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왕년에는 말이야!!

왕년 소환의 비밀

by 심 코치

나이 들어갈수록 오히려 나이에 신경을 안 쓰게 된다. 매년 새해가 되면 달라진 나이 끝자리를 인식하는 데만도 3-4개월 이상이 걸린다. 누가 물어보면 그제야 내 나이가 몇이지 하고 생각한다. 올해부터 40대 중반이라는 어중간한 말로 어물쩍 넘어갈 수 없는 명확한 후반이 되었다는 게 오히려 좋다.


20대로 다시 돌아가라 한다면 진심으로 '노 땡큐'다.미성숙했던 그 당시로 다시 돌아간다 해도 난 똑같은 삶의 궤적을 따르다 현재에 이를 거란 걸 안다. 각 나이에 걸맞은 고민과 고뇌의 시간은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스스로에 대해 몰라 불만 욕구로 가득 찬 시간을 보냈던 20대의 난 행복지수는 낮았고 불만 욕구는 높았다. 난 다시 그 시간을 반복하고 싶지 않다. 한 번으로 충분하다.


현재의 내가 타임머신을 타고 20년 전의 나에게 돌아가 내가 지금까지 깨달은 것들에 대해 얘기해 준다면 과거의 나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 아마도 그렇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과거의 나라면 그 조언을 분명히 한 귀로 흘렸을 가능성이 크다. 약간은 삐딱하게.... 때로는 시니컬하게 세상을 바라보던 때였으니까....


다행히 인생의 과정 중에 많은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비판적 사고의 DNA 덕분에 사고도 확장됐다. 여러 가지 배움과 경험을 통해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고... 삶에 대해 좀 더 진지해졌다. 그런 20년의 시간이 쌓여 현재의 나로 존재하게 되었다. 어제보다 좀 더 나은 내가 되고자 목표한 적은 없지만 차곡히 쌓인 시간은 자연스럽게 그런 가르침을 주었다.


행복지수가 낮았던 20대의 난 항상 과거에 집착했다. 나에 대해 알아가는 긴 시간을 거쳐 조금씩 자존감이 높아지면서 어느 순간 과거가 아닌 현재와 미래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의도한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변한 거였다.

'내가 왕년에는 말이야'라고 목소리 높이는 어른들의 경우 그 왕년보다 현재가 더 행복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현재에서 오는 고단함과 낮은 자존감을 잠시나마 잊고자 한 때 잘 나갔던 왕년의 자신을 소환한다. 얼마나 패기 있었는지, 얼마나 영향력 있는 위치에 있었는지, 감기 한 번 걸려본 적 없을 만큼 얼마나 체력이 좋았는지,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얼마나 정의로운 사람이었는지, 이성에게 얼마나 인기가 있었는지, 지금과 달리 얼마나 날씬하고 멋쟁이였는지 등등...


하지만... 우리가 관심 있는 건 현재 우리 눈 앞에 있는 그 사람이다. 사실인지 확인되지 않을 상대방의 과거가 아니라.... 포장된 과거는 어제나 현재보다 아름답게 느껴진다. 하지만 과거로부터의 자기 위안은 현재의 나를 더욱 초라하게 만든다. 아름다운 추억을 떠올리는 것과 왕년의 나를 소환하는 건 전혀 다른 의미다. 후자는 인간의 인정 욕구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어차피 내가 얘기하는 과거는 나의 과거를 명확히 알지 못할 누군가가 검증할 수 없는 나만 아는 사실일 테니 과거의 나는 실제보다 포장되고 부풀려진다.


현재와 미래에 가치를 두는 건 과거가 소중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내가 지나온 과거는 현재의 나를 있게 한 시간이기에 소중하다. 하지만 지금 현재의 시간은 미래의 나에게 소중할 또 다른 과거다. 시간은 그렇게 계속해서 쌓여 매일매일 누적된다. 그렇다면 현재의 나는 미래의 내가 자랑스럽게 소환할 왕년의 내가 될 수 있을까?



**이미지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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