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빅리셋코치 Jan 17. 2021

‘빅 리셋’ 최종 작가 교정을 마무리하며..

고쳐도 고쳐도 눈에 띄는... 이것은 마술인가요?

12월 중순 저자 1차 교정 교열 작업 후 1월 초에 다시 저자 2차 교정 교열을 끝낸 원고 파일을 출판사에 송부했다. 2차 교정이 끝난 후부터 살짝 지치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는 신기함에 '할 만 하구나' 싶은 마음이 더 컸다.


이때쯤 출판사 담당 편집자님이 표지 디자인 최종 시안을 다수 보내며 어떤 시안이 마음에 드는지 의견을 물었다. 대번에 눈에 들어오는 게 있었고 바로 이메일 답장을 보냈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시안중 4개 버전을 편집자님이 출판사 인스타그램에 올려 투표를 진행할 거라고 했다. 혹시 내가 선택한 안의 득표수가 너무 적으면 어쩌나 싶었는데 역시 사람들 보는 눈은 비슷한가 보다. 내가 원했던 시안을 가장 많은 사람들이 선택했고 최종 표지 디자인으로 결정되었다. 감사하게도 중앙 도형에 홀로그램도 입힐 예정이라고 한다. 책 표지 시안까지 확정되고 나니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구나 싶은 생각에 처음으로 살짝 가슴이 두근거렸다.

최종 표지 시안... 문구는 살짝 바뀔 수도 있는 듯...

그러다 3차 막바지에 접어들면서부터 슬슬 체력에 한계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애써 쿨함을 유지하려 해도 낮은 한숨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어쩌면 아무것도 모르니까 두려움 없이 이 과정을 한 단계 한 단계 밟아 나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내가 하고 싶은 건 해야 한다. 가끔은 너무 즉흥적인가 싶다가도 결국은 호기심이 두려움을 이긴다. 그래서 내가 관심 가는 게 생기면 남의 경험이나 사례를 찾는 대신 일단 내가 해본다. 


지금까지 살면서 즉흥적으로 일단 해보자 했던 것들 중 결과론적으로 안 했으면 어쩔 뻔했나 싶은 일들이 실제 많았다. 그 과정 중에 많은 걸 얻었고 나 자신도 좀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변화했다. 새로운 계획이 생기면 일단 해보는 성향이니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가 지금 이런 상황이 될 줄 몰랐는데’싶은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내가 뭘 하든, 혹은 무얼 하게 되든 그리 놀라울 것도, 대단할 것도 없었다. 무언가 성취를 해도 뿌듯하긴 하나 ‘내가 이걸 어떻게 했지?' 하는 생각에 나 스스로를 칭찬해 주고 싶은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책을 쓰는 과정은 좀 달랐다.


책을 쓸 거라는 생각조차도 코로나 19로 인해 집콕이 길어져 내린 즉흥적인 결정이었다. 외부 활동이 제한된 상황에서 집콕하며 할 수 있는 가장 생산적인 일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다 삼일 만에 결정을 내렸다. 시작은 언제나 그랬듯 이렇게 즉흥적이었다. 그건 나에게 있어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태어나 처음으로 나 자신을 칭찬해 주고 싶다. 책을 쓰겠다는 결정을 하고 정말 출판이라는 결과물로 이어졌기 때문이 아니다. 나 자신이 스스로의 가장 취약점이라고 생각했던 장애물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바로 ‘꾸준한 인내심’이다. 호기심이 많다는 건 살면서 큰 강점이다. 하지만 호기심이 많고 즉흥적인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가 엉덩이가 살짝 가볍다는 점이다.


지루한 걸 못 견디고.... 무언가 계속 일을 벌인다. 단순 반복적인 일에 약하고 남의 경험에 기대기보다는 본인이 직접 해야 한다. 궁금한 게 많으니 생각이 많다. 의식의 흐름대로 생각을 이어나가다 보니 한 가지에 집중하는 힘이 떨어지는 면이 있다. 물론 과학적 근거는 없다. 나를 포함해 내가 오랜 기간 조직 생활에서 경험한 비슷한 성향 사람들의 공통된 특성이다. 이런 내가 무언가 한 가지에 꾸준한 인내심을 발휘하고 끝까지 책상머리를 지켰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나 자신을 소리 내어 칭찬했다. 물론 가족들 앞에서 만이었지만.     


막판에는 300페이지 넘는 원고를 4-5번 정독하며 교정 작업을 하다 보니 눈알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소리 내어 읽으니 목도 아팠다. 내가 만약 이미 책 출간 경험이 있는 누군가의 간접경험을 듣는 기회가 있었다면 과연 시작이나 할 수 있었을까? 어쩌면 내가 가장 잘한 일은 책을 써보겠다 결심한 게 아니라 유경험자들의 얘기를 애써 찾아보거나 듣지 않았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랬다면 하지 말아야 할 확실한 이유 하나가 더 추가되었을 뿐일 테니까. (나의 이 경험담이 누군가의 하지 못할 이유가 되지는 않았으면 하는 아이러니.... ^^;;)


교정 과정 동안 누군가의 마술에 걸린듯한 느낌이었다. 볼 때마다 고칠 부분이 눈에 띄니 말이다. 분명히 정독하며 읽었는데도 다시 읽어보면 또 새로운 게 눈에 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내가 무식해서 가능했던 일인 것 같다고 편집자님께 카톡을 보냈다. 과정 중에 많은 걸 배운다고... 마지막까지 같이 고생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장문의 카톡 회신이 왔다. 많은 작가님들과 대화 나누면 꼭 나오는 말이 '출간은 해도 해도 어렵구나'라는 말이라고... 수많은 선택과 고뇌의 시간들... 편집자와의 끊임없는 소통... 정신적 체력적 소모가 큰 일이라고....


'아아... 누구나 그런 거구나... 내가 초짜라 그런 게 아니구나' 싶은 생각에 위로가 됐다. 마지막 최종 교정본을 받아 확인을 끝냈고 이미 인쇄에 들어갔다. 일부러 그 이후로는 원고를 보지 않고 있다. 또 오류가 눈에 띈들 속 상하고 부끄럽기만 할 테니까... 마지막 며칠 간은 거의 밤을 새우다 보니 정신이 멍해져 감기약에 취한 기분이었다.


18일 월요일 책이 나오고 오프라인. 온라인 서점에 배포되는 건 화요일이라고 한다. 오래간만에 지난 몇일 간 아무것도 하지않고 빈둥거렸다. 결국 주말까지 빈둥거려야지 하는 계획 대신 다시 이렇게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지만.....지금의 편안함이 다음 주면 다시 두근거림으로 바뀌겠지만 일단 그때까지는 맘 편하게~!!!!!




**이미지 출처 : 출판 예정 '빅 리셋' 책 표지 최종 시안(띠지 문구는 바뀔 가능성 있음)







매거진의 이전글 책 출간 전 스토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