이런 생각을 하게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한다고 해도 하드를 포맷한다거나 누군가의 책상에 엽기적인 행동을 하는  여전히 소수다.


"구더기 무서워   담급니까? 혹시 있을지도 모를 그런 상황이 무서워 조심해야 하는 거라면 별로 그러고 싶지 않아요! 그런 사람들 기억 속에 굳이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은 생각도 없습니다"


맞는 말이다. 그것도 각자의 선택인 거니까. 하지만 비슷한 상황에서 모두 다 같은 선택을 하지는 않는다. 특정 상황에서 어떤 판단을 내리고 행동을 하는 것도 결국 나 자신이다. 그리고 비슷한 상황이 되었을 때 또다시 비슷한 판단을 내리고 행동할 가능성 또한 크다.  





살아보니 굳이 그렇게 까지 할 필요 없었구나 싶은 순간들이 있다. 나에게도 그렇게 삭제하고 싶은 기억이 있다. 당시에는 후련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굳이 그렇게까지 할 가치조차 없는 일이었는데 싶은 순간들. 왜 그렇게까지 분노했지 싶은 그런 기억들.


평판이라는  '현재의 ' 아니라 '지금까지의 '.  시간에 걸쳐 차곡차곡 쌓이고 있지만 우리 눈에 보이거나 직접적으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나에게 끝난 일이라고 해서 정말 끝난  아니다.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아니다. 지금까지 누적된 나의 평판은 어딘가에서 보이지 않는 유령처럼 떠돌아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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