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너 자신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해?
'내가 보는 나와 남이 보는 나' 간의 싱크로율은? 살면서 한 번쯤은 생각해봤을 법한 질문이다. 꽤 오래전에 일명 '당신이 몰랐던 당신의 모습'이라는 게시물이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중심으로 누리꾼들의 공감을 얻은 적이 있다. 보고 있노라면 과연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다. 웃으며 넘겼지만 추후 회사 직원 교육 커리큘럼으로 기획했던 ‘자기객관화’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공해 준 고마운 게시물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자기객관화란 무엇일까? 여러 가지 정의가 있겠지만 '나를 객체로 두고 제삼자의 시선으로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바라보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제 3자의 시선으로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결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나'라는 존재는 우주의 중심이다. 모든 사람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은 ‘나’에서 출발한다. 주관적 관점에서 출발하니 자기 자신에게 관대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내가 아는 나와 남들이 보는 내가 다르구나'라고 깨닫게 되는 순간이 있다.
불의를 참지 못하는 나의 의협심은 쓸데없이 나서기 좋아하는 화(火) 많은 사람으로, 할 말은 반드시 해야 하는 나의 정의로움은 불만 많고 참을성 없는 사람으로 비칠 뿐이라면? 나의 낯가림은 무뚝뚝하고 인사성 없는 사람으로, 나의 넘치는 이타심은 쓸데없이 간섭하는 사람으로 받아들여질 뿐이라면? 냉정한 현실을 직시한다는 건 외면하고 싶은 고통스러운 과정이다. 자신의 민낯을 마주하고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의심해 보는 과정이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직시하는 단계까지 갔다고 하더라도 성찰을 통해 변화하는 건 더 어려운 상위 단계다. 남들을 비난하고 판단하는 건 너무 쉽지만 나 또한 누군가에게 평가받고 비난받을 수 있다는 걸 망각할 때가 많다. 타인의 눈을 의식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1인칭일 수밖에 없는 나의 관점에서 벗어나 2인칭의 관점을 고려해 보는 과정을 거쳐 3인칭의 관찰자 시점으로 나를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이게 바로 자기객관화다.
오래전 나는 불만이 많은 사람이었다. 특히나 공공장소에서 배려 없이 민폐 끼치는 사람들은 매일 나를 짜증 나게 했다. 지하철에서 나를 치고 가면서 사과 안 하는 사람, 줄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중간에 새치기하는 사람, 옆자리의 쩍벌남, 레스토랑에서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뛰어다니는데 나 몰라라 하는 아이 부모, 버스 정류장에서 담배 피우고 꽁초 아무 데나 버리는 사람...때로는 따박따박 따지고 바른 소리를 했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서야 깨달았다.
내가 바른 소리를 한다고 해서 그들을 바꿀 수 있나?
바른 소리를 하고 나서 나는 정말 속이 후련한가?
대답은 NO였다.
당장 오늘부터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지 하는 다짐조차 못 지키는 내가 누구를 변화시키단 말인가? 내가 나도 바꾸지 못하는데 말이다. 나는 왜 매일 다시 마주칠 일 없는 낯선 사람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부정적인 에너지를 쏟아내고 있는 걸까? 이렇게 무례한 사람들에게(물론 내 기준에서 무례한..) 매번 까칠한 반응을 보이는 나의 모습이 때로는 나와 가까운 지인들에게조차 버거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고 원인을 찾기 시작했다. 화의 원인은 따로 있었다는 걸 알게 된 건 그 후 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였다. 명확한 원인은 알지 못했지만 스스로에 대해 인지하고 짜증이 올라올 때마다 마인드컨트롤을 위한 노력을 했다. 드라마틱 한 변화까지는 아니지만 횟수는 확실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 자신에 대한 좀 더 깊은 단계의 깨달음을 얻은 건 그 후 꽤 시간이 지난 후였다. 시간이 지나서야 우연한 기회로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처음 시작은 단순히 직무역량개발의 일환이었다. 사비를 들여 '아시아 코치센터' 코칭 주말 과정을 수강했다. 체력적으로 매우 힘들었던 시기라 매주 토요일 10시간 교육을 몇 개월간 지속한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접하고 배웠던 부분들이 이후 나의 삶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걸 생각하면 가치 있는 투자였다. 코칭에서 자주 강조하는 부분 중의 하나가 바로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기'였다. 끊임없이 스스로에 대해 질문하고 숨겨진 욕구와 선호하는 가치에 대해 고민하게 하는 시간이 주어졌다. 아시아 코치 센터 수업 시간에 제공된 여러 가지 매트릭스와 학습 자료들을 통해 알게 된 내가 선호하는 가치, 바로 '성장'이었다.
그때 이후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나의 감정의 원인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를 의도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의도가 습관이 되고, 어느 순간부터 무의식중의 숨은 의도까지 직관적으로 인지하는 역량이 더욱 개발되었다. 이는 상대방의 내재된 의도를 파악해야 하는 직원 1:1코칭 면담이나 멘토링, 설득이나 협상이 필요한 상황 뿐 아니라 사적인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큰 강점으로 작용했다. 자기 객관화는 나를 위해서도 필요한 과정이지만 나를 둘러싼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중요한 부분이다.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본다는 건 다른 사람의 의견이 다를 수도 있다는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은 스스로를 경계하고 아집과 편협함에 빠지지 않도록 해준다. 내가 이 과정을 전혀 거치지 않았다면 어쩌면 현재의 나는 지금보다 조금 더 편협하고 까칠한 사람이었을 수 있다. 나이가 든 지금 나의 주변에 여전히 좋은 인연들이 너무 많다는 사실에 요즘 새삼 고마움을 느낀다.
하지만 ‘나’ 관점에서 바라보는 자기관대화 경향은 본능에 가까운 것이기에 상황마다 관찰자로서의 3인칭 관점을 유지하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때로는 인정하기 싫은 자신의 편협함과 콤플렉스를 받아들여야 할 때도 있다. 내가 누군가를 싫어하는 이유가 사실은 나의 콤플렉스에서 비롯된 것이며, 매 순간 나를 과시하려고 하는 성향 역시 무의식 속 열등감을 덮기 위한 자기 과시일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나의 민낯을 직시하는 건 용기와 인내심이 필요한 과정이다. 매 순간 다시 ‘나’ 관점을 유지하려는 관성은 생각보다 강하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내재화한다면 좀 더 성장하고 확장된 자신을 마주할 수 있다. 나 자신을 마스터해야 더 높은 단계로 이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